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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전성시대,뉴스 소비자의 역할은?
뉴스 소비자의 역할은?
‘가짜 뉴스’가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경찰이 가짜 뉴스를 수사하고,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가짜 뉴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검열과 단속만으로 가짜 뉴스가 사라질까?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6년 말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꼽았다. 이 탈진실 현상을 대표하는 것이 ‘가짜 뉴스(fake news)’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가짜 뉴스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가짜 뉴스는 2017년의 화두가 됐다.
한국에서도 가짜 뉴스가 논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서는 뉴스 형식을 갖춘 전단지가 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 검사들에게 성추행 전력이 있다는 등의 ‘가짜 뉴스’로 가득 차 있었다. 기성 언론사의 제호와 헤드라인, 기사 폰트를 흉내 내서 진짜 기사처럼 만들어주는 ‘가짜 뉴스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 앱을 통해 만들어진 가짜 뉴스가 퍼진다.
대통령 선거 같은 중요한 선택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가짜 뉴스는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후보 지지를 발표했다’는 가짜 뉴스의 페이스북 참여율(공유, 좋아요, 댓글을 모두 합한 통계)은 96만 건에 달했다. 민주당 클린턴 후보가 테러 단체 IS와 주고받은 이메일이 공개됐다는 가짜 뉴스의 참여율은 75만 4000건이었다. 조기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도 대선 후보를 겨냥한 가짜 뉴스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고, 선관위도 가짜 뉴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가짜 뉴스에 대한 단속과 검열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가짜 뉴스를 모두 검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누가 가짜 뉴스를 규정할 것인가?’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가짜 뉴스’를 탓했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가짜 뉴스에는 3만 달러 수수 의혹, 조카의 뇌물 수수 의혹 등 언론의 검증 기사가 포함돼 있었다. ‘나를 비판하는 것은 모두 가짜 뉴스’라는 식의 자의적 규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저서 <음모론의 시대>에서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해석 장애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음모론은 공식적 설명과 동등한 지위를 누린다”고 지적했다. 가짜 뉴스도 마찬가지다. ‘탈진실’이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을 상처 입힌 ‘퇴주잔’ 논란은 악마의 편집으로 인한 가짜 뉴스였다. 묘에 절을 하고 퇴주잔을 마셨는데도 절하는 장면은 사라지고 음복하는 장면만 편집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를 확인 없이 퍼 나른 건 기성 언론이었다.
지난해 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여성 대통령은 안 된다, 한국을 보라”고 말했다는 가짜 뉴스가 SNS에서 확산됐다. 한 누리꾼이 만든 합성 사진이었지만 몇몇 언론이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이를 보도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쯤 되면 누가 가짜 뉴스를 만들고, 누가 진짜 뉴스를 만드는지 헷갈린다.

의심스럽다면 검색 한번만
가짜 뉴스는 뉴스 유통이 생산을 장악한 시대의 단면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언론 매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뉴스를 어디서 봤나?”라고 물으면 <조선일보> 혹은 <한겨레>라고 답하는 대신 “네이버에서 봤어”. “페이스북에서 봤어”라거나 “카톡으로 누가 보내주던데”라고 답한다. 네이버, 페이스북, 카카오톡의 역할은 더 이상 생산된 뉴스를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뉴스 유통을 장악당한 기성 언론은 네이버 검색어에 오를 만한 뉴스나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되는 이야기를 팩트 체크 없이 기사로 작성했다. 그러는 사이, 가짜 뉴스는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통해 확산되기 시작했다. 기사의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시대, 정치적이고 상업적인 의도를 지닌 가짜 뉴스 생산자들이 텅 비어 있는 ‘권위 있는 뉴스’의 자리를 치고 들어온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뉴스 소비자의 비판적 사고다. 가짜 뉴스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확증편향’을 통해 퍼진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가짜 뉴스에는 “<워싱턴 포스트>가 OO라고 말했다”거나 “영국 정치학자들이 OO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많다. 해외의 권위 있는 매체에 실리거나 석학들이 말했다고 하면 무조건 믿어버리는 정서가 바탕이 되어 가짜 뉴스가 퍼지는 것이다. 만약 카톡이나 페이스북에 믿기 힘든 뉴스가 보인다면 이렇게 자문해보자.
“이 뉴스를 전하는 매체는 어디인가? 전에 들어본 적 있는 매체인가?” 의심스럽다면 검색 한번만 해보면 된다. 다른 곳에서 이 엄청난 소식이 보도됐을까? 정치인의 발언이 문제라면 유튜브에서 검색 한번 해보면 발언의 원문이 뜬다.
탈진실의 시대, 뉴스 소비자에게 가짜 뉴스를 밀어내는 역할이 주어졌다.

글 조윤호(<나쁜 뉴스의 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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