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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을 무대로,
하늘을 배경으로 줄을 타다
창작중심 단디
창작중심 단디
줄 하나에 매달린 이들은 빌딩의 수직 벽을 딛고 섰다. 온 세상을 90도로 돌려놓은 이들은 날개도 없이, 중력도 없는 듯 날아다니며 몸짓으로 이야기와 이미지를 전달했다. 버티컬 퍼포먼스 단체, 창작중심 단디는 현실과 환상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색다른 무대에서 낯선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창작중심 단디
단디우화 : 애벌레, 나비가 되다버티컬 퍼포먼스(Vertical Performance)는 말 그대로 수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퍼포먼스로, 주로 건물 외벽에서 수직으로 내려뜨린 줄에 매달려 이뤄지는 퍼포먼스를 일컫는다. 유럽을 중심으로 북미, 남미에 이르기까지 서양에서는 버티컬 퍼포먼스가 꽤 활성화되어 있지만 아시아에서 버티컬 퍼포먼스를 전문으로 하는 팀은 ‘창작중심 단디’가 유일하다.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을 계기로, 프랑스의 버티컬 퍼포먼스 단체인 르 투라몽을 접하면서 버티컬 퍼포먼스에 빠진 황성탁 감독은 10년간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런 그에게 버티컬 퍼포먼스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안전’이다.
“창작중심 단디의 이름 중 ‘단디’는 ‘단단히’라는 뜻이에요. 무엇보다도 안전하고 단단하게 줄을 매고 공연하자는 의미에서 이름 지었죠. 저희가 그동안 공중 공연을 10년 동안 해왔는데, 단 한 번이라도 문제가 생겼다면 아마 우리나라에서 공중 공연은 없어졌을 겁니다.”
버티컬 퍼포먼스가 다른 공연에 비해 위험 요소가 있는 만큼 안전장치는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구조대가 사용하는 구조 장비인 로프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그 로프도 3~4개를 묶어 단단히 고정한다. 건물에 있는 기둥에도 여러 번 빙빙 둘러 꽁꽁 묶어야만 안심을 한다.
‘단디우화’는 이렇게 기본을 중심으로 한 창작중심 단디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삼포세대의 애환을 담아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모습을 표현했다. 꾸물꾸물 움직이고, 줄 가운데에서 뒤집히는 것으로 애벌레의 모습을 보여주고, 고난을 이겨낸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날아간다. 이 작품에 사물이나 동물을 의인화한 작은 소극이라는 의미에서 단디우화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사실 그보다는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더 크다.
“나중에 우화의 뜻을 찾아봤어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애벌레가 성충이 되는 과정, 단디우화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연꽃도 우화라고 하더라고요. 신기하게도 ‘우화’라는 단어에 이야기 구조, 스토리, 클라이맥스까지 다 포함되어 있어요.” 단디우화는 많은 이에게 사랑받아 2014년 처음 과천한마당축제에서 선보인 뒤 올해까지도 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애벌레였던 창작중심 단디가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해준 작품인 셈이다.

창작중심 단디
공무도하가: 진정성으로 진심을 외치다처음에는 흥미로, 이제는 사명감으로 버티컬 퍼포먼스의 맥을 이어가는 황성탁 감독은 ‘창작중심 단디’를 이어가기 힘들 때도 많았지만 단 한 번도 포기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은 없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 하나의 장르로써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져놓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지금 내가 포기하면 1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사라지고, 누군가가 다시 버티컬 퍼포먼스를 시작할 때는 처음부터 해야 하니까요.”
한창 힘들 때도 ‘창작중심 단디’를 떠나지 않은 안의숙 수석단원은 그런 황성탁 감독의 모습을 보며 신뢰를 이어나갔다. “단원이 저 혼자뿐일 때도 걱정스럽지는 않았어요. 감독님께서 예전부터 사명감을 갖고 계셨고, 저 혼자서도 공연할 수 있도록 기회를 계속 만들어주셨어요.”
작년 10월부터 창작중심 단디의 일원이 된 신현아 단원도 함께 연습하고 공연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창작중심 단디의 진정성이 마음에 와닿았다고. “저도 버티컬 퍼포먼스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원래는 현대무용을 했거든요. 그런데 창작중심 단디에 눌러앉을 만큼 좋았던 점은 단원 모두가 굉장히 순수하다는 것이에요. 한국의 거리 공연이 외국에서 정식 초청을 받는 건 상당히 드문 경우예요. 충분히 잘난 체할 법도 한데, 정말 버티컬 퍼포먼스를 사랑해서인지는 몰라도 감독님, 단원들 중 그 누구도 우쭐해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게다가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복권이 당첨된다면 하고 싶은 게 단 하나 있는데, 단디창작소를 만들어서 장소 걱정 없이 연습하고, 공연하고 싶다고요.”
이런 진정성 때문일까. 창작중심 단디의 공연은 가는 곳마다 시각적인 즐거움을 넘어선 감동을 주며 마니아층을 만들어낸다. 2013년 예술불꽃 화랑과 협업한 ‘공무도하가’를 공연한 뒤에 한 축제 관계자는 공무원 준비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몇 년간 공무원 시험에 실패해 목숨을 버릴 생각까지 했다는 그는 우연히 ‘공무도하가’를 보고 그 강을 건너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자기 노력이 부족했다며 더 열심히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는 그는 전화로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 얘길 듣고 ‘우리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죠. 예술을 하는 이유는 결국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잖아요. 저희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공연을 계속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죠.”

창작중심 단디
꽃의 여인: 환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다창작중심 단디는 서울거리예술축제,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에 이어 폴란드 축제에 초청되어 공연을 하고, 대만 철의 장미 극장에도 초청받았다. 올해 선보인 작품은 ‘꽃의 여인’으로, 피카소의 작품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당시 대만에서 선보인 ‘꽃의 여인’이 현지 대중의 큰 인기를 끌어 창작중심 단디는 내년에 다른 작품으로 재초청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주로 스토리에 집중해 작품을 보는데요,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한 장면만 있어도 그 작품은 큰 가치를 지니죠.”
‘꽃의 여인’은 우리나라 버티컬 퍼포먼스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큼 예술성이 뛰어나다. “되도록 좋은 작품을 아시아 전역에서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일본, 대만, 홍콩을 중심으로 거리 예술이 확장되고 있는데, 저희 작품이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내년에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에 맞춰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예술가의 이야기를 역사적 내용에 담은 작품도 준비 중이다. 이렇게 창작을 멈추지 않는 창작중심 단디의 목표는 ‘환상 여행’이다. “창작중심 단디가 평생 잊지 못할 환상 여행을 도와준 공연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에게는 무대가 늘 땅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님을 알려주고 싶어요. 하늘도, 바다도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 상상력을 키워주고 싶고요. 어른들에게는 직접 해보지 못한, 이루지 못한 모습을 저희가 대신 보여드림으로써 대리만족하셨으면 합니다.”
인간이 중력을 이기기 위해서는 줄에 온몸을 맡겨야 한다. 하지만 그 희열만큼은 달콤하다. 상상한 대로 몸짓을 만들어낼 수 있고, 꽃에 매달려 날아갈 수도 있으며, 꿈속에서 뛰듯 슬로모션으로 빌딩 위를 걸을 수도 있다. 현실에서 벗어나 시각적 환상 속에 마주친 이들의 몸짓은 우리를 그 속으로 이끈다. 우리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 그것은 우리를 환상으로 데려다줄 여행자를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창작중심 단디



글 강나은•사진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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