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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르지 않은 기억의 숲박계남 작가
박계남 작가박계남 작가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커다란 눈동자, 살짝 감긴 눈이 사랑스러운 너의 옆모습을 보면서 받았던 위로. 포근한 하얀 솜털에 자꾸 손이 가는 건 그림이 가진 생명력일까. 일러스트레이터 계남의 ‘우유니라마’를 보며 나는 한참 동안이나 눈을 떼지 못했다.


나의 꿈은 ‘행복하게 사는 것’
사람의 감성이 완성되는 것은 유년 시절의 기억에서부터다. 자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어린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맑고 따뜻한 눈을 가지고 산다. 부산시에서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시골의 산중턱마을에서 태어난 일러스트레이터 박계남은 어린 시절 떠오르는 자연의 평화로운 풍경이 머릿속에 그대로 남았다. 편안하게 뒷짐을 지고 걷는 인자한 어머니의 표정, 숲의 냄새와 소리, 인적 없는 길옆으로 펼쳐진 넓은 평야… 모든 것이 평온했다.

박계남 작가
박계남 작가

“친구가 많거나 번잡한 도시의 생활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할 때가 많았어요.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많은 것들과 함께 했던 것 같아요.”
지난 2013년 박계남 작가는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했다. 그림을 그리는 삶은 오랫동안 꿈꿔왔었던 일이었다. 어느 곳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그녀는 남미로 6개월간의 배낭여행을 떠났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자신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었을 뿐. 대부분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여건이나 상황에 맞춰 자신을 속이며 하루를 산다.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뭐야?’라는 질문에 쉽사리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꼭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기보다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 될 수 있는 거니까. 회사를 다닐 땐 대부분의 것들이 겉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점심 시간에 사람들하고 어울려 수다를 떠는 일도 그렇게 즐겁지가 않았고요. 차라리 그 시간에 산책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사람보다 예민하고 생각이 많다는 것을 알아채고 행복에 대한 생각이 풍선처럼 커졌다. 스트레스성 소비에 길들여지고 퇴근 후에는 삶이 공허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배우고싶었다. 하는 일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자꾸 다른 곳에 눈을 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녀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여행
여행은 박계남 작가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다양한 직업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정해진 규칙 없이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은 그의 생각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저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대로, 일반적인 사회인으로 평범하게 살아왔던 삶은 정답이 아니었다.
“먼 미래까지 생각하기에는 우리가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느끼는 대로 사는 것도 자연스럽고 즐거운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는 여행지에서의 체험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 그리고 있었다. 종이가 작으면 작은 대로, 채색 도구가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현재의 느낌을 살려 작품을 완성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만났던 모든 사람이 인생의 스승이자 영감의 원천임을 강조했다. 아르메니아를 여행하면서 한적한 강가에서 만난 할아버지를 이야기하면서 그녀는 미소를 보였다.

박계남 작가

“말도 안 통했어요. 담배를 피는 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할아버지 모습을 그려 선물해드렸더니, 저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라고요. 첨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가만히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화나고 힘들 때 이 강가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진심이 필요한 때 꼭 언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 순간의 짧은 교감이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둘의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서로에게,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토도비엔(todo bien)’
작가 박계남의 눈은 봄바람 같다.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쓸쓸한 것들에 포근함을 불어 넣어준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엄마가 등을 다독이는 것처럼 편안한 위로를 준다.
“저는 의도하지 않고 그렸는데, 주변에서 따뜻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알게 되었어요. 여행을 하면서 행복하게 느꼈던 순간을 내가 그대로 그림에 표현을 하고 있구나. 이게 저의 장점이라면 앞으로도 그림으로 누군가에게 좋은 기운을 넣어주고 싶어요.”
박계남 작가는 ‘토도비엔(todo bien)’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일러스트 제품을 판매 중이다. 토도비엔은 우리말로 “잘 지내?” 혹은 “잘 지내!”라는 뜻으로 서로에게 안부를 묻거나 스스로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말이다. 여행 중에 만난 이색적인 풍경이나 큰 감동을 받았던 순간을 작품으로 만들어 캔버스 액자나 아트포스터, 폰케이스, 모빌, 엽서 등으로 제작했다. 특히 캔버스 액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골고루 좋아해주시는데, 그래도 ‘우유니라마’와 ‘우유니선인장’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어요. 볼리비아 우유니투어를 가면 우유니 소금사막에 펼쳐진 광활한 평야를 볼 수 있거든요. 그곳에 있는 라마와 선인장이 너무 닮아 있다는 걸 느꼈어요. 햇살을 받으면 새하얀 솜털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눈빛에서 그림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앞으로 그녀는 어떤 것에 얽매이지 않고 더 자유롭게 그림을 표현하고 싶단다. 지금껏 너무 평범하게 자라온 탓인지 늘 그 부분에 있어서 한계를 느낀다고. 모든 예술은 내면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부터 달라져야 하는 것을 박계남 작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눈. 그리고 그것을 캔버스에 더 따뜻하게 표현해내는 감성. 여행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그려내고 싶다는 박계남 작가, 앞으로 그녀에게 운명처럼 다가올 대륙은 또 어디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박계남 작가
박계남 작가
박계남 개인전
2019.06.19(수)~06.30(일) (월요일 휴관)
팔레드서울(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의동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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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김효정 Artist 계남(kyenam) Photographs 고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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