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잡학사전 HOME
검색 분류
블로그 전송 카페 전송 밴드 전송 카카오스토리 전송 페이스북전송 트위터전송
‘뻔한 것은 가라, 경제학’
‘뻔한 것은 가라, 경제학’
소비시장에 ‘역발상 바람’이 거세다. 경기 침체, 일자리 감소로 고객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편견 가득한 고전적 판매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톡톡 튀면서 예전에는 없던 기발한 영업 전략이 그나마 고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시장에서 ‘역발상 마케팅’은 대세가 됐다.
‘남들과 차별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 전략이 동원되며 소비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신개념 매장 ‘삐에로쑈핑’이 대표적이다.
상품을 뒤죽박죽 섞어 진열해 손님들이 마치 보물찾기 하듯이 장을 봐야 하는 매장이다. 그런 만큼 고객은 원하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에도 고객은 열광한다. 이전 같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덕분에 이 같은 역발상 전략은 쇼핑뿐 아니라 식품, 레시피, 상품 개발 시스템에까지 전파되며 신(新)유통 시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뻔한 것은 가라, 경제학’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역발상 쇼핑(Shopping)“그냥 재미있잖아요. 꼭 보물찾기 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좋아요.”
얼마 전 문을 연 삐에로쑈핑을 다녀온 10대 청소년들의 얘기다.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필(feel)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20대도 기존 매장에 없는 색다름이 신선하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이들은 왜 삐에로쑈핑에 열광할까. 이곳은 ‘돈키호테식 매장’이다. 좌충우돌하는 ‘돈키호테’가 연상된다. 매장은 그야말로 ‘무질서’로, 물건은 뒤죽박죽 섞여 놓여 있고, 통로는 좁아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스치며 지나야 한다. 전통적 매장을 떠올린다면 ‘빵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고객 반응은 의외로 다르다. 계산된 이 콘셉트의 카오스(혼돈)를 오히려 즐긴다. 이유는 새로운 쇼핑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던 ‘보물찾기식 구매’에 되레 흥미를 느낀다. 상품도 색다르게 구성했다. 기존 대형마트와 겹치는 상품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니 고객은 미지의 세계에서 다양한 신상품을 잡학사전득템하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경험하는 것이다. 사실 국내에서는 이런 형태의 매장이 처음이지만 일본에서는 새롭지 않다. ‘파괴’라는 이름의 이 같은 돈키호테식 매장은 제2, 제3의 유통 혁명을 예고한다.
성과도 좋다. 삐에로쑈핑은 개점 한 달 만에 유명 장소로 떠올랐다. 하루 평균 1만 명이 방문하는 핫 플레이스로 부상한 것이다. 당초 예상한 매출 목표를 140% 달성하기도 했다. 역발상 쇼핑 공간, 첫 성공의 단추는 삐에로쑈핑이 채웠다.

‘뻔한 것은 가라, 경제학’
역발상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햄버거 티셔츠, 메로나 칫솔, 바나나 우유 로션, 펩시 운동화…. 이 이름들은 기존에는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조합을 통해 협업(컬래버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티셔츠에는 햄버거, 핫도그, 감자튀김 등을 프린트했고, 운동화에는 음료 브랜드 펩시 로고를 박았다.
“티셔츠에 음식 그림이라니….” 만약 이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면 당신은 트렌드에 뒤처진 사람이다. 이런 언밸런스 협업 상품이 젊은 소비자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호응을 얻고 있으니 말이다.
식품이나 패션 분야에서 이 같은 이종 간 협업은 매출 면에서 큰 도움이 될뿐더러 불황 극복의 유효한 전략으로 꼽힌다. 협업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색다름’에 있다. 유명 브랜드끼리 협업하는 것은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와 함께 신뢰를 준다. 보편적인 것에서 벗어난 색다른 제품, 이것에 젊은 고객이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협업을 주도하는 곳은 대형 마트다. 대형 마트와 패션은 서로 무관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면서 자체 개발 상품(PB)에 ‘디자인’을 입히고 있다. 협업 상품만을 찾는 손님도 점차 늘고 있다. 패션업계가 유명 아티스트와 손잡고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나서는 일도 활발해졌다. 한 예로 글로벌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한정판 티셔츠는 소장 가치가 높아 1020세대 고객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뻔한 것은 가라, 경제학’
역발상 펫 푸드(Pet Food)사람이 동물이 먹는 음식을 먹는다고? 아마 실제 이런 일이 있다면 대부분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이런 경을 칠 놈”이라고 역정을 낼 것이다. 어찌 동물 먹이를 사람이 먹을 수 있느냔 말이다. 우린 그렇게 살아왔다. 사람이 먹는 음식과 동물이 먹는 음식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이젠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반려동물 사료에 일대 혁신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동물은 물론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반려동물 음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아무리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라고 하지만,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펫코노미(pet+economy), 그중 반려동물 먹거리의 고품질화와 급성장 중인 펫 푸드 시장을 고려하면 그리 당혹스럽지만은 않다.
모 회사가 출시한 펫 푸드 ‘더 리얼’이 대표적이다. 기존 반려동물 사료가 아닌 식탁에서 반려견과 나란히 앉아 ‘너 한 입, 나 한 입’ 할 수 있는 100% 사람이 먹는 음식이다. 회사 측은 펫 오너(pet owner)가 아니라 펫 러버(pet lover)를 위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식품의 원재료는 고품질로, 사람이 먹는 식품 수준이다. 사람이 먹지 못하는 재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 펫 푸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 5,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식탁 의자에 반려동물이 앉아 사람과 같이 음식을 먹는 풍경, 앞으로는 익숙해져야 할 모습이다. 반려동물 팔자, 사람 못잖다.

‘뻔한 것은 가라, 경제학’
역발상 레시피(Recipe)바스락거리는 라면 봉지를 뜯고 양배추를 반으로 쩍 하고 가른다. 도마에 탁탁탁 오이를 썰고, 보글보글 끓는 물에 면을 넣는다. 채소는 프라이팬에 센 불로 볶는다. 면을 얼음물에 담가 먹을 때 후루룩 소리가 날 정도로 면을 샤워시킨다. 얼음과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 그 청량한 소리가 입맛을 돋운다. 마지막으로 잘 익은 면발에 빨간 양념장을 넣고 비빈다. 찰기 있는 면과 질퍽한 양념이 어우러진 ‘찹찹’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최근 유튜브에 소개돼 화제를 모은 모 식품업체의 비빔면 레시피 영상이다. 레시피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하다. 영상과 소리만 있을 뿐 음식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없다.
요리 순서가 어떻고, 배합 비율이 어떻고, 온도가 어떻고…, 이런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배경음악이나 내레이션도 없다. 유튜브 속 영상은 조리하는 장면과 현장 소리뿐이다.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 콘셉트라고 한다. 유명 요리사의 설명을 통한 비법 공개가 레시피 영상의 정석인데, 이를 모를 리 없건만 무시했다. 왜일까. 레시피 영상은 밀레니얼 세대의 다음 세대인 Z세대를 겨냥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에겐 설명이 아닌, 현장 음(音)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상상력이 풍부한 Z세대에겐 이런 영상이 먹힌다는 말이다. 소리만 가득한 레시피 영상을 보고 “이게 뭐야”라며 낯설어한다면, Z세대에게 ‘아재’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뻔한 것은 가라, 경제학’


글 김영상(헤럴드경제 소비경제섹션 에디터)

댓글 보기



삭제하기
TOP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검색하기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