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상점 HOME
검색 분류
블로그 전송 카페 전송 밴드 전송 카카오스토리 전송 페이스북전송 트위터전송
포르투갈의 단꿈은 네 덕분, 포트 와인
포르투갈의 단꿈은 네 덕분, 포트 와인
손꼽아 기다린 여행 전날은 늘 붕붕 뜬 기분 탓에 쉬이 잠들지 못한다. 수면 부족에 여행 첫날의 고된 일정까지 소화하고 나면 곯아떨어지도록 피곤한 데도 잠자리가 낯설어 뒤척이기 마련. 그럴 때 어른을 위한 친구, ‘포트 와인’이 있다. 초콜릿처럼 달콤한 맛 뒤에 소주만큼 높은 알코올 도수를 숨긴 포트 와인 한 잔, 좋은 꿈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인도자 말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포스터 속으로 떠나다
소설이나 영화에 푹 빠져본 사람은 안다. 주인공이 즐겨 먹는 음식이나 자주 등장하는 노래, 풍경이 어느새 나의 로망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상실의 숲>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고 나면 비틀즈의 팬이 되어 있다거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리가 먹는 매그놀리아 바나나 푸딩 맛이 궁금해지듯이. 그러니까, ‘리스본의 야경을 보러 포르투갈로 떠나겠다’고 결심한 건 순전히 <리스본행 야간열차> 탓이었다는 뜻이다.

인천부터 꼬박 15시간을 날아 도착한 리스본 공항은 여행자 한 사람 한 사람을 특별한 방식으로 환대한다. 고풍스러운 공항 벽을 푸른 빛으로 가득 채운 ‘아줄레주 벽화’가 그 주인공. 덕분에 리스본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항으로 꼽히기도, 긴 여행에 지친 여행객의 발을 공항 한가운데 묶어놓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리스본에서의 첫 번째 목적지는 레스타우레도스 광장. ‘트램(TRAM)’을 타기 위해서다. 트램은 리스본 전역을 돌며 운행 해 여행 중 꽤나 유용한 교통수단인데, 1일권을 구입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24시간 내내 이용할 수 있다. 트램을 타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사이 뉘엿뉘엿 해가 지고, 알칸타라 전망대에 내리자 눈앞에는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포스터 속 벤치가 눈에 들어온다. 포르투갈을 꿈꾸게 한 바로 그 풍경이다


독한 술에는 과학이 숨어 있다 ‘포트 와인’
포르투갈행을 부추긴 작품이 하나 더 있으니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이다. 작품 초반은 주로 와인에 입문한 주인공에게 기초 지식을 설명하는 내용. 이때 ‘포도의 단맛이 남은 와인’이라는 설명과 함께 포트 와인이 등장한다. 와인은 포도를 재료로 만드는 술인데, 포도 단맛이 뭐 특별할 일이라고 굳이 설명하는 것일까? 포트 와인의 단맛은 보통의 와인과는 급이 다르다. 머금는 순간 제철 농익은 포도를 먹는 듯 묵직한 당도가 느껴질 정도. 워낙 달콤해서 주로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케이크나 초콜릿처럼 식후 디저트의 개념이 강하다.

포르투갈의 단꿈은 네 덕분, 포트 와인01 - 테일러스에서 엄격하게 관리 중인 포도
아이러니하게도 포트 와인이 달콤한 건 70도를 웃도는 술, 브랜디 때문이다. 와인은 포도를 씻고 으깨 즙을 낸 후 발효되기를 기다려 완성하는데, 포트 와인은 다르다. 발효 중간에 뚜껑을 열고 브랜디를 잔뜩 부어버리는 것이다. 다시 뚜껑을 닫고 발효를 기다리면 포트 와인이 완성된다. 쓰고 독한 브랜디가 포트 와인과 만나 달콤해지는 데는 과학이 숨어 있다. 와인 발효 일등 공신은 ‘효모’인데, 높은 도수의 알코올이 중간 투입되면 효모가 파괴돼 발효를 멈춘다. 그 덕에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포도 당분이 끝까지 남아 달콤한 와인이 완성되는 것. 맛있는 와인이 탄생한 건 고마운 일인데, 슬슬 ‘숙성 중간에 용감하게 와인 뚜껑을 열고 브랜디를 들이 부은 주인공’의 사연이 궁금해지지 않는가. 다음으로 가는 곳이 바로 그 사연의 중심지다.

포르투갈의 단꿈은 네 덕분, 포트 와인02 - 포르투 도오루 강가에 세워진 배, 그리고 멀리 보이는 마을과 동 루이스
누가 와인에 브랜디를 넣을 생각을 했을까?
포르투갈 북쪽에 있는 ‘포르투’는 1년 내내 영상 5~25도의 쾌적한 기온을 유지하는 지역으로 포트 와인이 시작된 곳이다. 지역 전반에 도루강이 흐르고 일조량, 일교차 모두 포도 생산에 적합하다. 포르투가 일찍부터 맛 좋은 와인을 빚어낸 건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다. 17세기에 백년전쟁이 벌어지자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고, 와인 사랑이 지극했던 영국은 프랑스 와인을 수입하기가 어려워진다. 대안을 찾던 영국은 런던과 가까운 와인 산지를 물색하던 중 포르투를 찾았지만 거친 뱃길로 옮겨진 와인은 변질돼 도착하기 일쑤였다고.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항해 전 와인에 브랜디를 섞었더니 방부제 역할에 독특한 단맛까지 나는 특별한 와인이 탄생하게 됐다. 우리가 사랑하는 포트 와인이다.

포르투 지역 전역에서 포트 와인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을 가든 품질 좋은 포트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추천하는 것은 와이너리 투어. 포도밭부터 와인을 만드는 농장, 와인 셀러까지 둘러본 후 방문한 와이너리(Winery, 양조장)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마셔보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포르투갈의 단꿈은 네 덕분, 포트 와인03 - 클레리구스 성당 뒷편에 자리한 광장
04 - 리스본의 유용한 교통수단인 트램

포르투갈의 단꿈은 네 덕분, 포트 와인
포르투갈의 단꿈은 네 덕분, 포트 와인
포르투갈의 단꿈은 네 덕분, 포트 와인

포르투 와이너리 필수 코스, ‘테일러스 & 샌드맨’
포르투에 와이너리가 너무 많아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테일러스(TAYLOR’S)’와 ‘샌드맨(SANDMAN)’을 가보자. 테일러스는 ‘포트 와인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품질 관리가 잘 되고있는 브랜드. 미리 투어를 신청한 후 약속한 시각에 방문하면 한창 발효 중인 와인 셀러를 먼저 보여준다. 배럴의 나무 향, 짙은 포도 향에 취할 때쯤 이끌려 나가는 곳은 포도밭. 햇볕 아래 빛나는 포도송이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배운 후에야 완성된 포트 와인을 만날 수 있다.

포트 와인은 10년에 3번 정도 아주 좋은 포도가 열리지 않는 이상 특별히 빈티지(Vintage, 풍작인 해 생산된 포도주에 연호를 붙여 구분하는 것)를 붙이지 않기 때문에 고가와 저가, 화이트와 레드 정도로 심플하게 구분된다. 시음 후 테일러스의 포트 와인이 입에 맞는다면 현장에서 구매하면 되는데, 국내에서 1병 구입하던 가격으로 3병까지 구입할 수 있을 만큼 가격 차이가 크다. 다음으로 추천하는 곳은 샌드맨. 언덕을 한참 올라야 도착하는 테일러스와 달리 접근하기 좋은 곳에 있다. 샌드맨에서 운영하는 호텔에 묵으면 와이너리 투어 비용을 할인받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 포르투 지역에서 출시되는 포트 와인에 처음 로고를 찍어 브랜드화 했다는 샌드맨의 캐릭터는 중절모와 망토를 두른 남자. 그래서 샌드맨의 와인 병은 물론 와인 잔에서도 이 캐릭터를 볼 수 있으며 투어 인솔자까지 중절모와 망토를 착용하고 있다. 샌드맨 역시 포트 와인 판매장이 붙어 있는데, 특히 미니 사이즈의 와인이 있어 선물용으로 구입하기 좋다.

어느 브랜드라도 와이너리 현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와인의 상태와 가격 모두 만족스럽지만, 혹 이 기회를 놓쳤다면 차선책은 포르투 지역의 주류 판매점이다. 어느 주류 판매점이라도 면세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포트 와인을 판매하기 때문. 마음에 드는 브랜드의 포트 와인을 구입했다면 귀국 후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에게 선물하자. “맛있죠, 어제 푹 잠들지 않았어요?”라며 포트 와인이 대화의 물꼬를 터 줄 테니까.

포르투갈의 단꿈은 네 덕분, 포트 와인
포르투갈의 단꿈은 네 덕분, 포트 와인

-
Words 김세라 Photographs 정유석

댓글 보기



삭제하기
TOP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검색하기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