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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을 담는 가구한상훈 작가
한상훈 작가 한상훈 작가
자연 소재의 나무가 가구가 되기까지는 숱한 작업 과정을 거친다. 한상훈 작가에겐 물리적 과정 못지않게 심리적 과정도 중요하다. 자신의 감성을 녹임과 동시에 가구를 이용하는 이들의 정서를 제대로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 냄새가 가득한 곳, 성수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 ‘삼옥’을 찾았다.



한상훈 작가01 - 처마대와 오디오랙(장미목상판, 월넛 다리)
02 - 중정 식물원 테이블
03 - 우물정 거울(더블)


자유로운 삶,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삼옥에 들어서자 기계음 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뿌연 목재 가루가 흩어지면서 진하고 향긋한 나무향이 공기 속으로 퍼지고 있었다. 한상훈 작가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 삼옥에서 보낸다. 그의 작업실이자 친구들이 모이는 아지트로 사용되던 곳을 다른 사람들도 편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소박한 카페로 꾸민 것은 지난해 가을. 벽에 걸린 공구들과 여기 저기 목재들이 널린 풍경은 금방이라도 작품 하나가 탄생할 것처럼 생생하다. ‘삼옥’은 ‘3층 옥상’을 뜻한다.
한 작가가 자신의 삶 속으로 나무를 끌어들인 건 스물세 살 무렵.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미래에 대해 한창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제주도를 여행하던 차에 이호테우해변 등대 쪽을 바라봤는데 캠핑을 즐기는 가족들의 풍경이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또 어느 날은 제주의 한 카페 테라스에 놓여 있는 캠핑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편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 생각했어요. 나무가 주는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을 캠핑가구에 접목하면 좋겠다고.”
서울로 올라온 그는 바로 목재소로 향했다. 나무를 구입해 자르고, 뚫고, 가공하여 캠핑의자 하나를 만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이후 한 작가는 선배 목수와 공방을 함께 사용하면서 일을 도와주고 배웠는데 그 과정에서 목공의 더 넓은 세계를 차근차근 체득해 나갔다. 어느새 6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는 이제 대부분의 가구들을 만들 수 있는 목수가 되었다.
“목공은 굉장히 정밀하고 섬세한 작업입니다. 모든 작업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어루만져야 하죠. 제 작품이 마음에 들어 구입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책임감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제가 느끼는 만족감은 물론이거니와 가구를 직접 사용하는 이들의 만족감까지 얻어내야 하니까요.”


한상훈 작가04 - 월넛 좌탁 시계
05 - 월넛 우드슬랩
06 - 덱체어와 박스
07 - 월넛 갤러리 소파


과함도 덜함도 없이
나무는 색이나 모양도 전부 다르다. 같은 수종이라고 해도 똑같은 나무는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한 작가는 가구 하나를 만들 때마다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살아 있는 듯한 나무 형태들이 모여 하나의 객체로 탄생했을 때는 큰 희열을 느낀다고. 그래서일까. 나뭇결이 그대로 전해지는 가구는 편안한 느낌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쳤기에 단아하고 정갈할 뿐 아니라 과한 꾸밈이 없으니 젠체하는 느낌도 찾아볼 수 없다. 또 곧고 단단한 나무는 가구로 탄생하면서 결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데, 이게 손으로 직접 만든 가구의 매력이기도 하다. 한 작가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갤러리형 소파에는 유독 정성이 많이 깃들어 있다. 못이나 나사 등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들에 홈을 파 결합하는 짜임 가구는 한 치의 오차를 용납하지 않는다. 정확한 치수 측정에서 출발한 섬세하고 치밀한 작업만이 좋은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무로 만든 가구에 대한 한 작가의 관심은 점점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면서 한 작가는 나무에 대한 매력을 한층 더 깊이 느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서울에 혼자 올라 왔어요. 그 당시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궁궐 답사였어요. 어릴 때 경주 할머니 댁에서 일 년 정도 살았는데, 할머니 집이 한옥이었거든요. 아마 그 영향을 좀 받았던 것 같아요. 한옥 중에서도 처마가 이어지는 모양과 자연스러운 느낌의 지붕을 좋아하는데. 제 작품 중에는 처마가 이어지는 느낌을 살린 테이블이 있어요. 낯선 도시인 서울에서 궁의 처마를 보며 편안함을 느꼈던 제 경험을 녹인 작품입니다.”
한 작가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여섯 개의 다리가 달린 테이블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무에 난 혹을 잘라서 만든 결을 살린 나무, 슬랩우드, 정갈한 느낌을 주는 제재목을 섞어 만든 테이블은 기품이 있으면서도 단아해 보였다. 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녹인 테이블을 보며 문득문득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어떤 종류의 가구를 만들더라도 가구가 놓일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을 놓치지 않고, 가구를 직접 사용할 이들의 심미적 기준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한 작가 자신처럼 그가 만든 가구로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처럼, 가구도 매일 똑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존재한다.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래고 흠집이 좀 날지언정 일상을 함께한 가구이기에 어쩌면 더 많은 정이 갈지도 모른다. 가구는 또 시간이 흐를수록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담는다. 누군가에겐 무척이나 소중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세월과 함께 지겨워지는 가구가 아니라 세월과 함께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가구. 한 작가가 더 가치 있는 목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다.


한상훈 작가08 - 장난기 많은 스물아홉 목수 한상훈
09 - 나무를 만질 때 만큼은 어느 순간보다 정확하고 진지하다
10 - 수많은 목수의 공구
11 - 삼옥에서 판매하는 오미자차와 매실차







Words 한율 Artist 한상훈(인스타그램 @xlbtoon) Photographs 정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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