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를 만나다 HOME
검색 분류
블로그 전송 카페 전송 밴드 전송 카카오스토리 전송 페이스북전송 트위터전송
획일화된 건축의 범람 속에서 본질을 찾다오피스아키텍톤
오피스아키텍톤
대구 서성로에 유독 튀는 한 건물이 있다. 오래된 목조 건물 같아 보이지만 유리블록으로 벽을 쌓은 모양새는 정갈하고, 나무 골조는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곧다. 2층은 큰 창으로 되어 있어 밖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억지로 과거에대 한 향수에 젖거나 애써 세련미를 분칠하지 않은 이 건물, 바로 오피스아키텍톤의 건축관을 오롯이 담은 사무실이다.
오피스아키텍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오피스아키텍톤의 첫 번째 사무실 역시 일식 목조 건물을 레노베이션한 건물이었다. 그것을 본 한 건물주는 오피스아키텍톤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자신의 건물을 레노베이션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어떤 용도인지 여쭤보니 건물을 고쳐놓으면 어떻게든 임대가 나가지 않겠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희는 ‘타깃이 확실하지 않다면 굳이 시작하지 않는게 더 낫다’라고 말씀드렸죠.”
일거리를 마다하는 건축사사무소를 처음 봤다며 되돌아간 그는 얼마 후 다시 오피스아키텍톤을 찾아왔다. “혹시 내 건물에 들어올 생각은 없습니까?” 그렇게 이 건물은 리모델링과 5년간 임대료를 맞바꿨다.
“새 건물로 자리를 옮겨 들어갈 수도 있죠. 그러면 회사로서는 매달 내는 임대료만큼의 돈이 들겁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 건물을 리모델링한다면 이 도시에, 건축에, 풍경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투자금이라고 할 수 있죠.”
두 번째 사무실 역시 첫 번째 사무실처럼 기존 목조를 그대로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심지어 불에 새까맣게 그을린 서까래도 ‘겉은 탔지만 힘을 받는데는 문제가 없다’라는 도편수의 말을 듣고 그대로 살리기로 결정했다. 이 집 역사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무실에 쓴 목재 역시 주변에서 철거된 한옥과 목조 건물의 부재를 수거해 사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옛 건물을 흉내 내지는 않았다. 방수와 방한에 취약한 목창 대신 새시 창을 사용하고, 금속 벽을 이용해 벽 사이 공간을 단열재로 빽빽이 채웠다. 1층의 스타일리시해 보이는 유리블록 역시 단열 효과가 뛰어난 소재라는 점에 착안해 주재료로 선정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복원에 집중하기보다 현재와 과거의 실용적인 공존을 염두에 두었어요. 현재 개발된 좋은 재료나 공법으로 시공하면 아무리 옛 건물이라고 해도 춥거나 비가 새는 경우는 없습니다.”

오피스아키텍톤
세 건축가의 지향점을 지켜내다오피스아키텍톤의 최영준 소장과 차상훈 소장은 친구 사이, 최영준 소장과 우지현 소장은 학부 동기다. 최영준 소장을 연결고리로 만난 세 사람은 종종 함께 건축 프로젝트를 해보며 서로의 건축관이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건축관은 지금까지 이들의 교집합으로 오피스아키텍톤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직접적이고 정확한 건축’을 지향한다는 점은 물론 건축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비슷했어요. 셋 다 자신이 만든 건축물로 자신을 규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죠.”
젊고, 꿈 많던 세 건축가의 지향점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너무 트렌디하면 자칫 가벼워지거나 질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건축 전문가로써 건물은 고치거나 지을 때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고, 좋은 재료로 반듯하게 짓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겉껍데기만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요.”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반듯한 건축관을 알아보는 이가 점차 늘어났고, 현재만 해도 근대건축물 레노베이션 사업으로 건물 여섯 채를 리모델링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의미가 깊은 건물을 오피스아키텍톤에 맡기고 싶어 하는 이들도 차츰 많아지고 있다. 264작은문학관(이육사 문학관)도 그중 하나다. 오랫동안 비어 있어서 폐가 같던 건물은 오피스아키텍톤을 만나 이육사의 정신을 담은 문학관으로 재탄생했다.
“264작은문학관 상량식을 할 때 실제로 이육사 선생님의 막내딸인 이옥비 여사님이 오셔서 상량문을 직접 적어주셨어요. 저희에겐 굉장히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레노베이션뿐 아니라 청도어린이마을을 설계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높지 않은 산중턱, 푸른 소나무 군락지에 폭 안긴 듯한 대지에 놓일 어린이들만을 위한 건물은 어떤 모습일까.
“밖으로 눈을 돌리면 소나무가 보이고, 안으로는 비어 있는 잔디 운동장이 보이도록 테두리만 세운 낮은 건물을 설계했어요. 요즘 아이들은 학교, 학원, 키즈 카페 등 건물 안에서 노는 것에 익숙하잖아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자연과 가까운 건축물을 만들 예정입니다.”

오피스아키텍톤
짜 맞춘 듯이, 서로를 의지하는 이들최영준·차상훈·우지현 소장은 좋아하는 건축가, 건축 방식은 물론 작업 성향도 정반대다. 최영준 소장은 전략적이고 진취적인 리더의 역할을 하고, 차상훈 소장은 진중한 성격으로 건축에 임한다. 반면 우지현 소장은 디자인을 맡고 있어 좀 더 섬세하며 예민하고 감성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저와 차상훈 소장이 정반대여서 중간에 최영준 소장께서 밸런스를 잘 잡아주시는 편이에요. 지금까지 6년 정도 알고 지내다 보니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아 더 잘 보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오피스아키텍톤에 있어서 서로는 자신의 단점을 채워주는 존재, 그 이상이다.
“사회가 불안정하다 보니 믿고 기댈 수 있는 동반자가 반드시 필요하잖아요. 저희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서로 기대고, 위로하고, 자극을 받기도 하는 사이예요. 저희처럼 젊고 경험 적은 건축가들이 세운 건축사사무소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여기에 있어요.”
불안하고 가난해도 혼자가 아니라서 외롭거나 슬프지 않았다는 오피스아키텍톤. 오피스아키텍톤이 애써 지키고 싶었던 것은 본사 그리고 본인의 건축물이었다.
“우리 건축관 혹은 가치관과 맞지 않는 일인데 경제적인 이유로 흔들릴 때 서로를 지켜주자고 약속했어요. 기꺼이 가난하게 사는 외로움을 함께 나누자고요.”
그런 마음가짐이 밑바탕이 되어 이들은 지금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프로젝트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고, 건축에 오피스아키텍톤만의 가치관을 담을 수 있었다. 단단한 목조 건물을 지으려면 목재를 서로 얽거나 짜 맞춰 결구해야 한다. 오피스아키텍톤의 각각의 목재는 어찌 보면 각각 다른 방향을 향해 서 있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있기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글 강나은•사진 황원

댓글 보기



삭제하기
TOP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검색하기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