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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도시에서 찾은 6개의 코드
5개 도시에서 찾은 6개의 코드

파리 Paris 열정
파리의 센강 좌안을 걷는다. 센강은 파리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며 도시를 반으로 가른다. 강변에 즐비한 노점상, 흥정하는 관광객, 사람들을 가득 태운 바토무슈와 노트르담 성당의 종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코디언 연주 소리, 파리는 오감으로 느끼는 도시다. 두 차례의 전쟁을 치르면서도 파리는 수많은 예술가와 문인을 이곳으로 끌여들였다. 최초의 영미 문학 서점을 연 실비아 리치, 이 서점의 단골이었던 헤밍웨이와 제임스 루이스, 피카소와 달리의 작품은 거장 거트루드 스타인을 거치며 1920년대 파리를 강렬한 색채로 물들였다.
카페 드 플로르에 앉아 나는 생각한다. 비행기도 없던 시절에 창작열이 뜨겁던 세계 각지의 문인들, 예술가들을 이곳으로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이 카페는 철학자 샤르트르와 그의 여인인 보부아르가 자주 찾은 곳이다. 그들은 번잡스러운 이 카페에서 원고를 쓰고, 열띤 토론을 즐겼다. 그로부터 100년이 흘렀다. 커피를 나르는 가르송과 눈이 마주치자, 찡긋 하며 내게 윙크를 보낸다. 헤밍웨이는 "A Movable Feast(파리는 날마다 축제)" 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파리는 '이동하는 축제' Movable Feast인지 모른다. 그들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와 자유를 향한 갈망, 관용의 문화인 톨레랑스tolérance가 한 시대의 열정을 견인하지 않았을까. 파리가 내게 묻는다. 당신의 열정의 온도는 몇 도인가.

5개 도시에서 찾은 6개의 코드

피렌체 Firenze 변화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피렌체 시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800년 전, 중세의 단단한 껍질 속에 꿈틀대던 변화의 씨앗들이 르네상스로 발아된 꽃의 도시, 이곳이 르네상스의 산실이 된 것은 메디치 가문이 이끈 경제 부흥 덕분이다. 예술가들에 대한 이들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없었다면 미켈란젤로나 보티첼리의 삶은 무명으로 끝났을 것이다. 새로운 것, 위대한 것의 제조와 유통이 메디치의 집에서 시작되었다.
열다섯 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베로키오 공방에서, 열세 살 미켈란젤로는 기를란다요 공방에서 수련생 생활을 시작했다. 라파엘로가 그 뒤를 이었다. 메이저를 꿈꾸며 평생 마이너에 머물던 이름 없는 천재들도 피렌체 곳곳에서 서로의 기량을 겨루며 경쟁했다. 정치력과 경제력을 모두 갖춘 피렌체는 문화 대국을 꿈꾸었다. 회화, 조각, 건축의 3대 장르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회화의 마사초, 조각의 도나텔로, 건축의 브루넬레스코. 이들은 15세기 전반을 이끈 코시모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이다.
15~17세기는 신플라톤주의가 들어선 시기다. 메디치 가문은 이 사상적 변화를 감지하고 시설 투자, 연구 개발 투자, 고용 창출에 박차를 가했다. 연구소를 창설하고 대학을 설립하여 핵심 역량을 집중했다. 인재를 채용하고 이들에게 새로운 시대정신을 불어넣었다. 르네상스는 사상적•정치적•문화적 변화였다. 피렌체가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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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Venice 도전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읽고 베니스로 날아왔다. 바이마르공국의 재상이었던 괴테가 비밀리에 이탈리아 여행을 감행한 것처럼. 어느 시인은 베니스에 혼자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유인즉, 누가 옆에 있더라도 그의 품에 쓰러질 것이므로... 쓰러지면 어떠한가. 베니스는 충분히 그럴 만한 도시다.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척박한 환경에서 베니스는 탄생했다. 바다 위 개펄에 말뚝을 박아 그 위에 세운 도시라는 것만으로도 베니스는 신기루 같다. 어떻게 포클레인도 없던 그 시절 그런 도전을 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역사상 가장 화려했고 가장 사치스러웠던 도시, 인간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을 품던 모든 것이 기적처럼 실현된 도시, 축제와 상업과 예술과 오페라와 도박과 환락의 도시, 베니스에서는 불가능을 말할 수 없다.
베니스의 좁은 골목 칼레를 걷는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한 좁은 길이다. 마주 오는 사람과 여지없이 어깨가 닿아야 지나갈 수 있는 길. 서로의 방향을 인정한다는 눈빛이 스쳐야 지나갈 수 있는 길. 그렇지 않고는 서로의 길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길. 닿음과 스침의 길. 베니스의 칼레가 내게 묻는다. 당신은 도전하고 있는가, 도전받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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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Praha 아름다움
프라하 구시가 광장에 서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계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시계 앞은 사람들도 가득하다. 구시청사에 설치된 독특한 디자인의 천문시계는 장인의 혼이 담긴 예술작품으로 체코를 대표하는 유물 중이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 시계는 매시 정각이면 퍼포먼스를 펼친다. 1410년 시계 장인 미쿨라시가 만들고, 프라하 수학자 겸 천문학자인 얀신델이 디자인했다. 15세기 당시 유럽인들은 천동설을 믿어 지구를 중심으로 달과 태양이 도는 형태다.
이 시계와 함께 전해 내려오는 슬픈 전설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라는 주문을 받은 시계공이 시계를 완성하자, 똑같은 시계를 다시는 만들지 못하도록 시청 공무원들이 그의 눈을 멀게 했다. 눈이 멀어버린 시계공은 어느 날 자신이 만든 시계의 탑에 올라가 부속품을 모조리 부숴버렸다.
이 이야기는 아름다움을 소유로 생각한 어리석은 이들에게 울리는 경종이다. 12시 정각이다. 천사들이 시계 속에서 나와 화려한 공연을 펼친다. 그들이 내게 묻는다. 당신은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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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시카 Corsica
코리시카섬 북서쪽을 달리고 있다. 진한 머린 블루 잉크를 풀어놓은 듯한 지중해가 오른쪽 차창에 배경 화면처럼 펼쳐져 있다. 아! 황홀하다. 코르시카는 수백 년 동안 로마와 아랍,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이민족의 침략을 받은 곳이다. 지금은 프랑스령이다. 이곳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쓰지 않고 코리시카어를 쓴다. 그들의 독립운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코르시카에서는 태양도 천천히 돈다. 골목마다 우체통이 있다. 낡은 벽의 갈라진 틈새로 이끼가 자라고 있다. 집집마다 빨랫줄과 전깃줄이 얽히고설켜 있다. 오래된 마을의 느림과 여백이 느껴지는 곳이다.
코르시카에서 한 시인을 만났다. 그는 시를 쓰려고 지중해에 왔다고 했다. 그런데 시를 쓸 필요가 없어졌단다. 왜냐고 물으니, 지중해가 곧 시라고 했다. 그의 말에서 난 비어 있으면서도 비어 있지 않은 삶의 여백을 느꼈다. 지중해의 푸른 여백이 내게 묻는다. 당신은 삶의 소중한 가치를 잘 지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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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시인 프로스트는 숲속에 난 두 갈래 길 중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하였다. 그로 인해 삶이 바뀌었다고 그의 시에서 말했다. 매일 매순간이 가지 않은 길이다. 우리는 늘 그 앞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나는 열정과 변화, 도전과 아름다움 그리고 여백의 배낭을 꾸릴 것이다. 두려울 것이다.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좌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의 모든 순간은 처음이다. 반복이나 중복은 없다. 그동안 그래왔듯이. 도전하는 삶 자체가 축복이고 기적이다.
고래는 더 넓은 대양을 향해 나아갈 때만 꿈을 꾼다.가지 않은 길이 내게 묻는다. 당신은 이 길을 갈 것인가. 간다면 기적을 만날 것이고, 가지 않는다면 기적은 당신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답은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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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그림 이현숙 팀장(기업지원컨설팅부 일자리창출팀)

댓글 보기
조조
2017.08.11
다음은 어디를 소개해 주실까 너무 기대됩니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며 대리만족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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