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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검지애交劍知愛,검을 들어 우정을 쌓다
검을 들어 우정을 쌓다
첨단 IT 세상이 도래했지만 검도는 의외로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음직한 운동이다. 범상치 않은 복장을 갖추고 호구 사이로 눈을 빛내며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판타지이고 동경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인에게 수련과 명상의 수단으로 더욱 각광받는 검도. 평소 생각만 해오던 검도에 용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2명의 IBK기업은행 직원을 만났다.
검을 들어 우정을 쌓다
두근두근, 꿈꾸던 검을 잡다반들반들한 마룻바닥, 벽에 붙은 대형 거울, 검은 천장···. 토요일 오후 검도장은 그 자체로 묵직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들어서는 순간 왠지 그 위엄에 침묵하게 될 것 같은 그 공간 한쪽에서 눈에 띈 것은 오늘의 주인공 방학동지점 한숙경 대리다. 조금은 긴장한 듯 보이지만 차분하면서도 단정한 모습이 왠지 오늘 배울 검도와 썩 잘 어울리는 듯했다.
“제게 검도는 굉장히 친숙한 운동이에요. 언니가 어릴 때부터 해동검도를 해서, 아버지와 함께 검도 하는 모습을 자주 봐왔거든요.”
검도복을 입고 목검을 휘두르는 언니를 보면서 막연히 부러워만 했지 선뜻 시작하지 못했다는 한숙경 대리는 시간이 많이 흐른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태어나 처음 검도복을 입어본다며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탈의실로 사라지는 한숙경 대리. 모두가 그 자태를 궁금해하며 기다리는 와중에 “늦어서 죄송합니다!”라는 씩씩한 외침과 함께 배명인 대리가 등장했다. 한눈에 봐도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니 오늘 배움의 현장이 꽤나 즐거우리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한숙경 대리와 배명인 대리는 막역한 절친 관계다. 이 둘은 입행 동기로 두 달간 함께 연수를 받으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을 쌓다 보니 동료를 떠나 진짜배기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고 있는 것. 사회에 나와 좋은 친구를 얻은 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더불어 검도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까지 함께 갖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듯하다.

타격의 짜릿한 손맛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검도복을 갖춰 입고 나오자 취재 일행 모두가 낮은 탄성을 질렀다. 사복 차림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풍겼기 때문이다. 7부 소매 상의, 얼핏 보면 치마 같지만 사실 통이 굉장히 넓은 주름 바지인 하의를 입으니 마치 스크린에서 막 튀어나온 영화 속 주인공처럼 보였다. 오늘 수업을 맡은 검도관의 박현규 관장이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한 도복을 정리하고 여며주었다. 가슴에 보호구까지 착용하니 그야말로 완벽한 검도인처럼 보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가장 흡족한 미소를 날린 건 배명인 대리다. 생각보다 훨씬 태가 난다면서 거울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한없이 맑고 투명한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며 자리에 모인 모든 이가 그만 폭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선수 생활을 거쳐 올해로 27년째 검도를 해오고 있는 박현규 관장이 앞에 서자 두 사람은 선생님 앞에 선 학생처럼 금세 각을 잡는다. 검도가 주는 특유의 절제와 수련의 느낌 때문이리라.
“검도는 어린이들에게는 인성 교육을, 청소년에게는 상호 존중을, 성인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와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운동입니다. 도복과 호구를 합치면 무게가 4~5kg이 되는데 이런 복장으로 운동을 하면 체력은 물론 집중력이 좋아지고 자신감도 높아지죠. 특히 목과 허리가 틀어진 분에게는 자세 교정 효과가 있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또 짧은 순간에 큰 힘을 요구하는 전신운동이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검을 들어 우정을 쌓다
박현규 관장은 어떤 종목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검도는 특히나 예가 중요한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검으로 상대와 힘을 겨루다 타격을 하는 운동이다 보니 운동을 시작하기 전과 중간, 끝난 뒤에 상대방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명인 대리와 한숙경 대리가 제일 먼저 검도의 발동작을 배우고 구령을 익혔다. 양발의 엄지는 반드시 바닥에 붙이고 이동하며 왼발로 밀어야 한다. 발 모양은 11자로 하며, 발 간격은 자기 발 크기만큼 벌린다. 시선은 상대의 눈을 봐야 하고, 왼손은 배꼽 아래, 오른손은 명치 높이에 둔 자세로 검을 잡아야 한다. 동작부터 시선 처리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잠깐이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자세가 흐트러지니 두 사람 모두 눈빛이 다르다. 하의 통이 그토록 넓은 이유는 상대에게 다리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니 배움에 몰랐던 재미까지 더해졌다.
이어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타격 연습을 시작했다. “머리!”라고 외치면서 상대의 머리를 죽도로 치는 것이다. 아플까? 아프면 얼마나 아플까? 소리만 크지 실제로는 안 아프다던데….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모두의 궁금증이 컸던 만큼 시선이 한곳으로 모인다. “아프지 않다”라는 관장의 미소 띤 설명이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왠지 믿을 수 없는, 모두가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했다.
탁! 타악! 시범을 보이는 관장과 학생의 타격 소리는 확연히 달랐다. 배 대리의 얼굴이 호구 속에 감춰진 터라 표정을 짐작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아프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도 선뜻 손이 나가지 않네요. 사실 어릴 때 빼고 성인이 돼서 남의 머리를 도구로 때릴 일이 없잖아요. 그런데··· 뭔가 짜릿한 손맛(?)이 있긴 하네요. 하하. 평소 경험할 수 없는 타격감이어서 좋았어요.”
타격 몇 번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겠다며 한숙경 대리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타격을 당한 배 대리는 크게 충격을 받지 않은 듯 태평한 표정이었다.
머리! 허리!를 외치며 기본 연습을 되풀이시키는 것은 아마도 인내심을 키우고 기본기를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반복되는 연습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며 열심히 스텝을 밟는 두 사람이 한없이 진지해 보였다.

검을 들어 우정을 쌓다
검도로 삶의 의미를 더하다호구를 벗는 두 사람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러나 미소만큼은 달덩이처럼 환하고 밝았다. 그동안 망설임으로 차마 들이지 못한 발걸음을 검도장 안으로 옮기고, 짧은 시간이지만 검도의 맛을 살짝 본 초보 검도인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는 표정이었다.
“예전부터 검도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한숙경 대리의 추천으로 정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평소 축구, 탁구, 볼링 등 구기 종목을 자주 즐겨왔는데 검도의 매력은 또 굉장히 다르네요.”
배명인 대리는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검도복을 꼽았다. 입는 순간 뭔가 정갈한 마음이 들었다고. 장난도 덜 치게 되고 차분해지는 것 같았는데 검까지 잡으니 그런 진중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앞으로 검도를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습니다. 단 한숙경 대리와 함께요. 전 평소 성격이 외향적인 데 비해 한 대리는 매우 차분해요. 저와 대비되는 만큼 믿고 의지하는 면이 크지요. 검도 역시 같이 배우면 오래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숙경 대리가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동의를 표했다.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배우면 출석도 성실히 할 것 같아요. 저 역시 체력 관리도 그렇고, 퇴근 이후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한 것 같아 검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거든요. 일과 이후에도 자꾸 회사 생각, 일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온·오프가 잘 안 되니 검도를 통해 몰입하고 마음을 수련하는 길을 걷고 싶습니다.”
전투에서 승리의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현대에 이르러 정신 수양과 신체 단련 수단으로 성격이 바뀐 검도. 잠시였지만 기검체일치(氣劍體一致)가 주는 의미를 체험한 두 사람이 더욱 끈끈한 우정을 쌓는 것과 더불어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을 찾기를 바라본다.

TIP
검도의 효과검도는 몸과 마음을 함께 갈고닦는 스포츠다. 체력을 기르고 자세를 똑바로 하게 되며 빠른 동작과 순발력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 상대방의 허점을 노리고 빠르게 판단해 움직여야 승리할 수 있는 운동이니만큼 오랜 시간 연마하다 보면 적극성과 판단력, 자제심도 함께 길러진다. 운동을 마치고 갖는 명상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늘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스포츠로서 원만한 대인관계 능력을 기르기에도 좋다. 검도는 남녀불문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으며, 보통 겨루는 운동이 20대에 절정을 이루는 데 비해 원숙미가 넘치는 30~40대에 전성기를 맞는다.

검도 시 주의할 점검도는 시작도 예, 끝도 예다. 상대방과 겨루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바른 자세와 겨눔, 정확한 타격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과정이다. 호구와 복장을 단정히 하고 검도 전후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반드시 실시해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몸이 놀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름은 물론 한겨울에도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이니 함께 운동하는 사람이 불쾌하지 않도록 청결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글 이경희•사진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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