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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소년의 ‘생존법칙’소설 <파이 이야기>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소설 <파이 이야기>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신은 어디에 있는가? 저 멀리 있는가? 아니면 아주 가까이, 내 마음 속에 있는가? 너무나 간절할 때의 신의 침묵은 무관심인가, 시험인가. 기적은 신이 주신 것인가, 인간이 만든 것인가?



기적 같은 227일간의 표류기
스페인 출신 얀 마텔의 2002년 영국 부커상 수상작인 소설 <파이 이야기>(원제 Life of Pi)에서 열여섯 살의 인도 소년 파이는 ‘단지 신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모두 믿는다. 신에 대한 그의 믿음과 사랑은 극한의 상황, 227일 동안 벵골호랑이와 함께 작은 구명보트를 타고 태평양을 표류할 때 파도처럼 출렁인다.

화물선에 동물들을 가득 싣고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가다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배가 침몰해 구사일생으로 혼자 살아남은 소년 파이. 그는 태평양 한가운데 고아가 되어 홀로 떠 있다. 앞에는 언제 자신을 집어 삼킬지 모르는 호랑이, 밑에는 상어가 다니고, 폭풍우가 쏟아진다. 그에게 현실은 지옥이고 공포이며 절망이다. 그러나 그 절망의 순간에 파이는 생존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파이 이야기>는 중년이 된 그가 들려주는 그 기적과 도 같았던 시간 동안의 의식과 신념과 행동에 대한 기록이다.

소설 <파이 이야기>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소설 <파이 이야기>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서로의 믿음과 관계에서 얻은 희망
망망대해를 떠돌면서 파이가 버리지 않은 것은 믿음과 관계였다. 신에게는 물론 호랑이에게도. 절망이 엄습할 때 파이도 신을 원망하고, 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신에게 분노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여섯 살의 소년은 자기성찰과 지혜로 멈추지 않고 믿음을 향해 나아갔다. “의심을 인생 철학으로 선택하는 것은 운송수단으로 ‘정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기도를 통해 소년은 신과 대화를 했고, 스스로 존재감과 궁극적인 목적의식을 만들어갔다.

믿음은 생존방식에도 있었다. 호랑이도, 자신도 혼자서는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사실. 그래서 파이는 호랑이를 죽이지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호랑이도 마찬가지였다. 영혼은 없고 야생 본능만이 있지만, 바로 그 ‘본능’으로 호랑이는 파이를 잡아 먹으면 며칠은 버티지만 곧 죽게 되며, 파이 없이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둘은 공간을 나누고, 시간을 공유하고, 조금씩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인간과 호랑이 사이에도 아누타섬 사람들의 공존 법칙인 연민, 사랑, 나눔, 협동의 ‘아로파’가 생겨났다. 파이가 바다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주고, 호랑이는 파이를 위해 날아다니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공존의 관계’ ‘공존의 법칙’이 없었다면 파이의 말대로 둘 다 벌써 죽었다.

어쩌면 파이의 지독한 권태도, 공포도, 외로움도 호랑이와 함께여서 견뎠을지도 모른다. 호랑이가 없었다면, 아무리신을 믿고, 환상과 내면 성찰로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다하더라도 끝내 견디지 못하고 파이는 바다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마침내 멕시코 해안에 도착했을 때, 호랑이가 인사도 없이 사라진 것을 알고 울었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소설 <파이 이야기>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택할 수 있다
<파이 이야기>는 파이가 한 작가에게 들려주는 자신의 경험담이다. 파이는 벵골호랑이와 표류기를 믿을 수 없어 하는 보험사 직원에게 동물 대신 구명보트에 오른 인간들 사이에서의 끔찍한, 동물과 다름없는 살육전으로 이야기를 바꿔 들려주었다. 그리고는 “내 얘길 들려줄 테니 믿고 안 믿고는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진심으로 믿는다면, 그것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진실이 되어버린다. 작가는 “파이와 호랑이의 표류기가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니면 <파이 이야기>가 나올 수 없으니까. “인생은 이야기이며,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다. 이왕이면 좀 더 멋진 이야기를 선택하면 되지 않겠는가?”리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2013년) 역시 소설처럼 좀 더 멋진 이야기인 파이와 호랑이의 표류기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놀라운 연출력과 3D(최근 재개봉작은 4D로 버전 업)기술,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뒤섞어 자칫 지루하고, 막막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에 긴장과 상상을 불어넣었다. 진짜 호랑이가 작은 구명보트와 바다에서 살아 뛰어다니는 듯한 느낌, 파이의 내면을 시각화한 환상적 공간 변화가 영화를 어둠 속에서 끌어내 희망의 빛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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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김혜원(피엠픽처스 대표·‘영화로 소통하기, 영화처럼 글쓰기’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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