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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의 조합이 이끄는 ‘새로움’디자이너 그룹 ‘크래프트콤바인’
디자이너 그룹 ‘크래프트콤바인’
흩어져 있을 때는 서로 다른 조각 같았다. 하지만 한데 붙여놓고 보니 이보다 절묘한 조합이 없다. 도무지 섞일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재료들이 디자이너의 영감과 만나 새로운 매력을 드러낸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디자이너 그룹 ‘크래프트콤바인’은 ‘다름’의 결합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디자이너 그룹 ‘크래프트콤바인’왼쪽부터 조준익, 김예진, 이기용
공예와 디자인의 만남‘공예(craft)’와 ‘결합하다(combine)’라는 단어를 조합한 이름에서부터 그들의 정체성을 찾아볼 수 있다. ‘결합’은 각기 다른 재능을 지닌 사람들의 만남으로도 완성된다. 크래프트콤바인의 시작은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프로덕트디자인 전공 수업 중 하나였다. 이기용과 조준익, 박윤 세 사람이 전공수업을 들으며 팀 과제를 함께한 것이 그 시작. 안면은 있었지만 이전까지 친분은 없었다는 그들은 그렇게 처음으로 협업했다. 이듬해 동문 김예진이 팀에 합류했고, 현재는 4명의 멤버가 크래프트콤바인을 꾸려가고 있다.
“그때 같이 들은 수업의 내용이 제품을 디자인하고 브랜딩까지 하는 거였어요. 3학년 전공 교과 중에서도 꽤 중요한 과목이었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열심히 했고, 만날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저희는 세종캠퍼스(조치원)에서 공부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공정 하나를 하려고 해도 서울에 야 해서 장시간 같이 이동할 일이 많았죠. 그 과정에서 팀워크가 생긴 것 같아요.” (이기용)
여느 대학의 팀 과제가 그렇듯, 이들도 수업을 마치고 나서 자연스럽게 해체 순서를 밟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 맞는 이들과의 작업은 그들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각기 다른 재능을 지닌 이들이 모였다는 점은 확실한 시너지를 불러일으켰다. 어렵게 만든 작품을 한 번의 경험으로 치부하고 폐기하기에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사진가 박윤이 이들의 결과물을 매번 사진으로 기록했는데, 이를 자료 삼아 자신들의 작업 내용을 외국 잡지에 투고했고, 그 내용이 기사화되면서 디자인계에 크래프트콤바인의 존재가 널리 알려졌다.
“다른 이들도 우리 작업을 새로운 시도로 본다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외부에서의 반응을 확인하니 공동 작업을 하는 게 더 재미있었고요.” (조준익)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곳곳에서 전해오는 긍정적인 반응은 크래프트콤바인이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취업과 창업의 갈림길에서 그들은 안주보다 도전을 택했고, 지금까지 ‘크래프트콤바인’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디자이너 그룹 ‘크래프트콤바인’Planet Planter : Brass, Copper
디자이너 그룹 ‘크래프트콤바인’

사람의 손으로 디자인을 완성하다크래프트콤바인은 서로 다른 재료의 조합 그리고 공예와 디자인의 조화를 통해 자신들의 감각을 세상에 선보인다. 사람의 손을 거치는 생산 공정을 통해 쉽게 복제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 재료의 본질적인 가치를 제품에 담고자 한다. 멤버들의 전공 분야가 다른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 이기용은 제품 디자인을, 조준익은 금속 디자인을, 김예진은 섬유패션을 전공한 만큼 이들이 제작 과정에서 다룰 수 있는 재료의 폭은 매우 넓다.
“예전에는 다양한 재료를 결합하는 시도를 주로 했어요. 사실 제품을 만들 때 성질이 다른 재료를 사용하면 구조적인 면에서나 결합 방식에서 난관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한계를 우리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꾸준히 새로운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이기용)
시행착오는 도전 과정에서 늘 뒤따르는 어려움이었다. 초창기에는 제품 양산이 목표였으나, 디자인과 재료를 결합하는 데 절충점을 찾지 못해 포기한 적도 있다. 이런 경험은 디자인을 추구하면서도 생산 공정의 효율을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재료에 대한 고민도 이어갔다. 초창기 작업물 ‘크래프트콤바인 라이트(Craft Combine Light)’를 만들 때는 합성수지인 레진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좀 더 친환경적인 소재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사이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관련 기획의 전시회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 과정이 크래프트콤바인의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죠. 우리 안에서도 계속해서 변화가 일어나는 거죠.” (김예진)
2015년부터 시작한 폐팔레트 업사이클 가구 프로젝트는 그런 고민에서 비롯된 하나의 답이다. 공장이나 창고 등지에서 각종 화물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플랫폼인 팔레트는 사용 후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소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크래프트콤바인은 이를 활용해 의자를 만들었다. 단순히 폐팔레트를 분해해 목재만 사용했다면 쉬웠을 터. 하지만 팔레트에 사용하는 목재의 질은 그리 좋지 않았다.
“당시에는 할 수 있으면 업체에 맡기는 대신 우리 손으로 직접 작업했어요. 덕분에 재료나 기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죠. 상품을 제작하든 작품을 하든,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하기보다 새로운 디자인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한계를 넘어서면서 저희의 외연도 넓어지고, 더 참신한 결과물이 나오니까요.” (조준익)

디자이너 그룹 ‘크래프트콤바인’Craft Combine Candle holder : Cement, Crashed Glass Bottle
디자이너 그룹 ‘크래프트콤바인’Piece Furniture Series_Piece Furniture City : Brass, Acrylic
여럿이 함께해 더욱 좋다개성 강한 이들이 모였지만, 그들은 오히려 “함께해서 결정하기가 더 쉽다”라고 말한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으면 결코 보지 못하는 점을,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확인할 기회가 많은 까닭이다. 디자인에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정답이 없으므로. 어느새 역할 분담도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이기용이 대외적인 의견 조율과 서류 작업을 주로 한다면, 전반적인 디자인 구조와 해결 방법은 조준익이 담당한다. 그래픽과 2D 디자인작업에는 김예진이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2017년 봄, 대학을 졸업한 그들은 공식적으로 법인을 설립하며 공동대표가 되었다. 대학생 모임이 아닌 어엿한 회사로 크래프트콤바인을 키워가는 것이 앞으로 그들이 해야 할 일. 가깝게는 ‘제3회 한글창의아이디어공모전’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은 한글 팽이를 상품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선보인 한글 팽이를 보완해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안전한 장난감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할 때 추천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 될 수도 있죠. 상품화를 하려면 제품만이 아니라 패키지나 그래픽 등 다방면에서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요.” (김예진)
이제까지 소품 위주로 작업해온 그들은 앞으로 디자이너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에도 도전하고자 한다. 물론 아직은 기획 단계지만, 그들은 차근차근 자신들의 생각을 현실로 풀어놓을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다름은 성장을 위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디자이너 그룹 ‘크래프트콤바인’Patterned Pallet Furniture_Used Wooden Pallets Up-Cycle Project :Chair, Table, Stool
글 정라희•사진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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