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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찾는 아름다움빈우혁 작가
빈우혁 작가 빈우혁 작가
아름다운 겨울 숲의 풍경을 소개한다. 가슴을 활짝 펴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 상쾌한 기운을 채워주고, 산책하는 듯 복잡했던 생각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해줄 풍경화의 매력에 빠져보자. 쉼이 필요한 당신에게 소개하고 싶은 치유와 위로의 그림을 만나본다.



빈우혁 작가01 - 월정사(Woljeongsa), Oil and charcoal on canvas, 240×330㎝, 2012
02 - 우물(Well), Oil on canvas, 220×343㎝, 2009


현상학적 미학 그리고 실현
물빛이 번지는 아름다운 겨울 숲을 만난 적이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 위로 촘촘하게 쌓여 있는 하얀 눈이 나무를 감싸고 있고, 겨울 숲의 시냇가는 투명하게 얼어서 그 아래로 가을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가라앉아 있다. 모든 것이 숨죽이고 있는 듯 조용해서 발걸음을 옮기면 깨질 것만 같은 깊은 고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숲을 마주하게 되는 행운은 부지런한 산책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빈우혁 작가는 쉬지 않고 숲을 찾아 산책하고, 끊임없이 사색하는 작가다. 지금까지 빈우혁 작가는 의미나 요소를 배제한 채 거대한 숲을 화폭에 그리는 데 몰두했으며 그가 그리는 풍경은 깊이 있고, 손으로 질감이 느껴지는 듯 와닿는다. 빈우혁 작가는 목탄으로 촘촘하고 섬세한 숲의 질감을 표현하고 그날의 분위기를 담은 풍경화를 그리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빈우혁 작가가 처음부터 풍경만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사회에 대한 메시지 혹은 자신이 생각한 의미들을 작품에 담고자 하니 원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작가는 예술 작품은 가장 심미적인 대상으로 대중에게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떤 의미가 부여된 작품보다 현상학적인 의미의 ‘풍경’에 집중했다. 예술 작품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도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빈우혁 작가는 대상을 관찰하며 스케치하고 자신의 감정과 메시지를 작품 속에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제된 자세와 시선으로 숲이 가진 온도를 고스란히 전달하려는 듯, 구도자가 그리는 자연에 대한 헌사처럼 말이다. 이러한 계기가 된 것이 <우물>이라는 작품이다. 병산서원에 가서 우물을 들여다보며 그렸던 작업이 그가 앞으로 그려야 할 그림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이후, 졸업작품으로 발표한 <월정사>는 <우물>에서 시작해 그가 나아갈 풍경화의 확실한 길을 보여주었다.


숲에서 발견한 유토피아를 위한 상상
빈우혁 작가에게 숲은 특별한 존재다. 미술과 예술적인 것에 대한 고민이 많을 시기에 그는 독일에 가고자 했다. 생활비나 학비가 적게 들기도 했으며 큰 공원과 숲이 있고 시민의식이 발달한 곳에 가고 싶었다. 작가는 2013년에 베를린에 간 이후 서울을 오가며 작품을 그렸고, 숙소 근처의 숲 ‘그루네발트(Grunewald)’의 풍경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독일의 숲은 빈우혁 작가가 원하는 것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으면서도 이상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또 그가 그림을 그리게 만드는 그 이상의 원동력을 준다. 빈우혁 작가는 “다른 숲은 제가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위로나 도움을 주지 않아요. 독일에서는 그림도 마음껏 볼 수 있고, ‘독일의 숲’은 제가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주죠.”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는 풍경화를 그리지만 형이상적인 공간을 표현했다. <유령>과 같은 경우는 망가진 숲을 ‘보기 좋은 숲’으로 바꿔서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우울한 현실, 눈앞에 있는 망가진 풍경을 고스란히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림에서만이라도 반대되는 장면과 제목으로 바꾸려 노력했고, 그런 작업이 빈우혁 작가의 작품에 기묘한 분위기를 더 했다. 그래서 빈우혁 작가에게 ‘숲’은 실재하면서도 실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적인 상상력의 산물이다. 의미와 메시지를 더하고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꿈꾸는 이타카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으며 빈우혁 작가만의 풍경화를 완성한 것이다. 그렇기에 절망을 표현하기보다 작가의 긍정적인 기대를 유도하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평온과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작가는 베를린의 숲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작업노트에 스케치를 한다.
은 독일 항공사 루트프한자(Lufthansa)와 베를린의 숲 그루네발트(Grunewald)를 조합한 전시에 소개된 작품으로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숲으로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빈우혁 작가01 - Lufthanza 67, Oil on canvas, 130×193㎝, 2017
02 - Zeltenplatz 59, pencil and oil on paper, 178×252㎝, 2017
03 - Weißenseer Park 66, oil on canvas, 193×259㎝, 2017
04 - 유령(Ghost), Oil and graphite on canvas, 80×100㎝, 2010

빈우혁 작가05 - Postfenn 61, oil on canvas, 259×582㎝, 2017
06 - Live-Wall-Revery 12, oil on canvas, 91×117㎝, 2018
07 - Spreepark 32, charcoal and gouache on canvas, 86×96㎝, 2014


그리는 행위가 주는 행복한 안도
빈우혁 작가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고,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작가에게 ‘무엇’을 그려야겠다는 목적 이전에 하는 행동이었다. 작가는 “저에게 그림은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재미있고 늘 좋은 일이기 때문에 살면서 일어나는 어렵고 힘든 일을 잊게 해줘요.” 라고 말할 정도다. 심지어 그림을 완성하고 새로 그리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하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작업실로 돌아갔던 일도 있었다. 빈우혁 작가에게 물감을 섞고, 미디엄을 조제하고, 캔버스를 짜고, 그림을 그리는 일로 이어지는 행위는 가장 우선시되며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작가에게 아끼는 작품에 대해 묻자 모든 작품이 의미 있고, 모두 소장하고 싶을 만큼 아낀다고 했다. 그리고 그림 자체의 문제를 깊이 다루며 만족스러운 작업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베를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작가의 는 독일의 어느 오래된 성에 있는 대리석을 보며 그렸고, 다시 독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담은 작품이라고 한다. 빈우혁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새로운 여정을 준비한다. 2019년 4월에 서울 홍대 앞 <챕터투>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베이징과 베를린을 오가며 전시회 준비를 한다. 작가는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이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서 평안함을 느낀다는 작가의 말에서 그가 가진 ‘그리는 것’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행복해지는 노력이며 가장 재밌고 신나는 놀이와 같다. 빈우혁 작가가 앞으로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래서 더욱더 멋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Words 이성주 Artist 빈우혁 Photographs 고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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