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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사회,
형제애의 가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vs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공동체 사회,<br>형제애의 가치는<br>어디로 가고 있는가
서양 문명의 기원을 알기 위해서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을 필요가 있다.
신화 속 사랑과 모험 이야기는 그저 아득히 먼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 있는 지혜와 상상력의 보고다 .
인간의 삶이란 기나긴 ‘오디세우스의 모험’ 아닌가. 자유, 평등, 형제애를 내세운 프랑스혁명에 대한
이해 또한 유럽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통찰하기 위해 필요하다.

유럽 전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프랑스혁명은 ‘진정한 근대’의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중대 분 수령이다. 프랑스혁명이 성취해낸 것을 개략적 으로 살펴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인권선언, 기본 권, 국민국가, 대의제 등 근대의 초석이 된 가치 가 프랑스혁명을 통해 구체화됐다. 196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혁명에 대한 전통적 견해에 이 의를 제기하는 실증적 연구 성과가 축적되면서 ‘해석의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하지만 시대의 횃 불로서 프랑스혁명의 의의는 변함없다.

공동체 사회,<br>형제애의 가치는<br>어디로 가고 있는가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근거가 된 것은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다. 루소는 공공의 이 익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 계약의 산물을 ‘사 회’라고 보았다. 그는 민중의 일반의지를 통해 자유롭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이룰 수 있 기를 꿈꿨다. 이러한 루소의 사상을 온몸으로 체화한 인물이 ‘혁명의 조타수’ 로베스피에르다.
그는 ‘루소의 아들’을 자처했다. 1789년 삼부회 의원으로 혁명에 뛰어들어 혁명 세력의 대표로 부각됐지만 그의 순수한 열정은 극단으로 흘러 공포정치를 낳았다. 그는 결국 자신이 세운 단 두대에 목이 잘렸다.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근거가 된 것은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다. 루소는 공공의 이 익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 계약의 산물을 ‘사 회’라고 보았다. 그는 민중의 일반의지를 통해 자유롭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이룰 수 있 기를 꿈꿨다. 이러한 루소의 사상을 온몸으로 체화한 인물이 ‘혁명의 조타수’ 로베스피에르다.
그는 ‘루소의 아들’을 자처했다. 1789년 삼부회 의원으로 혁명에 뛰어들어 혁명 세력의 대표로 부각됐지만 그의 순수한 열정은 극단으로 흘러 공포정치를 낳았다. 그는 결국 자신이 세운 단 두대에 목이 잘렸다.

19세기는 소설의 황금기다. 그중에서도 특히 빅 토리아 여왕 재위기(1837∼1901) 영국에서는 일급 작가가 쏟아져 나왔다. 디킨스는 문학성 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다. <두 도시 이야기>는 영국 가톨릭 폭동(1788)을 주제로 한 <바나비러지 (Barnaby Rudge)>와 함께 역사소설가로서 디 킨스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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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년에 선보인 <두 도시 이야기>는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전개되는 사랑 이야기다. 프랑스 귀족 찰스 다네이는 삼촌 샤를 에브레몽드 후 작의 사악한 행동에 분노한다. 스스로 귀족 신 분을 버린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따뜻한 성품의 영국 여인 루시 마네트와 결혼해 소시민으로서 새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친하게 지내던 이들이 위험에 빠지자 그는 ‘보복의 축제’가 한창인 조국으로 돌아간 다. 분노한 민중에게 붙잡힌 그는 단지 귀족의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옥되어 죽음을 맞을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마네트를 흠모하는 변호 사 시드니 카턴은 옥지기를 매수해 다네이를 탈 옥시키고 대신 사형대에 선다.

디킨스가 그리는 프랑스혁명은 ‘미망과 광기’다.
디킨스는 프랑스혁명의 대의에 공감하되 그 어 두운 면을 들추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프랑스 혁명의 폭력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프랑스혁명 만큼 사람들을 집단적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사건도 드물다. 한번 피 맛을 본 단두대는 더 많 은 이의 목을 요구했다. 구시대와의 단절을 상 징하는 단두대는 새로운 악의 화신, 복수의 도 구가 됐다.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기간에 형 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람이 3만 5,000명에서 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혁명으로 앙시앵레짐(Ancien Régime), 즉 구체제는 막을 내렸다. 유럽의 지성인들은 한껏 부러운 시선을 보냈지만 혁명은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 파리는 ‘피의 도시’였다. 영국은 혁명보다는 개혁, 왕을 죽이기보다는 점진적으 로 권력을 축소해나간 ‘명예혁명’의 나라다. 디 킨스는 ‘피의 혁명’을 막은 영국 역사에 자부심 을 갖고 있는 지식계층의 정서를 대변했다.

<두 도시 이야기>를 불멸의 작품으로 만드는 데 큰 몫을 하는 것이 소설의 도입부 첫 대목이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 대이자 몽매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월인가 하면 불신의 세월이었다. 광명의 계절인 동시에 암흑 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 곧바로 절망의 겨울 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마련되어 있는가 했 으나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었다. 우리 모두가 천국의 길 문턱에 서 있는 듯싶었으나 실 은 곧장 지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세계 문학사상 가장 빛나는 첫 문장 가운데 하나 로 꼽히는 이 구절만큼 혁명의 혼란과 공포, 빛과 그림자를 오롯이 담아낸 작품은 찾기 어렵다.
혁명의 광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 소설의 궁극적 주제는 ‘사랑’이다. 디킨스는 “사랑의 지혜야말 로 이 세상에 알려진 가장 고결한 지혜”라고 했 다. 연모하는 여인을 위해 그 남편의 죽음까지 대신하는 청년 카턴의 헌신적인 사랑과 자기희 생은 혁명의 광증을 무색하게 한다. 비극적 숭 고미라는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프랑스혁명으로 낡은 질서는 무너졌지만 혁명 정부는 실정을 거듭했다. 왕정복고 시기에도 민중의 삶은 여전히 비참했다. 1862년에 발표된 <레 미제라블>은 1815년 엘바섬에서 돌아온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과 영국·프로이센 연합군 간의 워털루 전쟁, 1830년 7월 혁명과 루이 필리프 왕정, 1832년 6월 폭동 등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 수도원, 빈민가, 주점, 하수도 등 을 배경으로 당시 파리의 모습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풍속소설을 보는 것 같다.

공동체 사회,<br>형제애의 가치는<br>어디로 가고 있는가
<레 미제라블>이 시대를 초월해 감동을 주는 것은 우리 영혼에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온갖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인간 군상의 삶을 그린 이 방대한 소설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 은 쉽지 않다. 하지만 소설 전편을 관통하는 열 쇠말을 찾는다면 그것은 역시 ‘사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죄악의 구렁텅이에서 허덕이던 장 발장이 스스로 속죄하고 희생함으로써 거룩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은 순전히 미리엘 주교의 자비로운 사랑 덕분이다.

미리엘은 “전혀 죄를 짓지 않는 것은 천사의 꿈 일 뿐 지상의 만물은 죄를 면치 못한다”라고 믿 는 ‘열린 도덕주의자’다. 은식기 한 벌을 훔쳐 달 아났다가 다시 자기 앞에 끌려온 장발장에게 그 는 남은 은촛대 두 자루마저 내주며 말한다. “장 발장,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미 악이 아니라 선 에 속하는 사람이오.”
미리엘이 보여주는 자비와 온정은 공화주의 투사이자 낭만주의 운동의 향도인 빅토르 위고 의 삶의 자세와 그대로 통한다. 사회의 약자와 하층계급에 대한 위고의 연민의 정은 본능적이 라 할 만큼 강렬하다. 위고의 종교철학에 따르 면 이 세상에 절대적인 악이란 존재하지 않는 다. 따라서 지옥은 있을 수 없다. 사람들 속에는 신이 있고, 악 속에도 선의 요소가 들어 있다. 이 같은 세계관은 미리엘에게, 또 장발장에게 그대 로 투영돼 있다. “양들이 온다고 해서 목자가 물 러설 것인가?”라고 반문하는 미리엘이다.
가짜 장발장이 잡히자 자수를 하고, 자신의 분 신과도 같은 코제트와 마리우스 앞에서 전과를 고백하는 ‘양심에 복종하는 죄수’가 바로 장발 장이다. 그의 속죄는 모든 인간의 죄를 짊어진 그리스도의 희생과 닮은 데가 있다. 위고는 “이 죄수는 예수로 변모하고 있었다”라고 소설에 썼 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알프 레드 테니슨은 장발장의 죽음을 회상하며 “신 이 내린 인간의 눈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혁명의 이념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자유(liberté), 평등(égalité) 그리고 형제애 (fraternité)다. <두 도시 이야기>와 <레 미제라 블>,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삼은 이 두 소설을 읽으면서 특히 주목하게 되는 것이 형제애다. 그 것은 우애, 유대감, 연대감, 동지애, 동질의식, 상 호이해 등의 말로 바꿔 부를 수 있다.
우리는 이 숭고한 단어에 담긴 뜻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공동체 정신이 강조되는 만큼 형제애의 진정한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있는가. 우리의 소 중한 가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랑, 아 니 형제애를 설파한 디킨스와 위고의 소설이 전 하는 진실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글 김종면(콘텐츠랩 씨큐브 수석연구원·전 서울신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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