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존 HOME
검색 분류
블로그 전송 카페 전송 밴드 전송 카카오스토리 전송 페이스북전송 트위터전송
새로움이 태어나는 예술 공간소다미술관
소다미술관

똑같은 얼굴의 아파트가 즐비한 화성시의 도로. 한참을 달리다 슬슬 지루해질 무렵, ‘목적지 부근입니다’라는 내비게이션 안내 소리가 들린다. 황량한 거리 어디에 미술관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고개를 돌리는 순간, 거짓말처럼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건물이 하나 나타난다. 바로, 소다미술관이다.


소다미술관
소다미술관
소다미술관


미 술 관 에 서 만 났 네 , 매 일 다 른 얼 굴 의 그 남 자
날이 흐린 평일인데도 소다미술관에는 사람이 꽤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안내는 ‘입장료 10,000원’이라는 문구. 동네 미술관치고 꽤 비싼 가격이지만, 눈에 불을 켜고 전시에 집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되레 동네 공원에 마실 나온 사람들처럼 한없이 평화롭고 한적하다. 사실 소다미술관의 입장료에는 비밀이 있다. 1일 이용권이 아닌 기간이 한정된 자유이용권이라는 것. 한 번 구입한 입장권으로 결제 당시 진행 중이던 전시의 마지막 날까지, 그러니까 길게는 반년 가까이 원하는만큼 미술관에 갈 수 있다. 이미 소다미술관이 익숙한 사람들임을 알고 나니, 그제야 여유로운 모습이 이해된다.

소다미술관

비밀은 더 있다. 소다미술관이 과거 버려진 찜질방이었다는 사실이다. 오늘 이곳으로 우리를 안내한 권미랑 대리는 “처음 작품을 보러 온 날, 작품보다는 독특한 실내 구조에 더 눈길이 갔다”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전시실의 구조를 묻자 “찜질방이던 이전 건물의 구조를 살린 채 미술관으로 바꾼 곳이라 이색적인 느낌을 받으신 것 같다”는 큐레이터의 답이 돌아왔다고. 재투성이 신데렐라를 공주님으로 바꿔줬던 요정 할머니처럼, 버려진 찜질방을 소다미술관으로 변신시킨 주인공 장동선 관장이 말을 잇는다.
“소다미술관은 재생 공간이죠,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이미 지어둔 건물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공간을 재창조하는 방식이에요.”
듣고 보니 미술관은 구석구석 찜질방의 흔적이 남아있다. 현대적인 감각의 구조물로만 보였던 미술관 뜰의 구조물은 본래 짓다 만 찜질방의 벽이었다고. 장 관장은 이벽을 허무는 대신 각각의 벽으로 야외 전시실의 구획을 나눴다. 야외 전시실의 구획을 나누는 역할이다. 소다미술관의 뜰은 그렇게 멋스러운 야외 전시실을 넉넉히 가지게 됐다.

야외 전시관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독특한 공간이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 야외 전시관의 한 칸을 차지하고 앉은 이 커다란 철제 설치미술 작품은 ‘목욕탕에 앉아 있는 사람’을 표현했다. 철제로 인물의 실루엣을 나타냈기에 눈·코·입을 제외한 부분은 빈 채로 하늘과 닿아있다. 그래서 해 질 무렵에는 작품의 얼굴도 뉘엿뉘엿 석양빛으로 물들고, 흐린 날이면 작품도 어딘가 언짢아 보인다. 하필 ‘목욕탕’에 앉아 있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 것도, 작품이 날마다 날씨와 딱 맞는 수천개의 얼굴을 가지게 된 것도 모두 소다미술관의 출신 덕분인 셈이다.

소다미술관

“언 제 든 지 머 물 러 요 , 동 네 목 욕 탕 가 듯 이 ”
한번 구입한 입장권으로 몇 번이나 미술관에 올 수 있다니, 관람객에게는 고마운 일이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장 관장의 생각은 다르다. 마음 쓰지 마시고 부디, 되도록 여러 번 오시라고 한다. “소다미술관의 옛터인 찜질방은 11년 전에 짓기 시작했어요, 그 뒤로 시간이 한참 흘러 저와 만나게 됐죠.” 소다미술관이 개관한 건 5년 전. 그러니까, 찜질방은 장관장을 몇 년이나 기다렸다는 뜻이다.

처음 ‘이 건물을 어쩌면 좋을까요’라는 의뢰를 받고 화성을 찾아왔을 때부터 장 관장은 ‘문화시설이 전무한 도시에 절대적으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소다미술관은 전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꾸린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예술 체험부터 비닐우산 속에서 떨어지는 비의 감촉을 느껴보는 스카이 샤워, 지역 주민을 불러 모으는 푸드트럭 페스티벌까지 이 동네의 재미있는 사건은 모두 이곳에서 벌어진다. ‘미술관은 그저 이름일뿐, 누구든 부담 없이 찾아와 한숨 돌리며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장 관장의 뜻 그대로다.

소다미술관
소다미술관

함께 듣던 권미랑 대리도 고개를 끄덕인다. “별일 없는 주말이면, 드라이브도 할 겸 미술관이나 갈까 하고 집을 나서요, 뜰에 앉아서 새로운 꽃이 핀 걸 발견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예술 체험하는 모습을 구경하면 이런 게 힐링이구나 싶거든요.” 작품을보는 방법도 스스로 깨우쳤다. “미술관이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엔 데면데면했는데,올 때마다 한번씩 훑어보니 초면이던 작품과 구면이 되고 어느새 좋아하는 작품도 생겨서 왜 작품 앞에 한참이나 서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한다. 자고 나면 늘 신제품이 출시되고 덩달아 생활 패턴도 달라진다. 다만, 새로운 것이 늘 새것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찜질방의 사연을 세상에 하나뿐인 공간으로 품어낸 소다미술관은 지금 필요한 건 새것이 아닌 애정이 라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Words 김세라 Photographs 정유석

댓글 보기



삭제하기
TOP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검색하기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