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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여성의 눈으로 본 결혼의 이상과 현실‘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결혼은 낭만적이지 않은 현실일 뿐
‘오만과 편견’은 결혼을 앞둔 청춘남녀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짝을 찾는 이야기다. 그들의 구혼과 결혼 전선에는 이상과 현실이 교차한다. 틈만 보이면 속물주의가 고개를 든다. 이 소설은 산문의 구성 방식으로 말하면 두괄식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첫 대목에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뜻이 그대로 함축돼 있다. “상당한 재력가인 독신 남성이 아내를 얻고자 하는 것은 보편적으로 인정된 진리이다”
‘오만과 편견’의 이 구절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등과 함께 세계 문학사상 가장 빛나는 첫 문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평이한 문장을 왜 많은 사람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까. 행간의 의미를 살펴보면 그럴 만도 하다. 재산이 넉넉하지 않으면 결혼도 할 수 없다는 당대의 현실 인식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결혼이란 그렇게 숭고하지도 이상적이지도 낭만적이지도 않은 ‘현실’일 뿐이라는 작가의 냉철한 판단이 담겨 있다.
결혼 앞에 어른거리는 물신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는 남자도 여자도 마찬가지다. 남자들보다도 여자들이 더 분주하게 ‘상당한 재력가인 독신 남성’을 남편으로 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오스틴이 활동한 19세기 초 영국 사회에서 여성은 돈벌이 경쟁에서 배제됐다. 결혼 외에는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방도가 딱히 없었다. 그들의 ‘결혼분투기’가 눈물겹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작가가 결혼을 하나의 ‘사업’으로 그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사랑은 운명마저 변하게 한다
‘오만과 편견’은 소설뿐 아니라 영화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6년 개봉된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 ‘오만과 편견’에서는 스무 살의 영국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엘리자베스 베넷 역을 열연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영화평론가 루이스 자네티는 뛰어난 소설일수록 영화화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영화 ‘오만과 편견’은 원작 소설의 문학적인 요소들을 무리 없이 영화언어로 옮긴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딸부자 베넷가(家)의 둘째 딸이다. ‘시골 귀족’의 딸인 엘리자베스에게 어느 날 창문이 천 개나 되는 대저택에 사는 귀족 청년 다시(매튜 맥퍼딘)가 다가오면서 운명의 드라마는 시작된다. 다시가 오만의 표상이라면 엘리자베스는 편견의 상징이다. 오만은 무엇이고 편견은 무엇인가. 엘리자베스는 다시로부터 청혼을 받지만 그가 자신의 가문을 우습게 본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다시는 정말 오만한 인물인가. 다시는 엘리자베스에게 허영은 진짜 결점이지만 오만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오만은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라면 그것을 잘 통제하기 마련이며, 그것은 오만이 아니라 자긍심이라고 불려야 옳다는 것이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지만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다시의 ‘오만’과 엘리자베스의 ‘편견’은 충돌하지만 마침내 그것을 버림으로써 둘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한때나마 다시를 거부한 것은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다시는 엘리자베스에 대한 사랑을 통해 겸손을 배운다. ‘오만과 편견’은 소설이 나온 지 200년이 넘었고 영화가 개봉된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인간 의식의 심층에 자리 잡고 있는 오만과편견의 뿌리를 탐색한다는 데 이 작품의 진정한 미덕이 있다.


‘오만과 편견’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 또한 평생 독신으로 지냈지만 구혼과 결혼 이야기의 고전이라 할 만한 소설 ‘오만과 편견’을 썼다. 소설은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이 녹아 있지 않으면 생명력을 얻기 어렵다. 그런데 ‘오만과 편견’은 어떤 작품보다도 많이 영화로 혹은 드라마로도 선보이며 시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다. 그것은 분명 거기에 사실 이상의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문학에는 ‘오스틴 현상’이니 ‘오스틴 산업’이니 하는 거창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Words 김종면(콘텐츠랩 씨큐브 수석연구원·전 서울신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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