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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보양식으로 딱!맑고 깊은 국물에 반하는 맛 ‘나주곰탕’
맑고 깊은 국물에 반하는 맛 ‘나주곰탕’

맑은 국물에 큼직한 소고기가 듬성듬성 썰어져 뚝배기에 한가득이다. 하도 맑아서 맹탕일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소의 살코기와 뼈를 넣어 푹 우려낸 국물은 한 번 맛보면 자꾸만 생각이 나는 귀한 음식이다. 특히 몸이 허하거나 전날 과음을 했을 때,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우리를 끌어당긴다

고다와 탕의 합성어 ‘곰탕’
나주시 금계동에는 나주 목사를 중심으로 곰탕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봤을 법한 나주곰탕은 전라남도 나주의 향토음식으로 오랜 세월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나주곰탕 거리에 자리한 곰탕집은 대부분 담벼락도 갖추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형태다. 그래서인지 사전 정보 없이 찾은 사람들에겐 ‘거기가 거기’ 같지만, 밑반찬이나 수육 삶는 법, 국물 우리는 법 등 그 집만의 특별한 방식을 고수하며 손님을 맞는다.

조선 시대 나주는 호남에서 가장 큰 도시로 오일장이라 부르는 장시가 최초 열린 곳이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시장 상인들에게 곰탕은 뚝딱뚝딱 말아 후루룩 먹고 일어서는 간편식이었지만, 든든하고 힘이 솟았다. 이처럼 장터에서 한 끼 부담 없는 음식으로 먹던 곰탕은 ‘고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그렇게 음식을 오랫동안 끓이는 행위인 ‘고다’와 국물 요리를 의미하는 ‘탕’의 합성어가 바로 ‘곰탕’이다.

실제 나주곰탕이 유명해진 시기는 일제강점기로 일제가 나주에 통조림 공장을 세우면서다. 그들은 군수품으로 소고기 통조림을 주로 만들었고 통조림으로 쓰지 못하는소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근처 상인에게 싼 값에 넘겼다. 그 시절 나주곰탕은 대부분 소고기의 내장 부위를 푹 끓여 고아낸 국물을 사용했다. 이후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다가 한 식당에서 ‘나주곰탕’을 상표로 등록하면서 명칭이 통일되었다.

지금은 내장이 아닌 소의 살코기(좋은 부위)를 넣어 육수를 만든다. 국물 색깔이 맑은 이유도 좋은 고기를 오랫동안 삶고 기름을 수차례 걷어내면서 얻어진 것. 1940년에 발간된 <조선요리>에서는 ‘곰국은 사태, 쇠꼬리, 허파, 간, 곱창을 덩이째로 삶아 반숙되었을 때, 무, 파를 넣고 간장을 조금 넣어 다시 삶는다. 무르도록 익으면 고기나 무를 꺼내어 잘게 썰어 숙즙(熟汁)에넣고 고추와 파를 넣는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맑고 깊은 국물에 반하는 맛 ‘나주곰탕’

나주곰탕의 원조, ‘하얀집’
‘나주곰탕’을 소개할 때 이곳을 빼놓고 이야기하면 섭섭하다. ‘하얀집’은 100년 전통의 곰탕 전문점으로 4대째 이어오고 있다. 사골 육수에 쇠고기 양지와 사태, 목심 등 좋은 부위의 살코기를 넣어 끓여 맑고 담백한 맛이 일품. 메뉴는 단출하게 딱 세 가지로 일반 곰탕, 수육 곰탕, 수육이 전부다. 일반 곰탕은 살코기가 건더기로 나오지만, 수육 곰탕은 머릿고기를 넣는다. 평일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끊임없이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계절에 상관없이 펼쳐지는 진풍경으로 사람들이 하얀집을 고집하는 이유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변하지 않는 맛을 내며 기본에 충실한 까닭이다. 반갑게 손님을 맞던 박소현 사모가 입을 연다.

“대를 잇는다는 것은 이름에 누가되지 않도록 기본을 지키는 일인 것 같아요. 가끔은 남들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것이 머리를 무겁게 하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얀집은 매일 이른 아침을 시작한다. 새벽 3시가 되면 큰 가마솥에 곰탕 육수를 끓인다. 수십 차례 기름을 걷어내면서 끓이다보면 어느새 나주곰탕 특유의 맑은 국물을낼 수 있다. 육수를 만드는 재료도 가볍지 않다. 한우 중에서도 엄선된 좋은 고기를 사용해 끓이기 때문에 국물이 깊고 깔끔한 맛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다른 집과의 차별점을 물었더니 그런 건 없다며 곰탕에는 묵은지가 최고란다.

“일 년 먹을 김치를 충분히 숙성시켜 묵은지를 만들어요. 그냥 막 담은 김치도 좋지만, 곰탕 국물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아무래도 시큼한 맛이 나는 묵은지죠. 곰탕을 먹을 때도 배추김치나 깍두기 국물을 섞어 먹으면 새콤한 것이 감칠맛을 더하죠.

맑고 깊은 국물에 반하는 맛 ‘나주곰탕’


곰탕처럼 진국의 세 남자
국물 요리를 워낙 좋아해서 평소에도 곰탕을 즐겨 먹는다는 김운용 대리(나주혁신도시지점). 그는 해장에 하얀집 곰탕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진한 고기 육수가 해장할 때는 부담스러부담스러 울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여기 국물은 고기 잡내 없이 깔끔해요. 먹고 나면 속도 가볍더라고요.”

차상은 지점장이 말을 잇는다.
“하얀집 곰탕은 맛이 담백하고 고기 육질이 좋은 것 같아요. 대부분 탕에 들어가는 고기는 하품(下品)을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직접 먹어보면 고기의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차상은 지점장은 서울에서 행원들이 내려오면 메뉴 걱정 없이 바로 이곳으로 인도한다. 그만큼 나주곰탕은 나주를 대표하는 음식이거니와 그가 인정하는 곳이니 누구라도 만족시킬 자신이 있다고. 가족들과 종종 하얀집을 찾는다는 장재훈 대리에게 곰탕 맛있게 먹는 법에 대해 물었더니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며 곰탕에 깍두기 국물을 살짝 붓는다.

“육수에 깍두기 국물을 부어서 먹으면 얼큰한 맛이 가미되면서 고기 육수 특유의 무거운 맛을 중화시켜 주는 것 같아요. 게다가 여기 깍두기 김치가 완전 제 취향이거든요.”
장재훈 대리의 이야기에 차상은 지점장이 나주곰탕 먹을 줄 모른다며 반기를 든다. “깍두기 국물을 넣는 것은 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잡기 위함인데, 하얀집 곰탕은 워낙 냄새 없이 깔끔해서 곰탕 본연의 구수한국물 맛을 먼저 즐기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김운용 대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차상은 지점장의 이야기를 거든다.
“하얀집은 국물을 한 번 더 리필할 수 있거든요. 처음엔 저도 본연의 깨끗한 맛을 즐겨요. 그리고 한 번 더 국물을 리필해서 먹을 땐 조금 싱거워지거든요. 그때 깍두기 국물을 부어 먹으면 간이 딱 알맞아요.”
장재훈 대리를 향한 두 사람의 장난 섞인 말투에 세 사람 모두 웃음보가 터진다. 재료가 좋으면 맛은 그대로 따라오는 법, 어쩌면 이 세상에서 음식의 맛처럼 진실하지 않는 게 있을까? 우려내면 우려낼수록 진국인 세 남자가 추천하는 영양 만점 나주곰탕으로 환절기 건강을 꼭 챙기기 바란다.

맑고 깊은 국물에 반하는 맛 ‘나주곰탕’

맑고 깊은 국물에 반하는 맛 ‘나주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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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김효정 Photographs 고인순 Illustrator 이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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