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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최우람규정되지 않은 미래의 생명체를 창조하다
규정되지 않은 미래의 생명체를 창조하다

설치미술가 최우람은 자신의 집을 ‘물감 냄새가 나는 곳’이라 말했다. 미술 전공자인 부모님을 둔 그의 집에는 언제나 미술 작품과 그림 도구가 있었다. 전개가 너무나도 뻔해서 듣는 이를 지루하게 만드는 이야기처럼, 그는 무언가를 그리고 만드는 것에 탁월한 소질이 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꿈은 화가가 아닌 만화영화 속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였다. 연습장에 로봇의 도면을 그리는 것이 취미였던 최우람 작가의 흥미와 재능은 결국 그를 미술가로 이끌었다.

움직임과 테크놀로지
조소과 학부시절,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움직임을 작품에 넣으라는 과제가 주어졌고 최우람 작가는 까맣게 잊고 있던 꿈이 생각났다. 그리고 기계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모터를 사용해 계속해서 변하는 조각을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작업은 ‘움직임’과 ‘테크놀로지’로 정의되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제가 생각하는 과학자의 역할은 동시대의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한 ‘가능성’이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죠. 인간에게 유용한 사물일 수도 있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기 위한 기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미래의 생명체에 대한 상상력이 되기도 하겠죠.”

규정되지 않은 미래의 생명체를 창조하다
그는 평소 자연 다큐멘터리를 자주 시청하는데, 그곳에서 볼 수 있는 자연과 생명의 신비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는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은 곧 ‘생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기계도 생명이라는 생각으로 유기체의 움직임을 반영해 기계에 생명을 부여하였다.

“저는 진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도 하나의 생명체라 완벽한 움직임을 갖도록 지속적으로 진화시키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편이죠. 외관은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로는 거의 다른 작업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움직임의 디테일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기계와 인간
그가 처음 기계 생명체를 제작하면서 생각한 것은 ‘기계와 인간과의 관계’이다. 기술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지니는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과학자들은 인간의 편의를 넘어 신에 대한 결핍으로 생명을 창조시키려는 듯 보였다. 그는 인간의 욕망에 한계가 없는 한 테크놀로지의 발전도 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되지 않은 미래의 생명체를 창조하다
“이러한 시도들이 계속된다면 결국에는 인간을 완전히 배신할 수 있는 존재가 탄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의 욕망이 발현된 것이 스스로 자립한다면 그것은 욕망 자체이고, 그때는 그것을 제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제가 기계에 열광했던 것도 기계를 통해 저 자신을 확장 시키고 싶은 욕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기계의 움직임으로 귀결되는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서술이 담겨있는 것이다.

기계 생명체의 창조
작품의 정교한 움직임뿐만 아니라 작가는 각각의 기계 생명체에 라틴어 학명을 부여하고 그것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서식 장소, 성장과정에 대한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하였다.

규정되지 않은 미래의 생명체를 창조하다Pavilion_2012
Resin, wood, crystal, 24K gold leaf, plastic bag, metallic material,
fan, motor, custom CPU board, LED_244(h) x 132(w) x 112(d)cm


“초기에는 기계들에 학명을 붙이기만 했어요. 하지만 좀 더 짜임새 있는 거짓말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UFO나 네스호에 대한 이야기처럼 말이에요. 그런 이야기들도 언뜻 들으면 그 존재들이 실재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잠시나마 불러일으키잖아요. 물론 결국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요. 기계들이 이루고 있는 가상의 생태계를 설정하고 이미지를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관객들에게 작품을 전달하는 데 있어 재미와 효과가 훨씬 더 크더라고요.”

이러한 작업 덕분에 그의 창조는 하나의 오브제를 만드는 것을 넘어 생명에 대한 경의와 신비를 동반하였고, 기계 생명체는 기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과학적 상상력을 기술과 결합한 작업 제작 방식 외에도 금속성의 재료, 작품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규정되지 않은 미래의 생명체를 창조하다Urbanus Female_2006
Metallic material, machinery, metal halide lamp,
electronic device(CPU board, motor)_103(h) x 103(w) x 241(d)cm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현시점에 대해 사유하기를 원하고 그것이 예술의 사명이라고 믿는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현재, 규정되지 않은 미래를 담고 있는 그의 작품은 현재를 조명함과 동시에 미래를 내다보며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최우람 작가가 만들어 내는 작품의 배경에는 기계와 공생하는 인간이 있고 도시라는 문명이 존재한다. 그는 이러한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인식하였고, 이를 통해 기술이 발달한 도시나 사회의 부조리 혹은 모순 등 현재의 우리가 직면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바라보려 했다. 결국 그의 작품은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임과 동시에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간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규정되지 않은 미래의 생명체를 창조하다Scarecrow_2012
Electric wire, metallic material, motor, hydraulic cylinder,
custom CPU board, metal halide lamp_370(h) x 500 (w) x 240(d)cm

글 남지연, 자료 및 사진 대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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