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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습의 나무에게 배운 아름다운 삶의 의미,옹이와 닮은 노년의 흔적
INTERVIEW
박승익 ㈜나무친구들 대표

옹이와 닮은 노년의 흔적01 - 해외 각지에서 수입된 원목 더미 앞에 선 박승익 대표

나무에는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다.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고 때로는 숱한 고비도 넘기며 그렇게 남긴 나무의 족적은 나이테와 옹이로 멋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삶의 흔적들은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운 가구로 함께한다.
㈜나무친구들 박승익 대표는 친환경 목재를 통해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가치까지 전파하는 나무 전도사가되 었다.
그는 노년의 인생도 나무의 옹이와 같이 흔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말한다.



Q1. 안녕하세요. 대표님의 ‘아름다운 은퇴’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은행 직원에서 목재 전문가가 되셨다는 이색적인 이력을 가지고 계세요.
은행 직원으로 일하다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진 않으셨을 텐데요.

은행 직원으로 스무 해를 보냈고, 올해부터는 목재 사업을 시작한 지 스무 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인으로 살아갈 때와 대표의 자리에 있을 때 많은 차이가 있지만 두 일이 전혀 다른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양쪽의 경험을 통해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직장인의 삶을 20년 해왔던 것이 사업을 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직장인으로 살아왔던 때가 있었기에 회사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고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직장을 다니다가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일에 도전하는 것 같지만, 제게는 삶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견
식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Q2. 은행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시고 1995년에는 최연소 지점장의 자리까지 오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경기은행이라는 곳에서 20년을 근무했고, 30대 후반에 4급 최연소 지점장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시장 상인을 위해 찾아가는 은행업무 서비스를 많이 했습니다. 태양공구상가에서 파출 수납을 하면서 은행에 갈 시간이 없는 상인들을 대신해 예금을 하며 발로 뛰었었죠.


옹이와 닮은 노년의 흔적02 - 원목은 가공 과정을 거쳐 집성목(판재)으로 탈바꿈된다.
03 - 나이테와 옹이로 나무가 자란 지형과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04 - 포장되어 출고를 기다리는 집성목


Q3. IMF외환위기라는 큰 역경을 지나며 은퇴이자 새로운 도전을 하셨던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IMF외환위기로 1998년 6월에 경기은행이 퇴출되며 너무 큰 좌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실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아내가 오백만 원을 내어주면서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일하느라 고생이 많았으니 이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라고, 앞으로는 자신이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오백만 원을 가지고 집을 나왔지만 차마 그 돈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만 원을 식비로 사용하고 여행할 때가 아니다 싶어 당일날 밤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에 동서가 가구 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 목공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가구 공장에 목재가 부족해서 운영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재를 수입해 판매하던 상인들이 IMF 외환위기로 환율이 폭등되어 힘들어지면서 가구 공장을 비롯한 국내 목재 관련 업종들이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서 힘든 상황이었죠. 그래서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나무(집성목)를 구해와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에는 은행에서 일할 때 일본 연수에서 알게 된 중국인 은행원의 가족이 목재 공장을 한다는 것이 생각나 주소지만 받아들고 무작정 중국 요녕성으로 향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본어로 소통하며 나무를 구입해 목재 수입상 일을 시작했습니다.


Q4. 왜 하필 ‘목재’라는 아이템을 선택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처음부터 목재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IMF외환위기로 은행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자 마음을 추스를 곳이 필요했던 거죠. 마음이 힘들어져서 가만히 있다가는 병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서가 일하는 가구 공장에 일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입니다. 돈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월급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땀 흘려 일하면서 일종의 정신 수련을 시작한 겁니다. 샌딩기로 나무 표면을 연마하는 일은 아주 조금만 힘을 더 주어도 나무가 패어버리기 십상이었습니다. 같은 힘으로 동일하게 유지해야 하는 게 정말 수련하는 것 같았죠.


Q5.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목재’의 매력은 무엇이며, 나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목재 사업을 하며 차츰 친환경 목재의 매력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곳에는 가구가 있는데 대부분 중밀도 섬유판(MDF)을 사용한 가구를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이 목재는 벌목된 목재와 폐기물 목재를 수집해 가루를 낸 후에 접착제로 반죽하여 고열처리 후 압력을 가해 가공한 것입니다. 재활용이라는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WTO에서 정한 공식 발암 의심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들어있다는 점이 큰 약점입니다. 그래서 새가구 증후군이나 어린이 아토피 같은 질병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런 사실을 모른 채 MDF로 만든 가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친환경 목재는 포름알데히드가 들어 있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톤치드라는 자연 항균 물질을 뿜어냅니다. 이렇게 환경에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이점들 덕분에 목재 사업을 하면서 환경과 건강의 전도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뿌듯합니다. 저도 처음부터 나무 전문가였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렇게 다양한 목재를 알 수 있었던 건 경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목재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워낙 원자재가 부족하였기에 구매자를 찾아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1톤 트럭을 구입해 나무를 싣고 국내를 돌며 많은 가구 공장을 방문해 판매하는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면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Q6. 현재 (주)나무친구들은 ‘착한 가격, 참한 품질’을 슬로건으로 친환경 건강목재를 수입판매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제품들을 주로 유통하고, 판매하는지 궁금합니다.

친환경 건강 목재의 종류는 무궁무진합니다. 그중 친환경 목재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나무는 편백나무가 대표적입니다. 침엽수에서 분비되는 물질인 피톤치드의 함량이 높아 건강에 이롭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편백나무는 굉장히 고가여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같은 소나뭇과의 레드파인, 스프러스, 삼나무는 피톤치드 함량이 편백나무 다음으로 높은 편이고 가격도 편백나무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대게 가구는 브랜드의 이름을 믿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보다는 가구의 원자재 소재가 어떤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옹이와 닮은 노년의 흔적


Q7. 목재 DIY 공방 등등 취미생활이 다양해지며 목재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요.
시니어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취미생활에 대한 팁과 목재전문가가 되는 노하우를 전해주세요.

목재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목재를 낱장으로 판매하는 소매를 시작했습니다. 도매가 주가 되었던 수입상의 특성상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DIY용 목재를 구입하는 공방과 개인 구매자를 대상으로 소매를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공방이 많아져서 목공 DIY를 시작하기도 좋아졌습니다. 보통 목공이라 하면 무거운 나무를 나르고, 힘들여 가구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목공 DIY는 그렇게 힘든 작업이 아닙니다. 나무를 낱장으로 구매하면 무거운 나무를 나르는 일도 없고, 취미 생활로 가구를 만들면서 친환경 목재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시니어분들은 골프나 등산 등의 취미를 즐기는 것이 보통이지만 목공은 그보다 더 생산적인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목공활동을 통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점도 시니어를 위한 취미 활동으로 안성맞춤입니다. 목공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DIY 아카데미를 통해 시작하면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새로운 취미 활동에 도전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Q8.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며 ‘잘 늙는 일’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삶의
철학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우리나라의 목공 기술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옹이’를 결점이자 흠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래서 옹이를 잘라내고 옹이가 없는 쪽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옹이가 잘라내야 할 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옹이라는 건 삶의 흔적이 남는 건데 그것이 노년의 삶과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나이가 들어 모습이 어떻게 변하건 그것도 나의 삶의 일부분이니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옹이는 결국 노년의 가치를 뜻합니다. 옹이에 대한 이질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노년의 삶에서 결점처럼 느껴지는 부분들마저 노년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을 것입니다. 위축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랫말도 있습니다. 벌레 먹은 채소의 가치가 더 높다고 하잖아요.(웃음)


옹이와 닮은 노년의 흔적05 - 친환경 목재인 편백나무로 실내장식 한 사무실
06 - 다양한 삶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 목재들


Q9. 대표님께서 도전하고 싶거나 시도하고자 하는 새로운 도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업을 하면서 바쁘게 살아오다 보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충분히 누릴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면서 여행기를 남겨보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작가의 꿈, 여행가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질적인 성공의 욕심보다는 바쁜 일상으로 놓쳐버린 꿈을 향해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은행원으로 제1의 삶을 살아왔고, 목재 사업가로서 제2의 삶을 살았지만, 작가로서든 여행가로서든 제3의 꿈을 꿈꾸고 싶습니다.


Q10.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아름다운 은퇴’란 무엇인가요?
아름다운 은퇴라 하면 돈이나 건강과 결부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얼마나 벌 수 있나 앞으로 얼마나 건강할 수 있을까 하는 불분명한 미래를 바라보기보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범위 내에서 찾아보면 얼마든지 은퇴 후를 아름답게 설계할 수 있을 겁니다. 아름다운 은퇴는 자신을 돌아볼 때 비로소 시작할 수 있지요. 가지지 못한 것을 따라가면 과연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요? 가지고 있는 것을 행복하게 누릴 때 아름다운 은퇴가 시작됩니다.


Q11.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은퇴를 꿈꾸는 시니어를 위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보이지 않는 미래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불안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인생 선배들의 삶을 모델로 삼아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이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일본의 단카이(團塊) 세대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를 뜻하는 말인데요. 그들의 삶이 우리네 삶과 닮아 있기 때문에 장단점을 보며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들의 현재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더 좋은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옹이와 닮은 노년의 흔적07 - 세계 각지에서 모인 나무들과 박승익 대표


Words 정재림 Photographs 고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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