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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도서
오래된 식당을 닮은 단순하고 우직한 셰프의 에세이
백년식당

미식 도서시간 여행자처럼 시간과 공간을 지켜온 맛을 찾아 주인장들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우리 음식 문화의 특별함을 기록했다.

노포, 오래된 가게. 서점에서 음식 에세이 섹션을 둘러보던 중 <백년식당: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기행>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필자는 맛집을 좋아하지만 갑자기 입소문을 탄 식당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맛집 검증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첫째요, 지난 경험을 돌이켜볼 때 유명세에 못미쳐 본전 생각이 난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즐겨찾는 맛집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자주 찾으시던 오래되고 투박한 옛멋이 깃든 집이 대부분이다. 노포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옛것에서 나오는 깊은 내공의 오라가 분명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식당 중 나의 맛집 리스트에 있는 곳은 몇 군데나 될는지, 리스트의 공백을 메울 맛집은 어느 곳인지에 대한 ‘맛있는 기대감’과 함께 책을 집어 들었다.

당연히 100년 된 식당은 없다!‘맛있는 기대감’과 달리 책을 고작 여섯 장째 넘겼을 때 저자는 ‘100년 된 식당은 없다’고 말한다. ‘백년식당’이라면서 정작 100년을 채운 집은 없다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100년, 200년 가까이 대를 이어온 맛집이 수두룩하다. 이에 대해 필자는 근대사와 함께 그러한 배경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끔찍한 전쟁과 후유증, 쿠데타 그리고 산업화와 현재에 이르는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어떤 식당도 100년의 세월을 차분히 보낼 상황이 되지 않았다. 또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외식업이 팽창하며 분점이나 프랜차이즈 열풍이 불었고, 우직하게 솥에 밥을 하고 24시간 불을 때 국을 끓이는 건 바보 취급당하던 시절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어진 IMF로 경기가 어려워지며 업력을 쌓아갈 식당도 무너져 요식 역사의 단절을 가져왔다.

Since 19XX, 20XX아무리 역사의 단절이라고는 하나, 고작 10~20년 업력을 역사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오그라든 손발은 간판 속 ‘since’ 문구를 쳐다본 우리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업력이 짧아도 since 문구는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가게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 이제는 영업의 한 요인이 된 것 같다. 문득 원조 열풍이 생각났다. 족발, 부대찌개부터 초코파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까지 원조 열풍은 음식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원조의 의미가 아니다. 얼마나 진솔한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는지, 그리고 그 맛을 얼마큼의 세월 동안 지키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아버지 유언이 뭔지 아세요? 불을 끄지 말고, 계속 영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 아버지 상을 모시면서도 솥은 계속 끓였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있었던 것이지요.” -서울 종로 ‘청진옥’ 주인장의 인터뷰 중

최근 트렌드 중 하나인 정해진 인원만큼의 예약제나 영업 마감이 임박하면 칼같이 ‘closed’를 내거는, 소위 말해 잘나가는 레스토랑의 영업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부친상을 치르면서까지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위해 불을 지피는 정성. 업력이나 역사보다는 음식을 준비하는 자세, 손님을 위해 좋은 재료를 엄선하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백년식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이라는 숫자는 상징적일 뿐 그만큼 오래된 식당은 다 이유가 있다. 학부 시절, 영문학 시간에 배운 레스토랑의 어원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이 떠올라 다시금 찾아보았다. 라틴어로 ‘restaurans(회복하다)’가 그 어원이다.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배를 채우는 공간을 뛰어넘어 몸을 쉬고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백년식당’이라는 수식어를 품을 자격이 되지 않을까? 이번 기회를 통해 낡고 투박하지만 할머니의 손맛과 할아버지의 품을 떠올리게 하는 옛 정취가 깃든 노포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

미식 도서논현역지점 김성민 계장

국어학자가 차린 밥상 인문학, 우리 음식의 언어
우리 음식의 언어

미식 도서먹고 사는 일을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오늘 저녁 밥상이, 더불어 먹고 사는 일상이
조금은 풍성해 보일지 모르겠다.

‘솔로 이코노미’는 1인 가구의 증대로 새로이 등장한 1인 가구 중심의 경제 개념을 말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1990년 9%에서 2017년 현재 27.2%로 증가하여 평균 네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가 되었다. 만약 솔로 이코노미가 생소하다면 ‘혼밥’, ‘혼술’은 어떠한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물론 부모님 세대에게도 이미 익숙해진 용어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혼밥과 혼술은 다양한 매스컴에서 우리 식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 그런데 혼밥과 혼술은 그저 ‘혼자 먹는 밥’, ‘혼자 먹는 술’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까? 문득 이 두 단어가 그리 단순한 의미로만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 답이 <우리 음식의 언어>에 있다.

한국인의 밥상은 예로부터 언제나 풍성했다. 가난하던 시절, 입에 넣을 반찬은 부족했지만 온 가족이 둘러앉아 서로의 허기를 채워주며 콩 한쪽도 나눠 먹던 그 시절의 식탁은 그런 의미에서 풍성했다. 하지만 오늘의 식탁은 풍성하지만 풍성하지 않다. 맛있고 다양한 반찬으로 수놓은 식탁의 주인은 많아야 두세 사람에 불과하다. 서로 물 한잔 따라 줄 사람 없는 식탁도 많아 반찬이 없어도 즐거웠던 식탁의 즐거움은 온데간데없다. 그 자리엔 그저 ‘얼른 한 끼 때우고 말지’가 남았을 뿐이다. 혼자 먹는 밥의 외로움은 그렇게 ‘집밥’의 의미와 가치도 바꿔놓았다. 요즘 TV 프로그램 중 <집밥 백선생>이 인기다. 이 프로그램의 소개 글을 보면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누구나 집에서 쉽게 요리를 할 수 있는 생활 밀착 예능 프로그램’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집밥 프로그램의 흥행은 역설적으로 집밥의 부재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이 집밥이 아닌 ‘밥집’이라 불리는 식당에서 대충때우듯 먹고 만다. 그야말로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우리는 정말 잘 먹으며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는 개인주의를 견고하게 하는 토양이 되고, 돈을 벌기 위해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어려운 경제 상황은 ‘혼자’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만드는 바탕이 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먹고 말하는 것들에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음식의 언어>가 포착하고 있는 것도 결국 식생활 너머에 있는 우리의 자화상인 셈이다.

책은 혼밥과 혼술 이외에도 빵, 면, 쌀 등 다양한 음식과 관련된 거의 모든 말을 꼼꼼히 되짚고 있다. 너무나 익숙해서 오히려 관심을 갖지 않던 말들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삶의 향기를 불어넣어왔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음식 이름이 과연 사고의 소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음식의 언어로 한 권의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서술이다. 그리고 음식에 관한 책일뿐더러 지극히 인문학적인 책이다. 음식에 담긴 한국인의 삶의 변천사, 사고 그리고 마음을 부단히 찾아 정성스럽게 엮었기 때문이다.

지극히 익숙한 소재에서 생소한 즐거움을 찾고 싶은 독자라면이 책을 권한다. 필자는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책의 주제와 교훈 이외에도 예상치 못한 소재가 주는 생소하고 신선한 재미에 만족했다. 책이 아니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재미 그리고 도달하지 못했을 사고의 영역에서 느낀 그 설렘을 권하는 바다.

미식 도서구로유통단지지점 정윤하 계장
글 김성민 계장, 정윤하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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