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잡학사전 HOME
검색 분류
블로그 전송 카페 전송 밴드 전송 카카오스토리 전송 페이스북전송 트위터전송
‘지구 살리기 경제학’
‘지구 살리기 경제학’
“지구를 살립시다.” 환경보호 단체나 비정부기구(NGO)의 호소가 아니다. 최근 일부 기업이 내고 있는 목소리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지구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약간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지구 살리기 쪽의 경영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 거세게 불고 있는 친환경 종이 빨대 도입, 남기지 않을 만큼의 한 끼 식사 판매, 재생 가능한 자원 제품 활용, 겉만 화려한 포장지 퇴출 등 다양한 바람이 바로 그것이다. 유통가가 환경 파괴를 경계하며 일종의 ‘지구 살리기 경제학’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환경 파괴로 생태계가 교란되면 시장이 바뀌고 고객이 흔들리며, 최종적으로 미래 세대의 수요 패턴이 기업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지구가 병들어가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던 기업의 경영 스타일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지구가 죽으면 기업도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조금 늦게 깨닫기는 했지만, 지구 살리기 경제학을 잘 활용하면 환경과 기업이 공존하는 문화가 더욱 진화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구 살리기 경제학’
빨대 사망 선고(Straw Out)‘쓰는 데 5분, 썩는 데 수백 년.’ 이 오명의 주인공은 바로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값싸고 사용하기 편리해 일상생활 다방면에 쓰이지만, 버려진 이후에는 미세한 조각으로 쪼개져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은 채 생태계를 파괴한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 톤 이상이다. 이 중 약 50억 톤이 매립장으로 옮겨져 땅에 묻히거나 해양 등 자연계로 배출됐다. 인류가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50년 후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는 여기서 비롯된다.
유통가가 플라스틱 빨대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종이 빨대를 도입함으로써 플라스틱을 영구 퇴출시키자는 것이다. 친환경 종이 빨대 도입에는 전국에 1,1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스타벅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최근 전국 100곳의 매장에 종이 빨대를 시범 도입했다. 이를 시작으로 종이 빨대를 쓰는 매장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도 정부와 플라스틱 사용 감축 협약을 맺었다. 편의점도 친환경 용기 도시락을 도입하는 등 시장은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지구 살리기 경제학’
음식물 쓰레기 퇴출(Minimalize Food)“정말 손이 크네요.” 손이 큰 사람이 미덕이던 시대가 있었다. 종갓집 며느리답게 음식을 한번 해도 왕창 하고, 손님을 대접할 때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많은 음식을 내야 칭찬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손이 작거나 적당해야 대접받는 세상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세상을 그렇게 만들었다. 먹고살기 좋아지니 냉장고에는 늘 먹을 게 가득하다. 제때 다 먹으면 상관없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채 냉장고에 그대로 쌓여 있는 음식이 허다하다. 버릴 때 정말 곤혹이다. 한 끼 식품으로 대변되는 소포장 음식은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소해준다. 한 번에 먹을 만큼만 살 수 있는 것이다. 채소도 한 끼, 과일도 한 끼, 고기도 한 끼…. 1인 가구가 혼자 먹기 알맞도록 다양한 품목의 미니 포장 상품을 갖췄다.
반찬도 그렇다. 소포장이 인기다. CU의 경우 올해 상반기(1~6월) 판매한 소포장 반찬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8.4% 늘었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고객이 ‘미니 반찬’을 선호했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해산물도 소분해 판매한다. 여러 마리를 팩 단위로 판매하던 전복도 한두 마리 소량으로 구매가 가능해졌다. 이 모두 1인 가구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지만,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효과 또한 작지 않을 듯싶다.

‘지구 살리기 경제학’
‘지구 살리기 경제학’‘지구 살리기 경제학’
dot  dot  

한발 더, 업사이클링(Up-cycling)“업사이클링은 사전적 의미로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 일회용품을 용납하지 않는 게 업사이클링의 기본 모토다.
유통가가 진화형 업사이클링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는 것 역시 지구 살리기 경제학의 일종이다. 이러한 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사회적 기업 모어댄의 액세서리 브랜드 ‘컨티뉴’는 폐차 시트의 가죽을 활용해 만든 가방과 지갑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폐차 시 시트 가죽은 통상 그냥 버려지는데, 이를 재활용한 것이다. 자동차 시트에는 마찰, 고온, 습기에 강하고 내구성이 튼튼한 최고급 가죽을 사용한다. 이를 가방과 지갑으로 재탄생시키니, 자동차 가죽으로서는 다시 생명을 얻은 셈이다.
네파는 길거리에 버려지는 일회용 우산 커버에 주목했다. 자투리 방수 원단을 활용해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차원의 친환경 캠페인 ‘레인트리’를 진행 중이다.
여기저기 방치돼 있거나 몰래 버린 폐자전거를 쓸모 있게 만들어 섬마을에 기부하는 캠페인 역시 친환경 업사이클링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인 빈폴은 브랜드의 상징인 자전거를 활용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도시에 마구 널린 흉물스러운 폐자전거를 수거해 업사이클링한 뒤 섬마을에 보내는 것, 여기엔 친환경 경영 철학에 깃들어 있다.

‘지구 살리기 경제학’
포장지 거품 빼기(Reduce Packaging)‘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맞는 말이다. 딱 보기에 좋아야 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동안 모양새를 너무 중시해왔다. 겉포장이 그렇다. 크고 화려한 포장지에 싸인 상품을 무조건 좋아했다. 아무리 내용물이 좋다 한들, 포장이 시원찮으면 선물 받는 사람의 신통찮은 표정이 먼저 떠오르는 법이다.
이런 문화를 없애자는 것 역시 지구 살리기 경제학의 한 축이다. 화려한 포장지만을 찾다 보면 그 재료를 충당하기 위해 지구는 점점 더 병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위스 초콜릿업체 네슬레가 2025년까지 제품 포장지를 재생 가능한 것으로 전면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여러모로 시사점이 많다. 과대 포장을 영구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 역시 포장지 거품 빼기에 동참하고 있다. 오리온은 포장재 규격을 줄이고 포장재에 들어가는 잉크 사용량을 줄이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일찌감치 시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포카칩, 참붕어빵, 마켓오 리얼치즈칩 등의 포장 규격을 줄였다. 자원 낭비를 막는 효과가 상당하다고 한다.
친환경 포장재로 교체하는 ‘착한 포장’ 바람도 거세다. 지난 명절에 일부 백화점은 선물 세트에 쓰는 스티로폼 충전재와 상자를 종이와 같은 재활용 포장지로 교체했다. 덕분에 많은 이가 포장재를 버릴 때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이 줄게 됐다.


글 김영상(헤럴드경제 소비경제섹션 에디터)

댓글 보기



삭제하기
TOP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검색하기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