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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멋진 날,소프라노 김수연과 함께한 클래식 산책
소프라노 김수연과 함께한 클래식 산책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는 잔잔한 클래식 선율에 더욱 마음이 동한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던 길을 걸으며, 소프라노 김수연과 음악과 낭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년 중 딱 한 달. 성악가들은 10월에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낸다. 이맘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와 함께 가곡이 더욱 사랑받아서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 저 하늘이 기분 좋아 /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 사랑은 가득한 걸 /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

잔잔한 목소리와 어우러진 노랫말은 가슴에 콕 박힌다. 평범한 단어 하나가 팽이처럼 핑그르르 돌다 톡 하고 마음을 건드릴 줄 누가 알았나. 말랑말랑해진 마음을 계절 탓으로 돌리기엔 음악이 가진 힘이 너무도 크다.

소프라노 김수연과 함께한 클래식 산책
‘IBK 참! 좋은 음악회’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는 소프라노 김수연을 만났다. 가을에는 관객과 자주 볼 수 있어 즐겁다는 그녀는 바쁜 일정 중에도 생기가 넘쳐 보였다. 오스트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한 그녀는 맑고 섬세한 목소리를 가진 소프라노다. 무대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는 오페라 <마술피리> 중 아리아 ‘밤의 여왕’. 소프라노 조수미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밤의 여왕'은 각국 소프라노를 적나라하게 비교한 영상이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 사실 널리 알려진 대중성과 별개로 ‘밤의 여왕’은 기교와 고음을 소화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곡이기도 하다. 반면 지켜보는 사람은 숨도 쉬지 않고 왔다 갔다 하는 기교에 희열을 느낀다. 성악가에게는 결코 만만한 곡이 아니다.

“많은 국내 관객이 음악회에서 ‘밤의 여왕’을 청해요. 외국인들은 ‘밤의 여왕’이 한국에서 인기 레퍼토리인 걸 알고는 깜짝 놀랄 정도예요. 사실은 무척 어려운 곡이거든요. 부를 때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어려운 곡을 자주 해내는 우리나라 성악가들을 더욱 단련시킨다는 장점도 있어요.”

소프라노 김수연과 함께한 클래식 산책
오페라와 뮤지컬은 노래로 대사를 전달하는 음악극이지만 관객이 느끼는 체감은 확연히 다르다. 오페라가 관객에게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건 익숙지 않은 발성법,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 가사 때문이다. 오페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전체를 관통하는 내용을 미리 알고 가는 편이 좋다.

“성악가들은 늘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노래를 부릅니다. 마냥 고음을 내거나 목소리만 예쁘게 부르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관객은 ‘밤의 여왕’을 듣고 여왕의 화난 모습을 발견하거든요. 여왕이 왜 화가 났는지 전 후 이야기를 유추해나가는 재미가 있어요. 의상의 색감 또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단서예요.”

소프라노 김수연과 함께한 클래식 산책
김수연은 클래식을 낯설어하는 이들에게 자주 들어보라고 조언한다. 막연한 거부감 대신 일단 한번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CF나 TV 프로그램의 배경음악,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등 일상에서 클래식이 우리 곁을 종종 스쳐 지나갑니다. 다만 모른 채 흘러갈 뿐이죠. 일단 들어보세요. 같은 곡이라도 성악가에 따라 표현 방식은 천차만별이에요. ‘이 곡은 뭐지?’, ‘누가 불렀지?’라는 호기심이 중요해요. 자주 들을수록 귀가 열리죠.”

알려지지 않은 좋은 곡들이 참 많다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 곡도 저 곡도 들려주고 싶은 그녀는 천생 성악가다.

소프라노 김수연과 함께한 클래식 산책
대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많은 클래식 음악가들이 편곡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김수연은 tvN에서 방영한 <오페라스타>의 멘토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2011년 방영된 <오페라스타>는 가수들이 서바이벌 형식으로 오페라 아리아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수십 년 차 인기 가수라도 오페라는 초보다. 가사를 외우느라 진땀을 흘린다. 그런데도 노력을 통해 불가능을 성공으로 이끈 가수들의 도전기에 호평이 쏟아졌다. 오페라 무대를 통해 미처 몰랐던 가창력을 뽐낸 가수들도 있다. 김수연은 도전자들을 보며 같은 음악인으로서 큰 자극이 됐다고 말한다.

소프라노 김수연과 함께한 클래식 산책
‘IBK 참! 좋은 음악회’도 많은 이들에게 클래식을 알리는 공연이다. 지방에 사는 이들이 자주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공연을 펼쳐 더욱 의미 있다. 모든 공연이 저마다 깊은 의미를 지니지만 지난해 참여한 ‘IBK 참! 좋은 음악회’는 김수연에게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다. 장기 연습을 하는 오페라 공연과 달리 음악회는 함께 출연하는 이들과 교류할 일이 거의 없는 편이다. 지난해에는 성악가 서정학, 류정필, 강혜정과 함께 무대에 섰다. 지방 공연을 다니며 음악에 대한 고민과 응원을 나누며 더욱 돈독해졌다. 서울에 돌아와서도 종종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친구들이다. 올해는 새롭게 바뀐 멤버들과 공연을 시작했지만, 이번 공연 또한 예감이 좋단다.
그녀의 꿈은 따뜻한 음악인이 되는 것이다. 나이가 점점 들수록 체력의 한계 때문에 노래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죽기 직전까지 음악을 하고 싶은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소프라노 김수연과 함께한 클래식 산책
“이맘때는 가곡이 듣기 참 좋아요. 가을의 낭만과 정말 잘 어울리거든요. 오늘 날씨나 주변의 나무만 느껴도 감사한데 어릴때는 그런 행복을 몰랐던 것 같아요. 그래선지 지금은 노래하는 매 순간이 감사해요. 노래만 하는 소프라노보다는 동시대 사람들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나란히 걸어가는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 눈을 뜨기 힘든 높은 저 하늘에서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다. 이어폰을 통해 클래식 선율도 이어진다. 아, 음악과 낭만은 오래오래 계속되어라.


글 안하현, 사진 안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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