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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따로 또 같이

서로 다른 뿌리를 가진 나무가 만나 하나의 나무가 되는 것을 ‘연리지’라 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제한된 양분을 나눠야 하는 두 그루의 나무가 함께 살기를 고민하다 찾아낸 해결책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리지는 예로부터 화합과 공생의 상징이 되어왔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함께 자라던 나무들은 서로의 몸이 맞닿을 때까지 계속 성장합니다. 서로의 몸이 닿은 이후에도 껍질이 찢어질 때까지 계속 팽창하며 각자의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각자의 세포가 함께 살기 위한 공간을 마련한 뒤에야 뿌리에서 빨아들인 양분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기까지는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함께하기를 결정하면서도 연리지는 ‘따로 또 같이’의 정신을 잃지 않습니다. 연리지는 같은 종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다른 종과 손을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빨간 꽃과 파란 꽃, 서로 다른 꽃을 피우던 나무는 연리지가 돼서도 각자 다른 꽃을 피워냅니다. 그리고 주변의 어떤 나무보다도 풍성하게 싹을 틔우고, 탄탄하게 성장해갑니다. 하나가 된 뿌리에서 거둔 양분을 다시 각자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연리지의 모습에서 화합의 필요조건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위기 상황에서 이들의 화합은 더욱 돋보입니다. 연리 현상으로 하나가 된 나무 중 한쪽 나무만을 베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베인 나무는 다른 한쪽의 나무가 흡수하는 양분을 받아 밑동에서 조금씩 새살이 돋기 시작합니다. 한쪽만 ‘더’ 뻗어가는 대신 ‘함께’ 멀리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생존을 위해 뭉쳤던 이들은 화합이 만드는 더 큰 에너지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연리지가 쉽게 형성될 수 없는 이유는 잔바람에도 서로 맞닿기조차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닿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은 화합할 준비를 마친 것입니다. 때론 살갗이 터져나가도록 싸워도 좋습니다. 다툼과 화합은 동떨어진 말처럼 보이지만, 상처를 통해 서로를 잇는 연리지처럼 다툼은 화합의 전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온 4월의 봄에는 하나의 뿌리에서 각자의 싹을 틔워내는 연리지와 같은 화합을 써내려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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