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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가득 한 알의 여유, 미얀마에서 만난 캐슈넛
햇살 가득 한 알의 여유, 미얀마에서 만난 캐슈넛

점심시간 사무실을 나선 후에야 느껴지는 오늘의 날씨. 문득 ‘계절 내음이 달라지는 것도 모른 채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걸까’ 불안해진다면 미얀마로 떠나보자. 책상 한 켠 미얀마에서 사 온 캐슈넛을 입에 물면 고소한 향과 함께 그날의 햇살과 여유가 떠오를 테니까.


가벼운 지갑도 괜찮아요, 훈훈한 미얀마
직장생활 3, 6, 9개월 차의 신입사원은 불문율처럼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다’는 욕구를 경험한다. 하지만 신입사원의 지갑이란 유리잔만큼이나 얇고 투명하기 마련. 그럴 때 마음의 위로가 되는 여행지 중 하나가 미얀마다. 이것은 신입사원 시절, 가벼운 지갑도 괜찮다며 훈훈하게 나를 맞아준 미얀마에서의 이야기다.

당시 미얀마의 계절도 모른 채 비행기에 올랐는데, 다행히도 여행을 떠나던 5월은 우기가 막 끝나 바깥 활동에 적절한 시기였다. 3, 4월의 미얀마는 우리나라의 여름처럼 습도와 온도가 모두 높은 데다 수시로 비가 내리는 우기인 탓에 여행하기 최악의 계절이라고. 5월의 미얀마에서 가장 먼저 찾은 지역은 양곤으로 거리마다 여행자가 가득한 곳이다. 골목에 온갖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양곤에서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서 직원의 추천 메뉴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볶음밥과 고기 요리, 맥주가 소담하게 차려진다. 거부감이 느껴지는 향신료도 하나 없이 성공적인 식사를 마치고 제공되는 후식 커피까지 마셨는데 이 알찬 식사의 가격은 고작 10,000짯. 원화로 만 원 남짓이면 풍족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고 나니 마음이 덩달아 편안해진다.

햇살 가득 한 알의 여유, 미얀마에서 만난 캐슈넛01 - 미얀마 최대의 성지에서 본 부처상
햇살 가득 한 알의 여유, 미얀마에서 만난 캐슈넛02 - 쉐다곤 파고다를 행진하는 승려들
햇살 가득 한 알의 여유, 미얀마에서 만난 캐슈넛03 - 통발로 고기를 잡는 인타족

예의 바르게 맨발로 입장, 쉐다곤 파고다
미얀마의 관광명소는 대부분 불교 사원인 ‘파고다’. 오랜 전통의 불교 국가답게 군데군데 불타와 제자의 유골 혹은 불교 경전을 모셔둔 파고다가 있는데 그 외관이 유독 아름다워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로 굳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찾아간 쉐다곤 파고다의 첫인상은 화려함 그 자체다. 탑 꼭대기의 73캐럿 다이아몬드를 시작으로 5,448개의 다이아몬드 그리고 2,317개의 루비와 사파이어, 여기에 대형 에메랄드까지 박혀 있다.

심지어 파고다 외벽은 수십 톤에 달하는 황금으로 둘러싸여 저 멀리에서도 번쩍이며 빛을 낸다. 미얀마 대부분의 파고다는 입장료를 받는데, 독특하게도 오직 외국인에게만 입장료를 받는다. 쉐다곤 파고다 역시 외국인은 10,000짯을 내고 입장권을 구매하지만 현지인에게는 입장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사원 안에는 기도하거나 자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현지인이 가득하다. 심지어 일부 현지인은 사원 안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낮잠을 즐길 정도다.

다만, 로컬과 외국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규칙이 있다면 ‘맨발’에 대한 것인데, 파고다 입장의 예를 갖추려면 신발은 물론이고 양말, 얇은 스타킹까지 모두 벗고 완전한 맨발이 되어야 한다. 잠깐의 망설임을 이겨내고 몇 걸음을 떼면 현지인 신자들 사이에서 묘한 경건함마저 느낄 수 있으니 미얀마에 왔다면 파고다는 꼭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햇살 가득 한 알의 여유, 미얀마에서 만난 캐슈넛


파인애플 나무 이후 최고의 반전, 캐슈애플
양곤을 떠나 미얀마의 해안가를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한참 이동하던 중에 차창 밖으로 빨갛고 노란 열매들이 눈에 들어온다. 쌀농사는 우리와 유사한 모양 덕에 한눈에 알아봤는데, 나무에 달린 열매는 열대 과일인 걸까? 궁금해서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캐슈애플’이란다. 그런 이름은 처음 듣는다는 얼굴을 하니 현지인은 웃으며 “캐슈넛이 저 나무에서 열린다”고 말 하는 것이 아닌가. 캐슈넛은 땅콩처럼 땅에서 수확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파인애플이 나무에서 열매처럼 달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만큼이나 놀란 나머지 냉큼 버스에서 내려 캐슈나무를 구경하러 간다.

가까이서 본 캐슈애플은 올록볼록한 생김새며 노랗고 빨간 색까지 꼭 파프리카처럼 생겼다. 이 과일의 엉덩이 부분에 어색하게 달려 있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친숙한 캐슈넛. 캐슈애플은 캐슈나무와 캐슈넛을 이어주는 줄기 부분이 부푼 것으로 잘 익은 것은 당도가 높고 씹는 느낌이 아삭아삭해 현지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과일이라고 한다. 다만, 캐슈나무에서 수확하는 순간 빠른 속도로 상하기 때문에 수송에 적당하지 않아 현지에서만 유통한다고. 그 탓에 캐슈애플은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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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견과류 캐슈넛의 착한 성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견과류는 땅콩인 반면, 캐슈넛은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견과류로 꼽힌다. 땅콩보다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나 먹기 좋은 데다가 고소함과 달콤함이 공존하는 맛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맛 좋은 캐슈넛은 영양가도 풍부한데 칼슘은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능도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하다고. 특히 캐슈넛에는 양수막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임신 중에 규칙적으로 적당량을 섭취하면 태아와 산모에게 좋다고 한다. 캐슈넛 열매의 모양이 태아가 웅크리고 있는 모양과 닮은 것이 이 효능을 상징한다는 것도 재미있는 속설 중 하나. 이 밖에도 풍부한 섬유질, 적은 양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성질 덕분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사랑받고 있는데 하루 적정 섭취량인 15~17알을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햇살 가득 한 알의 여유, 미얀마에서 만난 캐슈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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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대로 골라 먹는 미얀마의 건강 간식
미얀마는 캄보디아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품질 좋은 캐슈넛 산지로 꼽힌다. 청정 자연환경과 1년 내내 고온의 기후를 유지하는 것이 그 이유다. 덕분에 미얀마에서 꼭 사와야 할 것으로 캐슈넛이 꼽히는데, 한화 기준 4,500원이면 최상급 캐슈넛 300g을 구입할 수 있다. 현지에서는 ‘TOP’이라는 브랜드가 가장 유명해서 마트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제품의 라인업도 다양해 거피(껍질을 깐 상태) 캐슈넛, 껍질째 볶은 캐슈넛은 물론 소금 조미한 것, 어떤 조미료도 첨가하지 않은 플레인 캐슈넛 등으로 나뉘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캐슈넛 만큼이나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과자는 ‘캐슈 브리틀’인데, 에너지 바 같은 형태로 잘게 다진 캐슈넛을 뭉쳐놓은 것이다. 한 상자에 들어 있는 캐슈 브리틀은 총 12개. 보통의 에너지 바는 견과류 약간에 시리얼과 조미료가 들어가는 반면, 캐슈 브리틀은 오직 캐슈넛, 설탕, 버터만으로 만든다. 또 인공 향미료, 방부제, 인공색소를 일절 넣지 않은 100% 천연의 건강 간식이라 선물하기에도 좋다. 무방부제 간식이라 오래 두고 먹기 어려우니 얼른 먹고 선물할 만큼만 구입하는 것이 요령이다.

햇살 가득 한 알의 여유, 미얀마에서 만난 캐슈넛

운명의 장난처럼, 견디기 어려운 일은 주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나 우리를 지치게 한다. 어디서든 한숨 돌리고 나면 다시 시작할 기운이 날 것만 같은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을 때 미얀마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맨발로 파고다를 걷고 햇살 내음 나는 캐슈넛을 먹으며 ‘지나면 다 별일 아닐 테지’ 하는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
Words 김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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