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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지 않을 권리, 진정한 퇴근이 가능하려면?퇴근 후 카톡 금지법
퇴근 후 카톡 금지법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건 과연 자유의 확장일까.
직장이라는 공간에 묶여 있지 않아도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의 확장처럼 보이지만
일터 바깥에서도 일을 해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의 제한이라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냈다.


스마트 워크(Smart Work), 과연 누구를 위한 스마트인가출퇴근길의 그 고단함을 겪는 샐러리맨들이라면 ‘자유출퇴근제’와 나아가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이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과거의 회사원이라면 당연히 ‘출퇴근이 꽃’이라고 불렸지만 이른바 모든 게 스마트하게 연결된 ‘스마트 워크(Smart Work) 시대’에 출퇴근은 ‘비효율’의 상징처럼 얘기된다.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찍이 프리랜스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이렇게 출퇴근 없는 업무가 단지 ‘자유의 확장’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자유로운 시간이란 주말도 없이 누군가 ‘자유롭게’ 일을 시켜도 해야 하는 처지를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상황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톡 같은 SNS를 통해 주말이나 퇴근 후에도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업무 지시가 점점 일상화되어 샐러리맨들의 스트레스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남녀 임금노동자 2,4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열 명 중 일곱 명꼴로 업무 시간 이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여론을 수렴해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그 안에 ‘퇴근 후 회사 업무와 관련해 모바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명시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 위에 회부된 이 안건은 발의되자마자 사회적으로 뜨거운 사안이 되었다. 달라진 노동환경에 따라 법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이걸 굳이 법으로 제정해야 하는가 하는 점과 국내의 업무 환경이 해외와는 다르다는 점을 들어 우리에게는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유의 이중성, 자율은 자유가 아니다스마트 워크란 본래 지금의 샐러리맨들이 겪는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 네트워크를 활용, 그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스마트 환경이 그간의 노동환경의 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적용되었다. 출퇴근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퇴근 후까지 일할 수 있는 방식이 된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 입장이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스마트 워크를 활용한 탓이다. 물론 기술적 환경은 이미 제시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만한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쨌든 이렇게 기술적 환경이 ‘스마트’하게 변화해가고 있는 상황은 향후 머지않은 미래에 ‘자율출퇴근제’나 ‘재택근무’ 같은 새로운 노동환경으로 변화하리라는 걸 쉽게 예상하게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그 ‘자유’는 이중적인 의미를 띨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리정치>를 쓴 철학자 한병철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관리 방식은 과거 근대 권력이 썼던 ‘억압’과 ‘통제’ 같은 부정적인 방식이 아니라 훨씬 더 긍정적인 방식인 ‘자율’을 권장하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말한바 있다. 그에 따르면 자율은 마치 자유가 부여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더 정교한(심지어 노동자 각각의 심리까지 분석되는) 방식으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스마트 워크와 함께 어떤 차등보상체계를 내세워 자율 경쟁을 유도하면 회사에 출퇴근하지 않아도 실질적으로는 주말이나 퇴근 후에도 일을 하는 상황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

연결되지 않을 권리, 진정한 퇴근이 가능하려면모든 직장인들은 ‘칼퇴’를 원한다. 사실 ‘칼퇴’라는 말은 ‘올바른’ 단어가 아니다. 애초에 퇴근은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것이기에. 기술의 발전은 여러 이유로 규정된 시간을 넘어 직장에 남아 있는 샐러리맨들을 따스한 보금자리로 인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스마트 워크는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제2의 직장으로 만들었으며 그에 따라 직장인들의 자유는 전보다 더 제한되고 있다. 모든 문명의 이기가 그러하듯이 스마트 워크 또한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용이 천지 차이로 달라진다. 스마트 워크는 고용자의 이익을 대변할 것인가 혹은 피고용자의 행복을 북돋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현재 대다수의 피고용자들이 스마트 워크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는 사회 전체의 질을 떨어트릴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노동생산성만을 강조하던 산업화 시대는 지났다. 현시대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창조성을 원한다. 새로운 가치는 구시대적 배경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새로운 가치는 새로운 환경에서 탄생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고용자와 노동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첫걸음이 될 것이다. 시대를 떠나 모든 인간은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모든 직장인은 퇴근 후에라도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글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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