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잡학사전 HOME
검색 분류
블로그 전송 카페 전송 밴드 전송 카카오스토리 전송 페이스북전송 트위터전송
'大 or 小' 경제학
“중간은 없다”. 이 말은 선거판을 지칭할 때 정치적 수사로 자주 쓰는 말이다. 선거에서는 승자와 패자, 두 가지만 존재한다.
중간을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최근 유통경제학도 이와 다를 바 없다. 크게 하려거든 아주 크게, 작게 하려거든 아주 작게 만든 제품이 인기다. 즉 요즘 소비자는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제품을 선호한다. 중간 크기는 외면받기 일쑤다. 최근 소비 트렌드를 요약할 수 있는 ‘大 or 小’ 경제학이다. 왜 그럴까. 1인 가구의 급증, 유행이 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소비 트렌드가 낳은 시장 변화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작지만 자신의 삶에 알맞은 제품을 최소한으로 구매하는 미니멀리즘 소비 경향, 반대로 웰빙과 힐링, 건강을 위해서라면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마다 않는 맥시멀리즘 소비 경향이 혼재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大 or 小’ 경제학은 소비시장에서 한동안 주름잡을 키워드다.

미니멀리즘(Minimalism)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작더라도 나만 행복하고, 즐거우면 그뿐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가 있다. 미니멀리즘족(族)이다. 미니멀리즘은 원래 간결화, 단순화를 의미한다.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이런 미니멀리즘이 소비시장의 한 주류로 자리 잡았다. 원인은 1인 가구 증가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의 주요 대상은 가구다. 1인 가구 특성상 큰 가구가 필요 없기에 미니어처 가구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소형 제품 소비 트렌드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물론 북유럽의 휘게(Hygge; 편안함을 뜻하는 덴마크어), 라곰(Lagom; 적당하다는 뜻의 스웨덴어)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하는 것은 예전부터 인기였다. 나만의 주거 공간을 세련되고 아늑하게 꾸미려는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갈수록 성장세다. 홈퍼니싱은 집을 뜻하는 홈(home)과 가구를 뜻하는 퍼니싱(furnishing)이 결합된 단어다. 미니형 가구로 나만의 공간을 세련되게 꾸미는 것, 그런 미니멀리즘족의 니즈에 힘입어 인기 고공 행진 중이다.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지난 2008년 7조원에서 지난해 12조원으로 커졌고, 2025년에는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가구를 구입한 뒤 그때그때 바꾸는 ‘패스트 퍼니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미니멀리즘 소비 현상은 대세가 됐다.

大 or 小 경제학

맥시멀리즘(Maximalism)
최근 1인 가구임에도 불구하고 100만원이 넘는 스타일러(의류관리기)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세탁을 하지 않아도 옷을 산뜻하게 입을 수 있다고 해서 오히려 1인 가구에게 인기다. 이는 맥시멀리즘족(族)의 전형이다. 한 분야에는 짠돌이지만, 다른 필요한 부분에는 과감하게 거액을 투자하는 것, 맥시멀리즘족의 특성이다.
맥시멀리즘족의 철학은 단순하다.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려면 때론 아껴야 하지만 힐링이나 건강,
행복한 삶을 위해선 과감히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철학이 소비 형태의 맥시멀리즘을 낳았다.
최근 없어서 못 판다는 공기청정기가 대표적이다. 일상화된 미세먼지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고객은 비교적 고가인 공기청정기를 구매하기 위해 선뜻 지갑을 연다. 유통업계에선 맥시멀리즘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지난해 140만 대 판매 규모로 성장한 공기청정기 시장이 올해는 40% 이상 커진 2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조기, 스타일러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필수 가전이 아니었지만, 건강과 삶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 같은 고성능, 고효율 제품을 앞다퉈 안방에 들여놓고 있는 것이다.

大 or 小 경제학

싱글리즘(Singlism)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싱글리즘(나홀로 삶에 대한 만족)이 보편화되면서 ‘싱글리즘 경제학’이 형성되고 있다. 그 첫 번째 근거가 바로 ‘한 끼 식품’이다. 한 끼 식품은 말 그대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품이다. 나누고 또 나눠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분량씩 소포장해 파는 것이다.
대파도 나누고, 양파도 나누고, 고추도 나눠서 판다. 고기, 마늘, 감자, 상추도 마찬가지다. 대파 한 묶음을 샀다가 대부분 쓰레기통에 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끼 식품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한 끼 챙겨 먹을 수 있는 분량만 사는 것은 그래서 현명한 일이다. 1000원 또는 1500원의 알뜰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소포장 한 끼 식품은 싱글리즘의 주식이 된 지 오래다. 태생 자체가 싱글리즘을 겨냥한 식품군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 끼 식품은 채소류에 한정되지 않는다. 즉석 밥, 피자, 볶음밥 등 가정간편식(HMR)이라는 이름으로 한 끼 식품은 가히 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다. 1인 가구 외에 혼밥족의 증가에 따른 결과다. 한 끼 식품을 상징하는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3,000억원대로, 5년 전에 비해 3배가량 커졌다. 올해도 30% 이상 성장해 조만간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남아서 버릴 필요가 없는 분량, 혼자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분량으로 나만의 행복을 채울 수 있는 한 끼 식품은 싱글리즘족을 위한 최고 식단으로 부상했다.

大 or 小 경제학

크리에이티즘(Creatism)
구식의 관점은 가라. 올드한 마인드는 잊어라. 제품 하나에도 ‘창조’를 입혀라. 역발상을 부르짖지만 기존 상품에 ‘역발상’을 입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십 년간 효자 노릇을 한 히트 제품이 있다면 변화를 주기는 더더욱 어렵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다. 크리에이티즘 경제학은 이런 점에서 시장의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에 직면해 있다.
죠스바와 수박바가 그렇다. 각각 1983년과 1986년 출시된 죠스바와 수박바는 실제 모양을 본떠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을 심어준 것으로 유명했다. 흔히 말하는 ‘하드’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제품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파인트 컵 형태의 떠 먹는 아이스크림을 선호하는 요즘 아이들의 기호를 계속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죠스바는 죠스통으로, 수박바는 수박통으로 리뉴얼됐다. 오리지널의 맛과 식감은 그대로 유지하되 용량은 기존 제품(75ml)에 비해 6배 이상(474ml) 크게 출시했다. 아이스크림의 빅 사이즈화를 단행한 셈이다.
제품의 빅 사이즈화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요구르트, 꼬깔콘 등에서 이른바 ‘짐승 용량’으로 불리는 리뉴얼 제품이 나왔다. 다만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 ‘디저트 초코파이’처럼 고객 기호 변화에 맞춰 재해석한 제품이 봇물을 이루면서 크리에이티즘 경제학 색깔이 한층 짙어진 것이 요즘 트렌드다.

大 or 小 경제학


글 김영상(헤럴드경제 소비자경제섹션 에디터)

댓글 보기



삭제하기
TOP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검색하기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