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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잡는 춤, 발레
무지개를 잡는 춤, 발레
‘발레’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포인트 슈즈, 바로 토슈즈다. 토슈즈가 발레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발레를 시작할 때 바로 토슈즈를 신게 되는 줄 안다.
아서라. 위험천만의 말씀. 토슈즈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도구가 아니다. 발레를 시작하고 몇 년간은 천이나 가죽으로 된 연습용 슈즈를 신고 훈련 과정을 거친 후에야 토슈즈를 신을 수 있다.
발레의 동작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 한 몸 변화시키는 게 무슨 대수일까.




무지개를 잡는 춤, 발레

무지개를 잡는 춤, 발레
1 발레의 시작과 끝, 풀업
무지개를 잡는 춤, 발레
최근 취미 발레가 활성화되면서 TV 프로그램에서도 연예인들이 발레를 배우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미모와 날씬한 몸매를 지닌 이 사람들이 왜 발레 연습복만 입으면 ‘내복 패션’ 분위기 일색일까. 분명 발레리나들과는 다른 분위기다. 발레 무용수들은 춤을 추지 않고 서 있는 것만 봐도 그 자체가 ‘발레’스럽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비밀은 풀업에 있다. 풀업을 제대로 하고 있으면 누구라도 발레리나 같은 우아한 자태로 서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발레스럽게’ 제대로 서 있는 게 만만치 않다.
이 모양새 잡는 데만 족히 몇 년이 걸린다. 이게 기초 공사의 끝이자, 발레를 완성시키는 뼈대다. 풀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몇 십 바퀴를 돌고 허공에서 자기 키 높이 이상 도약해도 발레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발레에서 풀업이란 단어 그대로 하늘로 솟구치듯이 몸의 에너지를 위로 끌어올린 자세다. 쉽게 말해서 구부정한 허리를 똑바로 펴고 내가 가진 키를 최대한 늘린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발레 무용수들은 공연이 시작되는 처음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이 상태의 에너지를 절대 풀지 않고 춤을 춘다.



무지개를 잡는 춤, 발레

무지개를 잡는 춤, 발레
2 발레의 핵심, 턴 아웃
풀업이 된 몸을 더 발레스럽게 만들려면 턴 아웃(turn out)을 더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팔자걸음이다. 그런데 단순히 발만 옆쪽을 향한다고 턴 아웃 자세는 아니다. 고관절부터 옆으로 돌려서 허벅지도, 무릎도, 종아리도 모두 옆을 향하는 자세다. 굳이 멀쩡한 다리를 옆으로 틀어야만 춤을 출 수 있는 걸까.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그런데도 모든 발레 무용수는 더 완벽하게 턴 아웃하고 싶어 한다. 대체 왜 이런 몸을 만들지 못해서 안달일까.
첫째, 발이 앞쪽을 향하고 있는 ‘정상적인’ 몸 상태에서는 할 수 없는 많은 동작이 있다. 예를 들어 나를 가운데 중심에 놓고 다리를 들어 컴퍼스처럼 원을 그린다고 생각해보자. 발이 앞을 향한 자세에서는 아무리 다리를 들어 원을 그린다고 해도 뒤쪽까지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턴 아웃이 된 상태의 다리는 앞과 옆 모두 자유롭게 훨씬 더 많은 움직임을 소화할 수 있다. 이때 발가락 끝까지 힘을 주어 발등을 아치 모양으로 만드는 상태를 ‘포인트’라고 하는데 포인트까지 정확하게 됐을 때 턴 아웃을 통해 자신의 몸에서 가장 아름답고 긴 라인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기능적으로도 미적으로도 턴 아웃은 발레에서 목숨과도 같은 자세인 것이다.
발레를 배우다 보면 사람들이 점점 턴 아웃에 욕심을 내게 되는데 냉정하게 이야기 하자면 성인이 돼서 발레를 시작한 사람의 경우 턴 아웃을 완벽하게 하기 어렵다. 이미 뼈의 모양이 다 굳어져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여러 발레 교습 방법 중에 러시아의 ‘바가노바 메소드’를 선호하는데 이 교습법은 정확한 턴 아웃, 몸의 각도, 시선 등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라인을 추구한다. 러시아의 바가노바 발레 학교의 경우 처음 학생을 받을 때부터 이 메소드를 적용할 수 있는 몸을 가졌는가를 기준으로 선발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메소드를 성인들이 따라가겠다고 무리수를 둘 수는 없다. 180도 턴 아웃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발레에 접근하는 것이 발레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무지개를 잡는 춤, 발레
3 표현력의 완성, 포르 드 브라
풀업과 턴 아웃, 그리고 포인트가 만들어지면 발레의 돌고 뛰는 수많은 동작을 할 수 있는 기초공사가 끝난다. 이제 발레를 서커스가 아니라 춤으로 만들 차례. 모든 테크닉은 다리에서 나오지만 모든 표현은 상체에서 나온다. 발레의 상체 움직임은 ‘포르드 브라(port de bras)’라고 부르는데 모든 팔 동작은 그 각도에 따라 시선들이 더해지면서 비로소 발레의 움직임이 완성된다.
발레를 처음 배울 때는 다리 동작과 턴 아웃에 신경 쓰느라 팔 동작은 거의 하지 못한다. 그냥 팔은 옆으로 들고 다리 동작에 집중하는 데만 수개월. 그 시간 동안 어느정도 풀업이나 턴 아웃, 포인트가 만들어지면 그때부터 포르 드 브라는 다양하고 화려하게 입혀진다.

무지개를 잡는 춤, 발레

무지개를 잡는 춤, 발레
한국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취미 발레 문화가 시작된 지 이제 20년 가까이 되었다.
일본, 미국, 유럽의 나라들에 비해 취미 발레의 활성화가 조금 늦었지만 학원들은 급증했고 우리나라 대표 발레단은 모두 성인 취미반 클라스를 운영하고 공연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성인 취미 발레인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에도 다양한 변화가 생겼다. 그중 하나가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는 콩쿠르가 늘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대학콩쿠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콩쿠르에 전공자 외에 일반부 부문이 생겨났다.
콩쿠르나 공연 모두 참가비와 의상비, 분장비를 고려해야 하고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개인 레슨도 받기 때문에 이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군무로 준비할 경우에는 솔로보다는 비용이 저렴하다.
여성들의 경우는 토슈즈 외에도 발레 의상, 튜튜에 대한 로망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 자기 의상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은데 공연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 처치 곤란이다. 만일 집안에 장식용으로 둘 마음이 아니라면 의상은 대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웨딩드레스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의상은 기본 2박 3일 정도는 빌릴 수 있다. 토슈즈의 경우 브랜드별로 모양이나 색깔, 딱딱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제 구두 맞추듯이 자기 발에 맞는 슈즈를 골라 각자 준비한다.
발레가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이상, 무지개를 향한 춤과 같다. 현장에서 수많은 프로 무용수를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발레가 조금만 더 쉬웠으면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인생에서 좇아가고 바라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를 무지개를 찾아 떠나는 여정으로 받아들이고 가는 길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음속의 무지개를 향해, 발레를 향해 뛰어오르는 당신을 응원한다.



Words 이단비 방송작가, 무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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