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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성에 대한 편견이 있는가젠더 뉴트럴 전성 시대
젠더 뉴트럴 전성 시대

젠더 뉴트럴, 즉 성 중립이자 남녀 차별이 아닌 성 동등성에 대한 문제는 더 이상 사회 문제나 문화적 이슈에서 그치지 않고,
마케팅이자 비즈니스, 그리고 경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어떤 트렌드 이슈가 경제 이슈가 될 때, 그때가 가장 많은 기회가 있고,
또 쟁점도 그만큼 치열해지는 시기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외면했던 젠더 이슈가 이젠 트렌드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밀레니얼 세대와 그다음 세대인 Z세대, 바로 지금의 10대들이 젠더 뉴트럴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왜 잘나가던 속옷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까?
‘빅토리아 시크릿’이란 미국의 유명 속옷 브랜드가 위기를 맞고 있다.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세고 주가는 폭락에 가깝다. 잘 나가던 회사가 위기에 빠진 건 젠더 마케팅에 거부감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8등신 미녀를 내세워 여자다움이자 외모지상주의를 부각시키는 마케팅을 해왔다. 기성세대 소비자는 그걸 받아줬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달랐다. 바디 포지티브, 즉 자신의 몸을 스스로가 당당하게 아름답게 여기는 트렌드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위기와 반대로, ‘에어리’라는 속옷 회사는 매출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평범한 몸매와 외모의 모델을 쓰고, 보정을 하지 않아 잡티나 주근깨도 그대로 노출한 광고사진을 활용한다.
이제 남녀를 편 가르듯 하고, 외모로 줄 세우는 식의 젠더 마케팅은 종말을 맞고 있고, 남녀의 중립성이자 경계를 넘나드는 젠더 뉴트럴이자 젠더리스가 마케팅의 새로운 중심이 되려 한다. 패션업계, 뷰티업계가 젠더 뉴트럴 패션, 젠더 프리 메이크업 등을 화두로 내세우는 것도 이런 변화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이제 기업들의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캠페인에서 젠더 뉴트럴을 담은 메시지를 담아내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



왜 투자업계에서 여성 임원 비율을 따져서 투자할까?
젠더 관점의 투자(Gender Lens Investing)라는 말이 있다. 이건 글로벌 투자 업계에서 중요하게 자리잡은 투자 관점인데, 글로벌 투자 펀드에서도 기업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나 여성의 경영 참여도를 기업 평가 항목으로 적극적으로 다룬다. 왜 여성의 참여 정도를 투자 심사를 할 때 중요하게 다룰까? 이건 여성을 배려하거나, 여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 수익을 위해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11년 여성 등기임원이 적어도 3명 이상 있던 기업은 5년 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포인트 높아지고 주당순이익(EPS)도 37% 더 높아졌지만,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은 5년 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 포인트 감소하고 주당순이익(EPS)도 8% 떨어졌다. 기업을 위해서도 여성 임원의 비중이 높아질 필요가 있는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내 젠더 다양성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업의 경우 업계 중간치보다 높은 재무수익을 얻을 확률이 15% 많고, 경영진 내 젠더 다양성이 10% 상승할 때마다 기업 영업 마진이 1.6% 오른다고 한다.
크레디 스위스에선 팀장들 중 여성 팀장의 비율이 절반 이상이면 연평균 매출 상승률이 8% 더 높다는 결과도 발표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을 10% 이상(2017년 기준 3.7%니까 단기간 3배 높이겠다는)으로 올리는 목표를 실행 중이다. 이유는 여성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일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이자 일본 경제를 위해서다.
여성이 차별받고, 일하기 힘든 기업에는 유능한 여성 인재들만 안 가는 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도 기피한다. 이들로부터 외면받는 기업이라면 인재난을 겪을 수밖에 없고, 경쟁력에 타격을 받는다. 결국 기업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Ladies and gentlemen’이란 말은 왜 사라지는 걸까?
암스테르담의 기차, 런던과 뉴욕의 지하철과 버스 등에선 안내 방송에서 ‘Ladies and gentlemen’이란 표현이 사라졌다. 신사와 숙녀 대신 그냥 승객 여러분으로 바뀌었다. 요즘 일부 비행기의 기장 안내 멘트에서도 ‘Ladies and gentlemen’은 사라지고 있다. 학교에 가는 건 누구나 학생이면 되는데 굳이 남학생 여학생으로 구분했고, 회사에 일하는 건 누구나 직원이면 되는데 남직원과 여직원으로 구분했었다. 과연 이런 구분이 얼마나 필요했던 걸까? 우리가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사람 대 사람과의 관계만 존재한다. 남자와 여자라는 관계가 되는 건 사적 관계일 때뿐이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가 ‘소년은 학자, 소녀는 발레리나’로 남녀의 장래 희망을 구분하거나 ‘청소하는 엄마와 쉬고 있는 아빠’라는 묘사로 성 역할을 묘사한 광고를 규제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 사회에도 필요해 보인다. 우리 말 중에 미망인(未亡人)이란 말이 있는데, 이건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란 뜻이다.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어야 했는데 아직 죽지 못하고 홀로 살아 있단 의미인 셈인데, 이건 뭐 죽으란 얘기 같은 뉘앙스다. 남자에 의존하고 종속된 여자로선 남자가 죽었으니 존재 가치도 없단 식으로도 해석되는데,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여전히 이 말이 쓰인다. 말은 그저 말이 아니다. 인류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에드워드 사피어(Edward Sapir)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했었다.
고착된 언어로 사고를 지배당하기 전에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어떤 의미인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젠더 뉴트럴 전성 시대



Words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김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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