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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문화다!
응원, 문화다!
거리광장 응원에는 이념도, 지역도, 나이도, 성도 없다. 남녀노소가 어울려 환호한다. 꼭 이겨야만 즐거운 것도 아니다. 위로와 격려도 얼마든지 즐겁고 값지다고 생각한다. 문화가 별건가. 사람들이 있고, 그들 모두가 기꺼이 즐기는 놀이와 느낌이 있으면 문화다.
거리·광장 응원, 스포츠를 넘어 문화로!러시아 월드컵이 열린 올해 초여름, 대한민국은 붉은 물결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영동대로 그리고 전국 70여 곳에서. 그들은 이역만리 떨어진 경기장에서 뛰는 우리나라 선수들과 한마음이 됐고, 대형 TV 화면 앞에서 하나가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세계를 놀라게 한 대규모 거리광장 응원이 갈수록 성숙해지면서 우리만의 문화가 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막힌 공간에서의 탈출과 집단 응원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곳에서 소통과 공동체 의식을 발견했고,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면서 문화가 됐다. 그 무언과 몸짓의 소통과 공감이 스포츠를 넘어 자연스럽게 문화로 발전해 세상으로까지 향했다. 그러고는 세상을 바꿨다.

함께 즐기는 문화 공간이 된 경기장거리와 광장 응원만 그런가. 경기장의 관중석도 문화와 놀이의 공간이 된 지 오래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프로 스포츠 관람객 만족도 조사를 보면 ‘팀 응원 문화’가 100점 만점에 68.9점으로 최고로 꼽혔다. 팀의 승리와 성적, 좋아하는 선수의 출전도 중요하지만 치어리더의 화려한 율동과 응원단장의 호쾌한 구호, 응원가에 맞춰 다채롭게 펼쳐지는 단체 응원, 다양한 응원 도구와 유니폼 패션 등이 경기장을 더욱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얘기다.
남성들이 독점하던 경기장의 모습도 옛일이다. 유난히 여성 팬이 많은 남자 배구와 농구는 말할 것도 없고, 야구 관중도 절반 가까이(42.9%)는 여성이다. 축구 경기를 보는 여성 관중도 30%나 된다. 오로지 승부에 집착한 경기와 맹목적 응원만이 아닌 이제는 선수와 관중, 관중과 관중이 순간순간 펼치는 승부의 순간을 서로 공유하고, 긴장과 이완이 출렁거리는 경기장 특유의 분위기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줄 알기 때문이다.

선수와 관중이 함께 만드는 응원 문화모든 문화가 그렇듯, 응원 문화도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 팀, 우리 선수만 잘하기를 바라고, 상대 선수들을 짓밟는 것은 응원이 아니라 위협이고 폭력이다. 독일의 훌리건들을 보라. 아무도 그들의 행동을 ‘문화’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기장을 전쟁터로 생각할 뿐이다.
응원에는 실수와 패배에도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상대의 멋진 승리도 기꺼이 축하해주는 미덕과 아량이 있어야 한다. 스포츠와 응원 그 자체를 즐길 줄 알고, 그 속에서 스포츠 본래 정신과 의미, 승리보다 값진 것을 발견하고 느끼는 눈과 가슴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응원과 관중이 있으면 선수들도 결과보다는 최선을 다해 경기하는 것을 더 아름답고 값지게 생각할 것이다. 수준 높은 스포츠, 성숙한 응원 문화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응원, 독창적인 문화의 반영월드컵, 올림픽에서 보듯 응원 문화는 나라마다 다르다. 역사나 전통, 민족의 기질을 반영한다. 응원에 자신들의 독창적 문화와 예술을 강렬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의 광장 문화 역시 ‘한류’처럼 열정적이고, 역동적이고, 공동체적인 우리 민족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따금 넘칠 때도 있지만 갈수록 성숙해지면서 우리의 독창적 색을 띠게 되었다.
스포츠의 3대 요소를 꼽으라면 선수, 경기장 그리고 관중일 것이다. 한번 상상해보라. 관중 한 명 없는, 설령 있더라도 응원 한마디 없는 경기장을. ‘진공’ 상태가 된 느낌일 것이다. 실제로 경기장 폭력으로 유럽에서, 중동에서, 북한에서 그런 경기가 열린 적이 있다.
스포츠는 팬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이 아니다. 스포츠는 그들이 관중석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때 생명력을 얻는다.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존재하거나 성장할 수 없다. 좋은 응원 문화가 경기장 분위기와 선수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그것이 수준 높은 경기로 이어져 다시 관중을 불러들인다. 관중에 의해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가 자란다.

응원이 아름다운 광장 문화가 되려면‘광장’은 소통과 나눔의 열린 공간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모여서 응원으로 하나가 되었고,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최인훈은 소설 <광장>에서 인간은 자신의 밀실에서만 살 수 없고 광장으로 이어져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광장은 늘 텅 비어 있었고, 죽어 있었다. 정치로 말미암아 죽어버린 광장에 스포츠가, 응원이 사람들을 가득 불러 모았다. 비록 몇 시간에 불과하고,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광장을 떠나 다시 자신들의 밀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릴지라도, 거기에는 아무런 경계나 구별이 없고, 다툼이 없기에 우리에게는 소중한 문화다.
응원, 문화다!
글 이대현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전 한국일보 문화부장·논설위원.
저서 <소설 속 영화, 영화 속 소설>, <영화로 소통하기, 영화처럼 글쓰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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