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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을 붙드는 15초의 마법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방은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방은하
흔히 광고를 두고 ‘15초의 미학’이라 말한다. 가끔은 ‘광고를 이렇게도 만드네?’ 싶은 새로운 형식의 광고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IBK기업은행의 새 광고 역시 그랬다.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광고의 탄생 배경에는 제작을 총지휘한 HS애드 방은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생각이 녹아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방은하
광고가 아니라 콘텐츠방은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이하 CD)가 만든 광고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야기’와 ‘캐릭터’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유럽 시리즈가 그랬고,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카피로 화제를 모은 배달의민족 캠페인이 그랬다. 이들 캠페인은 당시 수많은 광고제에서 수상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요즘 소비자들은 볼 게 참 많아요. 영화나 드라마는 재미있게 보지만,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거나 스킵(skip) 버튼을 누르고 넘어가죠. 아마도 할 말만 하고 끝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하지만 ‘재미있다’ 싶으면 계속 시선이 가잖아요. 저는 그게 바로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광고(廣告)를 ‘널리 알린다’라는 의미보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방은하 CD는 이번 IBK기업은행 캠페인도 그렇게 제작했다. IBK기업은행이 강조하는 ‘동반자’의 의미를 콘텐츠로 만든 것. 광고 전반을 관통하는 ‘친구’ 콘셉트는 여기서 출발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창업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어요. 하나는 ‘차고에서 시작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함께한 친구가 있었다’는 거예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 곁에도 스티브 워즈니악이 있었잖아요. IBK기업은행 광고에서는 이정재 씨에게 창업 기업을 믿고 지원해주는 친구 캐릭터를 부여했어요. 스티브 잡스처럼 유명해질지도 모르는 창업자들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친구로 비치길 바랐죠.”
이번 IBK기업은행 광고는 독특한 점이 있다. 기업 광고지만 자사를 알리기보다 함께하는 동반 기업을 알리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춘 것. 광고에 등장한 기업의 사례는 실제로 IBK기업은행이 IBK창공(創工) 창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 창업 기업과 중소기업이다. 그녀는 “IBK기업은행의 광고는 이전에도 정보 대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분위기였다”라고 말한다. 게다가 자신이 IBK기업은행을 담당하기 전 이미 동반자금융 광고가 론칭된 상태. 그녀의 고민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다.
“동반자금융을 선언했으니, 이제는 실천할 단계라고 생각했어요. IBK기업은행이 동반자금융으로서 하는 일을 부지런히 연구했죠. 그중에서도 IBK창공(創工) 창업 육성 프로그램과 트레이드클럽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PR이라면 창업자를 찾아가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찍을 텐데, 저희는 그분들이 만든 아이템에 맞춰 내용을 각색했어요.”
자연스러움을 위해 창업자 모델로 연극배우를 섭외했고, 카메라 앵글 역시 영화처럼 보이도록 의도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방은하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다방은하 CD가 실행해온 많은 캠페인은 기존 광고 문법과는 다소 달랐다. 그녀는 이런 관점이 생긴 이유를 자신의 커리어에서 찾았다. 그녀의 첫 직장은 브랜드 컨설팅 회사였고, 이후에는 서태지컴퍼니에서 프로듀서로 일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에 접근했던 경험이 생각의 폭을 더 넓혀준 것. 일례로, 대한항공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기존 광고 캠페인 형식에서 벗어나 최고의 해외여행지를 투표하는 ‘랭킹 쇼’ 형태로 제작했다. 100개의 후보가 있는 이 랭킹 쇼에 투표한 인원만 무려 33만 명. 이후 순위에 오른 지역을 10위부터 1위까지 차례로 발표했다.
“예전에 <가요톱10>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이런 랭킹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다음 순위를 기대해요. 적어도 이 랭킹 쇼에 투표한 33만 명은 순위 발표에 대해 기대감이 있을 거예요. 투표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다녀온 여행지가 순위에 들면 ‘내가 다녀온 곳이 3위네’ 하고 다음 순위에 관심을 두죠.”
보이지 않는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피드백을 통해 완성한 광고 캠페인은 해당 광고를 ‘소비되는 광고’가 아닌 ‘기다리는 광고’로 만들었다. 이는 그녀에게도 즐거운 경험으로 남았다. 이 캠페인과 엮어 출판한 여행 에세이 역시 40만 부가 판매되었다. 여행 분야만이 아닌 전 분야를 통틀어 그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배달의민족 광고 캠페인 역시 남달랐다. 영화 형식은 물론 B급 감성의 유머 등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것을 넘어 콘텐츠 자체로도 광고계에 혁신을 일으켰다. 새 캠페인에서는 ‘배달이’라는 캐릭터 인형을 만들어 ‘소장’과 ‘인증’의 재미를 더해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그녀는 광고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감정’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감정은 반드시 ‘이것이어야 한다’라고 정의된 것은 아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설렘일 수도 있고, ‘피식’ 터져 나오는 웃음일 수도 있다.
“광고인 주변 사람들은 광고에 관해서는 거의 전문가예요. 그래서인지 지인이나 가족에게 제가 참여한 광고를 보여줄 때 제일 떨립니다. 이번 IBK기업은행 광고를 본 지인들은 ‘흐뭇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방은하
오늘까지의 정답을 넘어모든 일이 그렇듯,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당장 그녀의 팀 안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인원만도 여럿. 광고 대행사로서 광고주와의 협업은 당연한 일이다. 광고회사 안에서도 기획전략팀을 비롯한 타 부서와 협업해야 한다. 제작 단계에서도 무수한 외부 전문가와 의견을 나누며 결과물을 완성해간다. 광고업계에서 아이디어와 이를 실행하는 방법을 통칭해 일컫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는 어느 천재의 머리에서 ‘툭’ 하고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의 고민이 거듭되고 숙성됨으로써 우러나는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것’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멀리 보고 깊이 봐야 합니다. 프로젝트의 문을 여는 것도, 닫는 것도 제가 해야 하죠. 여러 사람이 내는 아이디어 중에 진짜를 감지하려면 고민을 정말 많이 해야 합니다. 점쟁이처럼 ‘이번에는 이걸로 해보자’라고 말할 수 없어요. 그러지 않으면 안 해도 될 일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 무릎을 ‘탁’ 친 아이디어도, 다음 날 보면 별로일 때가 많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 “오늘까지의 정답”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크리에이티브를 감별하는 감각의 근원은 ‘호기심’과 ‘관찰’이다.
“저는 주로 사람의 마음을 관찰해요.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댓글도 열심히 보고요. 어떤 댓글은 정말 카피라이터로 뽑고 싶을 만큼 기가 막힐 때도 있죠. 그럴 때면 ‘내 마음이 어느 대목에서 꽂혔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사실 더 나은 크리에이티브를 끌어내는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다. 때로는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아 먹히는 프로메테우스처럼 타 들어가는 심정으로 일할 때도 있다. 하지만 소소한 것에서 오는 기쁨이 그녀를 다시 칭찬받는 고래처럼 춤추게 한다.
“열심히 만든 광고는 제가 봐도 정말 좋아요. IBK기업은행 광고도 그렇죠. 출근할 때마다 신호 대기하는 사거리가 있는데요. 맞은편 건물 전광판에서 IBK기업은행 광고가 나오더라고요. 정말 반가웠죠. 덕분에 출근길이 더욱 즐거워졌어요.”
광고를 둘러싼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본질은 결국 ‘크리에이티브’다. 앞으로도 그녀는 자신은 물론 함께하는 이들이 오래도록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 그녀가 쉽게 갈 수 있는 길보다 가슴이 뛰는 길을 택하는 이유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방은하

글 정라희•사진 안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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