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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필기구의 자존심을 지켜나가다자바펜 정창수 대표
자바펜 정창수 대표
무궁화, 한글 자음, 태극무늬, 사군자, 호랑이, 전통 탈, 전통 춤, 훈민정음이 선명히 새겨진 볼펜과 신랑ㆍ각시 모양의 형광펜, 대한민국 각 지역의 랜드마크가 그려진 3색 유성 볼펜, 용과 학을 양각한 고급 펜. 모두 자바펜에서 출시하고 있는 필기구다.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를 새겨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품질’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산 필기구의 자존심을 지켜나간다는 신념으로 20여 년간 품질을 향상해온 자바펜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필기구로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가슴에 달고 자랑스럽게 세계를 누비고 있다.

자바펜 정창수 대표
좋은 펜에 좋은 정신이 깃들다정창수 회장은 국산 필기구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1997년 자바펜을 창업해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한국 빠이롯뜨에서 15년간 일하며 영업본부장 자리까지 올랐던 그는 한국 빠이롯뜨가 국내 생산 제품을 줄여가는 모습을 보고 큰 회의를 느꼈다.
“국산 필기구업체로 1등 회사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메이드 인 코리아’, 국산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했죠. 또 하나, 우리는 신생 회사로 브랜드 파워가 약하기 때문에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어요. 값이 싸면 한 번은 쓸 수 있지만 다시는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품질이 좋으면 브랜드 파워가 약해도 소비자들에게 다시 선택받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어요. 천천히 가더라도 반듯한 회사로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죠.”
당시 초심은 지금까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지속되어왔다. 특히 품질에 대한 그의 욕심은 끝이 없다. 지금까지도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3박 4일 일정으로 출장을 간다. 자바펜의 필기구가 가득 든 가방을 들고 50여 곳의 문구점을 직접 찾아 진열장을 채우고, 주문을 받고 신제품에 대한 조언을 구하며 불량품을 수거해 온다.
“불량품을 모아 주시면 꼭 감사하다고 인사를 합니다. 수거한 불량품을 샅샅이 살펴 원인을 찾아내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해야 신제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거든요.”
더 중요한 일도 많을 텐데 대표가 이런 일까지 하나 싶지만, 그는 현실 감각이 회사 운영의 밑바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직원들은 문제점을 보고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을 하는 건 대표이사의 역할입니다.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직접 꿰고 있어야 해요.”

자바펜 정창수 대표
이익보다는 신념을 따르다국산에 대한 자부심도 여전하다. 국내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전혀 없을 일이다. 그뿐 아니라 이제는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에도 눈이 틔었다.
“한번은 인사동에서 값싼 중국 펜에 우리나라 전통 문양을 새긴 필기구를 봤습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어요. 그 결과 전통 문양을 새긴 펜을 생산하게 되었죠.”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전통 문양을 넣은 펜을 출시하게 되었고, 그중 한글 자음을 이용한 펜은 디자인상까지 받으며 품질은 물론 아름다움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수익성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수익을 바라고 시작한 사업은 아닙니다. 다만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대한민국의 품질이 뛰어난 필기구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도 오래도록 한국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자바펜 정창수 대표
만년필 사업도 마찬가지다. 과거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입학, 졸업 선물로 각광받던 만년필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자 만년필을 생산하던 국내 회사들은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자바펜만은 예외였다.
“고급스러우면서도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만년필을 한곳에서만이라도 생산해야 해요. 자바펜이 없으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선물을 하거나 국제 문서에 서명을 할 때 몽블랑 만년필을 사용해야 합니다. 국산 필기구 회사로써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겠어요.”
자바펜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급 만년필을 생산하는 회사로 남아 있는 까닭은 바로 국산 필기구업체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자바펜 정창수 대표IBK기업은행 창신동지점 박희경 지점장, 자바펜 정창수 대표
투명 경영으로 모범 답안을 쓰다자바펜이 우리나라 대표 선수로 부끄럽지 않은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경영의 투명성이다. 그는 스스로 세 가지가 없다고 자랑한다. 그의 이름으로 된 땅과 통장, 자바펜 이외의 주식이다.
“법인 회사 하면 대표가 월급을 받고, 그 외 이익은 회사에 귀속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죠.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뿐 칭찬받을 일은 아닙니다.”
그는 법인 카드로 쓴 내역은 모두 영수증을 첨부하고, 부득이하게 법인 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게 되면 반드시 채워 놓는다. 또 회계사와 노무사를 고용해 회사의 회계 투명성과 직원들의 노동권을 철저히 지킨다. 그가 한국 빠이롯뜨에서 근무할 당시 사장을 자바펜의 고문으로 두고 매주 회사 업무 처리에 관해 브리핑을 하며 스스로를 단속하기도 한다.

자바펜 정창수 대표
중소기업 직원들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퇴직금부터 걱정한다. 그는 직원들의 퇴직금을 지켜주기 위해, 은행에서 퇴직연금 상품을 출시하자 마자 직원들이 퇴직금을 은행에서 찾을 수 있도록 바꿔두었다. 이렇게 투명한 경영 철칙을 통해 얻은 이익은 그대로 회사 차원의 개발과 투자로 이어졌고, 직원들의 복지에 쓰였다.
세계시장 진출을 준비할 때도 원칙이 우선이었다.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지 않기 위해 단 한 푼도 적게 받지 않고 수출하겠다는 신념을 지켜갔다. 수출은 1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서두르지 않았다.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자바펜의 품질을 인정받고 충분한 값을 쳐줄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비록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자바펜은 천천히 우직하게 시장에 맞설 계획이다. 태국 백화점에는 이미 자바펜이 입점해 고급 필기구로써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만큼 자신감도 있다.

자바펜 정창수 대표
서로에게 감명을 주고, 용기를 얻으며 새 역사를 쓰다정창수 대표는 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기업이 브랜드를 알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30년입니다. 한 세대가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브랜드가 시장에 알려지고 중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그런데 30년을 이어가면서 기업이 혼자 버텨내기는 쉽지 않죠. 그 힘든 시간 동안 은행이 도와줘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정창수 대표 역시 자바펜을 창업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동안 모아둔 월급과 퇴직금을 합쳐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 돈으로 기업을 만들려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이때 IBK기업은행 창신동지점을 만나 큰 도움을 받았다. 그 뒤로도 IBK기업은행은 자바펜이 어려울 때마다 든든하게 뒷받침을 해주었다.
“이미 판매한 만년필이 경기 침체와 유행 변화로 반품되기 시작할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만년필은 부가가치가 높고, 단가도 높은 편이라 다른 필기구를 판매해 애써 올린 수익을 다 토해내야 할 정도였죠. 당시 IBK기업은행 창신동지점에 계시던 이계용 지점장님이 사정 얘기를 들으시더니 신용보증기금에 자바펜을 소개해주셨어요. 그때 고비를 넘기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자바펜은 없을 겁니다.”

자바펜 정창수 대표
지금의 번듯한 사옥도 IBK기업은행의 도움으로 세울 수 있었다. 사옥을 짓기 이전에는 창신동에 자리한 한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올해 4월 사옥을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마친 뒤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탄탄하고 경쟁력 있는 필기구업체로 우뚝 선 지금도 IBK기업은행은 자바펜을 위한 홍보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IBK기업은행 중부지역 박상온 본부장의 소개로 서울역에 위치한 중소기업 명품마루에 자바펜이 입점하게 되었다. 서울역을 찾는 외국인들이 자바펜을 한국 방문 기념으로 구매하거나 선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홍보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동반자 관계라는 말 그대로 IBK기업은행과 상부상조하면서 자바펜이 커가고 있습니다. 저희도 IBK기업은행처럼 브랜드 자체로 신뢰를 얻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IBK기업은행 창신동지점 박희경 지점장 역시 정창수 대표를 보며 느낀 바가 많았다고 말한다.
“보시다시피 원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대표님을 보면서 감명받을 때가 많아요. 현장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발로 직접 뛰는 노력도 본받을 만하고요.”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자바펜과 IBK기업은행은 경영의 투명성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경영,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라는 자부심까지 똑같이 닮아 있다.

자바펜 정창수 대표

글 강나은, 사진 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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