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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삶도 오직 정석(定石)으로 달린다아성크린후로텍주식회사 김형수 대표
아성크린후로텍주식회사 김형수 대표
아성크린후로텍주식회사의 역사는 무려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평균수명이 대략 11년임을 감안할 때, 2017년 8월 창립 50주년 행사를 연 아성크린후로텍주식회사가 지나온 세월은 가히 놀랍기만 하다. 불과 25세의 나이에 창업해 자신이 걷는 길을 대한민국 플라스틱밸브의 역사로 만들어온 김형수 대표를 만나보았다.
25세, 도전장을 내밀다머리는 희끗하지만 눈빛은 그 누구보다 강렬하다. 미소는 부드럽지만 어조는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다. 아성크린후로텍주식회사(이하 아성크린후로텍)를 이끄는 수장 김형수 대표에 대한 인상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러했다.
처음 플라스틱밸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25세. 지금이야 벤처기업이니 청년 창업이니, 젊은 사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당시만 해도 거래처 직원을 만나 ‘사장’이라고 인사를 하면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하던 시절이었다.
“제가 어릴 때는 먹고살기가 아주 힘든 시절이었어요.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당시 초급대학(전문대)이던 광운공대 전자설계과에 입학했습니다. 당시 광운공대는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술양성소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저도 다른 학생들처럼 등록금을 면제받는 대신 졸업 후에는 전화국에서 3년간 근무하기로 각서를 쓰고 들어갔지요.”
그러나 군대를 다녀온 김형수 대표는 마음을 바꿔먹었다. 전화국에서는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학교에 학비를 변제한 그는 사카린을 만드는 회사에 취업을 했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플라스틱밸브’라는 사업 아이템을 만났다.
“당시 일본에서 플라스틱을 개발했어요. 이때 제가 아는 지인도 서울 쌍문동에 공장을 짓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제가 다니던 회사에 그 제품을 팔기 위해 왔습니다. 그때 저와 함께 일하던 상사가 그걸 보고 유망한 사업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아! 내가 이걸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죠.”
안정적인 월급이 보장된 회사를 1년 6개월 만에 박차고 나온 그는 제일 먼저 일본, 미국, 독일 등 국내에 있는 선진국 대사관에 편지를 보냈다. “당신네 나라에 있는 플라스틱밸브 회사의 카탈로그를 좀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카탈로그를 보내주더라고요. 그때부터 카탈로그에 나와 있는 사진과 재료, 사이즈 같은 제품 정보를 보고 연구하기 시작했죠.”

아성크린후로텍주식회사 김형수 대표
청년 사장, 배우고 익히다젊디젊은 사장이 제자리를 잡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플라스틱밸브를 만들려면 원료를 녹여 사출기에서 금형을 찍어내야 하는데, 당시만 해도 그런 기술은 우리나라에서 꿈조차 꾸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대신 가공은 할 수 있었다. 김형수 대표는 파이프나 판을 용접해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일본은 인건비가 저렴했던 우리나라에서 만든 물건을 가져갔다. 금형 기계를 자체 개발하기 전까지 김형수 대표는 청계천에 빼곡했던 용접 공장을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난관은 또 있었다. 필요한 철 부속품을 만들려면 공장에 도면을 그려 줘야 제작을 해주는데, 김 대표가 직접 그린 도면을 갖다 주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기계 설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쉰 살이 넘은 사장님들이 혀를 차면서 타박을 했어요. 이 정도도 모르면 직원을 좀 구해서 쓰라고요. 하지만 사람을 쓸 여력이 없었던 저로서는 스스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다 못한 공장 사장님은 결국 설계도 그리는 방법을 손수 가르쳐주셨고, 김형수 대표는 부지런히 배우고 익힌 끝에 비로소 제대로 된 제품 설계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1970년 금형 기계를 자체 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외주로 제작했는데, 기계를 쓰다 보면 고장도 나고 AS도 받아야 하잖아요. 그러면 번거롭기도 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1980년대 초에는 아예 금형 공장을 세웠어요.”

아성크린후로텍주식회사 김형수 대표아성크린후로텍주식회사 김형수 대표와 IBK기업은행 구로유통단지지점 김재만 지점장
세계 최고의 플라스틱밸브를 위하여이쯤에서 의문이 하나 든다. “왜 밸브를 강한 철이 아니라 내구성이 약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가?”이다. 김형수 대표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플라스틱은 철과 달리 썩지 않고, 약품에 잘 견디며 독성이 나오지 않아 위생적입니다. 이는 반도체, 제약회사, 화학회사, 상수도업체 등에서 우리 플라스틱밸브와 배관 자재를 쓰는 이유입니다.”
사업 초기, 플라스틱에 대한 세간의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에 고전한 김형수 대표는 오직 품질로 승부를 걸었다. 제품을 제작하면 염산과 가성소다를 만드는 화학 공장에 보내 직접 사용해보도록 했고, 밸브가 터져 염산이 샌다는 연락을 받으면 새벽이라도 맨발로 뛰쳐나가 문제가 된 제품을 수거해 와 결점을 꾸준히 보완해나간 것이다. 잠도 거의 자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김형수 대표의 경영 철학은 확고하다. 오직 최고의 원료로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는 좋은 제품을 개발해 공급하겠다는 단순하고 정직한 신념이다.
“저희 회사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플라스틱밸브를 개발한 기업입니다.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들겠다는 욕심 하나로 한눈팔지 않고 오직 한길만을 걸어왔어요. 남들 권유대로 부동산에 투자했으면 수천억 자산가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제가 바라는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품을 만들면서도 저는 직원들에게 평생 한 가지만 당부해왔습니다. 자기가 한 일은 반드시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요. 품질 관리는 구호나 이론이 아니라 기계에 붙어서 제품을 만드는 직원이 제일 잘 아는 것이고, 회사는 그들에게 의존하는 거죠. 늘 현장 직원들과 얼굴을 마주 대하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챙기는 이유입니다.”
남들은 은퇴를 생각할 나이지만 김형수 대표는 여전히 월요일에는 당진공장, 화요일에는 안산공장, 수요일에는 관련 업체, 목요일에는 본사 업무, 금요일에는 지방에서 운송사업 업무를 본다. 섬광처럼 스치는 아이디어를 행여 놓칠까 자동차와 잠자리 머리맡에는 늘 메모지와 볼펜을 두고 사는 열정 또한 젊은 시절과 다를 바 없다.
50년이 넘도록 회사를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월급을 밀린 적 없는 사장, 예전에는 직원 자녀들의 육성회비를 내줬고, 지금은 대학교 학비를 지원하는 회사, 힘들었던 때를 잊지 않고 직원들이 마음껏 자녀 교육을 시키길 바라는 마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경영자. 그가 바로 김형수 대표다.

아성크린후로텍주식회사 김형수 대표아성크린후로텍의 플라스틱밸브 제품들
아성크린후로텍주식회사 김형수 대표아성크린후로텍주식회사 김형수 대표와 직원들
무차입 경영, IBK기업은행의 초우량 고객아성크린후로텍은 무차입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구로유통단지지점이 9년 전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대출 없이 예금만으로 VVIP 고객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성크린후로텍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빚은 없을 것이다. 김형수 대표는 공장을 짓거나 기계가 필요할 때마다 돈을 모아서 샀다.
“아성크린후로텍은 유동성이 풍부한 초우량 기업으로, 김형수 대표님은 기업가 정신이 특출한 기업인입니다. 매사에 올곧고 정도만을 걷는 분이기 때문에 저희 역시 대표님을 대할 때면 더 조심스럽고 최선을 다하게 되죠. 또 저희하고만 거래하시는 게 아니라 인근 모든 은행과 거래하시는 만큼 저희 입장에서는 어려운 고객이시기도 합니다.”
김재만 지점장이 웃으며 이야기한다. 김형수 대표가 김재만 지점장의 이야기에 작게 미소를 짓는다. 돈이 움직일 때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그이기에 쉽게 예금을 빼거나 옮기지 않는다고 한다.
“IBK기업은행은 여느 은행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국책 은행으로서 기업과 함께 가는 동반자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요. 바라는 게 있다면 각자의 입장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었지만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하길 원합니다. IBK기업은행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면 다른 은행과 비교해 조금 부족하더라도 저는 만족하니까요.”
김재만 지점장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나 정직하게 정공법으로 이야기하고 숨김없이 속내를 드러내며 조율하는 김형수 대표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수 대표와 김재만 지점장은 은행과 고객이라는 서로 간 입장 차이는 있지만 그 안에서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조금은 아쉬워도 파트너십을 잊지 않고 미래를 함께할 것을 다짐하는 두 수장의 모습이 더없이 근사한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대, 김형수 대표는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첨단산업 시대가 도래하면 정밀하고 위생적인 플라스틱밸브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향후 우주산업에까지 그 영역이 넓어질 것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성크린후로텍의 밝은 미래, 그 안에서 IBK기업은행 또한 가장 믿음직스러운 조력자 역할을 하리라 굳게 믿어본다.

글 이경희•사진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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