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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빛, 빛의 예술
예술의 빛, 빛의 예술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
빛, 생명의 예술빛은 ‘생명의 예술’이다. 신이 천지를 창조하며 먼저 빛을 있게 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 생명의 예술을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게 빚어내는 것은 태양이다. 태양은 공간, 시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직접 우주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갖가지 빛의 예술을 연출하고, 만물에 비추어 다양한 형태와 색채의 예술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스며든 빛은 ‘그림’이 된다.
체코 보헤미아의 보석처럼 투명하고 반짝이는 유리 세공품도 빛이 없으면 예술이 아닌 물건에 불과할 뿐이다. 나전칠기의 명인 김영준이 삼강기법으로 완성한 항아리도 빛을 받아들이고 반사하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호퍼의 그림과 빛“고요하지 않다.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은 같은 방에 두 번 떨어진다. 이 그림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게 전부다.”
20세기 미국의 대표적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작품 ‘빈방의 빛’을 시인이자 미술가인 마크 스트랜드는 같은 제목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호퍼의 그림은 미국인의 일상과 상실감, 고독을 단순한 듯하면서 생경한 구도, 살아 있는 밀랍 인형 같은 인물, 강렬하고 경계가 분명한 색채와 명암으로 표현하고 있다.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의 오스트리아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영상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통해 호퍼의 작품 13점을 그대로 되살렸고, 국내 한 기업의 광고와 프랑스의 디스토팝밴드 히프노러브가 뮤직비디오에도 차용한 호퍼의 그림에서 빛은 벽이나 물건에 달라붙어 있는 것 같다. 스트랜드는 그 느낌을 “그곳에서 조심스럽게 잉태되어 고른 색조로 우러나오는 듯한 인상을 준다”라고 했다. 그림은 빛의 감각을 지닌 형태이고, 형태를 가장한 빛으로 구성된다
는 것이다.
그림은 빛의 순간을 포착하지만 지속적이다. 흐름이 멈추었지만 마치 기억처럼 살아 있고, 그빛에 의해 그림 속 공간과 사물도 생명을 얻는다. 그림을 때론 낯익은 것으로, 때론 낯선 것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또한 빛이다.

루미나리에, 일루미네이션태양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는 촛불과 작은 전등이 그 빛을 대신하며 루미나리에와 일루미네이션은 그 어둠을 뚫고 화려한 색상의 빛을 선보인다. 도심 고층과 그 사이 광장에서 인공의 빛이 빚어내는 찬란한 입체와 조각 예술.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성탄절 호찌민 거리를 장식하는 그것은 자유와 기원이고, 1995년 일본 고베의 루미나리에는 자연 대재해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한 진혼이자 살아남은 자들의 위안과 희망의 빛이었다. 해마다 도쿄 시오도메에서 열리는 카렛타 일루미네이션은 음악에 빛이 출렁이는 ‘삶의 찬가’이기도 하다.

예술의 빛, 빛의 예술강애란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 2017, 국립현대미술관 / 해마다 도쿄 시오도메에서 열리는 <카렛타 일루미네이션>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스타디움을 하얀 메밀 꽃밭으로 만든 것은 프로젝션 맵핑이었다. 기업 프로모션 행사나 대형 공연에서 벗어나 시공을 초월한 예술이 되었고, 그것을 위해 모든 곳이 스크린이 되었다. 빌딩 외벽, 강, 다리, 경기장, 건물 내부 공간 등 프로젝션 맵핑이 내뿜는 빛의 예술이 갈 수 없는 곳은 사라졌다.
임수식과 강애란은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덕수궁의 텅 비어 있는 덕홍전 벽을 책(lighting book)으로 가득 채운 고종의 서재로 탈바꿈시켰고, 책상 위에는 일제가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 무효 선언서를 펼쳐놓고, 옆에는 딸 덕혜옹주의 사진을 세워놓았다. 수원 화성행궁의 낙담헌 건물과 담장 지붕이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프로젝션 맵핑으로 지난가을 형형색색의 꽃단장을 하기도 했다. 프로젝션 맵핑을 이용한 전시도 곧 국내에 선보인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서 세계 처음으로 공개돼 작품성과 새로운 예술 경험의 장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미디어아트 ‘아미엑스’다. 2012년, 독특한 빛의 예술로 77년 전 문을 닫은 공장과 폐교를 ‘빛의 채석장’으로 탈바꿈시켜 프로방스를 해마다 6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도시로 되살렸다.

빛, 새로운 예술의 길을 열다인간이 만드는 빛은 끝없이 진화한다. 촛불에서 전구와 형광등 그리고 발광다이오드로. 그에 따라 빛의 예술도 새로운 길을 연다. 자유로이 시공간을 넘나들고, 600년 전의 천문도 별자리를 ‘증강현실’로 불러내서는 우리의 머리 위에 띄운다. 홀로그램은 수만 리 떨어진 인간과 사물, 자연을 눈앞으로 데려와 만나고 이야기하고 감상하게 해준다.
첨단 기술이 연출하는 빛이 ‘실재’를 대신하고, 드론이 그 빛을 어디든 데려갈 수 있는 시대에 빛은 늘 새로운 예술이 되는 꿈을 꾸고, 태초에 만물을 빚은 빛이 있었듯이 우리가 놀랄 만큼 빠르게 그 꿈을 하나씩 이루어간다. 물론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질 테지만. 호퍼의 ‘빈방의 빛’처럼 예술에서 빛은 결코 고요하지 않다.
예술의 빛, 빛의 예술


글 이대현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콘텐츠랩 ‘씨큐브’ 대표, 전 한국일보 문화부장·논설위원.
저서 <소설 속 영화, 영화 속 소설>, <영화로 소통하기, 영화처럼 글쓰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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