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큐레이터 HOME
검색 분류
블로그 전송 카페 전송 밴드 전송 카카오스토리 전송 페이스북전송 트위터전송
쉽게 만들고, 쉽게 허물어진다?‘조립식 가족’
‘조립식 가족’

싱글가구 540만 시대에 1인 가구 수는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셰어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 형태와 문화가 나타난다. 하지만 혼자는 외롭다. 그래서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둘이 공동체를 꾸리는 경우도 있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진다.



이 시대가 원하는 가족의 조건?
공사현장에서 인부로 일하는 오사무는 좀도둑이다. 학교도 다니지 않은 꼬마 쇼타와 함께 마트나 동네 가게, 누가 세워둔 차안에서 집안에서 쓰는 자잘한 물건과 식재료를 훔친다. 그의 아내 역할을 하는 노부요는 세탁 공장에서 일하면서 집안 살림을 꾸린다. 실제 집주인인 시바타는 전 남편이 물려준 유산으로 매달 연금을 받는 노인이다. 할아버지의 애인이었던 시바타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키는 유사 성행위업소에 나간다. 여기에 친엄마의 학대로 집에서 나온 다섯 살 소녀 유리. 이렇게 여섯 명이 한집에 산다.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다. 쇼타는 주차장에 버려진 아이를 오사무가 데려왔으니 아들이 아니다. 쇼타는 오사무가 그렇게 원해도 한 번도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다. 오사무가 어린 유리를 여동생이라고 부르라는 것도 거부한다. 오사무와 노부요도 정식 부부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매일 한솥밥을 먹고, 한 지붕 밑에서 잠을 잔다. 할머니와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가 오손도손 사는 가족처럼.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원제: 좀도둑 가족)이다. 일본의 우울한 자화상을 드러내기 위해 영화가 만들어낸 ‘이상한 가족’ ‘또 하나의 가족’이지만, <어느 가족>은 우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의 조건은 무엇인가? 나에게 필요한 가족은 어떤 것인가? 피를 나누었지만, 서로 상처주고 증오하고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족.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함께 잠자고 놀고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어 주고 정을 나누는 가족. 어느 쪽이 진짜 가족일까? 물론 <어느 가족>도 현실은 아니다. 그들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관계도 영화일 뿐이다. 그러나 시바타 할머니의 이 말만은 가족 해체, 가족 위기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날카롭게 파고든다.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식구는 선택할 수 있어.”

식구.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다. 과거에 가족과 같은 의미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1인 가구 540만 시대에 가족은 있어도 식구 없이 사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한다. 그리고 결혼하지 않더라도 ‘식구’로 같이 살수 있다는 남녀도 50%가 넘는다. 가족과 한 집에서 살기 싫어서 아니면 직장, 학업 등을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데 혼자는 외롭고, 결혼도 싫고 그래서 마음에 맞는 동성끼리 ‘식구’로 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들을 ‘조립식 가족’이라고 말한다. 젊은 층에서만 생겨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아내나 남편을 먼저 저 세상에 보내고 ‘독거노인’이 되기 싫어, 인정 없고 자유 없는 양로원이 싫어서 친구와 ‘식구’로 여생을 보내는 조립식 가족도 있다. 2016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던 TV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인공들처럼. 물론 아들이나 딸, 손자도 필요 없다. 대신 반려동물을 키운다.

‘조립식 가족’

새로운 가족의 탄생의 시대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인 카피라이터 김하나와 패션잡지 에디터 황선우도 ‘조립식 가족’이다. 트위터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취향과 가치관을 알아가면서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장점을 모두 살리는 ‘식구’로 살기로 결심했다. 돈을 모아 집을 구입했고, 자신들 마음에 맞게 집을 고치고, 이사를 하면서 고양이 4마리와 함께 가족이 됐다. 그들은 1인 가구는 원자이고, 자신들은 ‘분자 가족’이라고 했다. 원자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W2C4(여자 둘, 고양이 넷) 구조의 가족 형태를 가졌기 때문이다.

조립식은 쉽게 만들고, 다양한 틀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그만큼 약해 언제든 쉽게 해체하거나 허물 수 있다. 아무리 안정된 분자구조라 하더라도 아주 작은 충돌이나 충격, 간섭에도 언제든 쉽게 분리될 수 있다. 더구나 서로다른 두 원자가 아슬아슬하게 결합한 상태라면. 옛날 경제적 어려움으로 친구와 함께 자취방을 쓰던 ‘동거’와는 다르다.성격,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에서 음식까지 언제든 그 고리를 부서지게 할 요인이 한둘이 아니다. 결국 조립식 가족이라고 해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진짜 가족, 결혼과 다름없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 존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나쳐서도 너무 무심해서도 안 된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김하나와 황선우도 그랬다.

1인 가구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가 간섭과 강요가 싫어서라면 조립식 가족은 ‘고양이 가족’처럼 되어야 한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식구'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아주 오랜 친구와 같이 지낸다면 굳이 ‘조립식 가족’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편안하다. 그러나 단지 취향이 같다거나 하는 일이 비슷하거나, 둘 다 오랜 독신생활이 외로워서 식구를 찾는 조립이라면 그 조립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역설적으로 어쩌면 그것이 조립식 가족의 매력일 수 있다. 선택할 수 없는 부모가 아닌 선택이 가능한 ‘식구’라는 것과 함께. 영원한 가족은 없다. 반대로 고정관념을 깨면 가족이 안 될 사람도 없다. 우리는 지금 그런 가족해체, 새로운 가족이 시대가 원하는 가족의 조건? 탄생의 시대를 살고 있다.

‘조립식 가족’
-
Words 이대현



댓글 보기
가치
2019.06.05
가족의 구성원에 얽매이기 보다는 끈끈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조합이 더 소중한거 같아요
시대에 따라 새로운 가족의 출현이 나타날 수 있어도 그의미는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삭제하기
TOP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검색하기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