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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화폐개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행 총재의 리디노미네이션 발언으로 화폐개혁에 대한 논의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21세기 한국 사회에는 1,000원을 1원으로 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할까? 리디노미네이션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 4월 말 서울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은 술렁거렸다. 바로 ‘화폐개혁이 연내 이뤄질 것’이란 루머 때문이었다. 실제로 집 금고에 넣어둔 현금으로 금과 달러를 사거나, 강남 급매 아파트를 사고, 백화점 상품권으로 바꾸는 진풍경도 나왔다. 이처럼 갑자기 ‘화폐개혁’이란 단어가 느닷없이 등장한 건 바로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의 발언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3월 말 국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물론 이후 “국회의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질문에 원론적으로 대답했던 것”이라며 “전혀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냥 넘어갈 사안은 아니었다. 물론 이후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그 어떤 것도 구체화된 것은 없다. 한국은행도 계속 ‘절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결국 언젠가는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말 이런 화폐개혁이 나온다면 한국 경제에는 그리고 나의 재테크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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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노미네이션이란?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화폐가치는 그대로 두고 호칭과 단위만을 바꾸는 ‘화폐개혁’을 말한다.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이 화폐나 채권, 주식 등의 액면금액을 가리키니까, 우리말로 하면 ‘디노미네이션의 변경’인데 영어적 표현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거다.

이건 1000분의 1을 한 것이고, 100분의 1을 하면 1,000원은 10환이 될 것이다. 화폐개혁에는 모양을 바꾸거나 고액권을 발행하는 것도 있지만 역시 리디노미네이션이 가장 핵심이다. 과거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이 리디노미네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실제로 지난 2003~2004년 한국은행은 기존 1,000원을 1환으로 바꿔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 가치와 원화가치를 1대 1 비슷한 비율로 맞추는 고민도 했다. 하지만 당시엔 워낙 언론과의 전쟁이 극심했던 터라 흐지부지 묻히게 됐다.

그렇다면 먼저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찬반 의견을 정리해보자. 찬성 쪽의 첫 번째 논거는 거래 편의성이다. 미국의 1달러를 우리는 1,174원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장사하는 분들은 이 ‘우수리’가 여간 불편하다고 한다. 공공요금을 납부할 때도 불편하고 은행 송금하려고 할 때도 끝 자릿수를 틀릴까 봐 신경이 너무 많이 쓰인다.

찬성의 두 번째 논거는 원화의 대외신인도, 나아가 국격 신장에서 찾을 수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미국 1달러대 환율이 네 자리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 정도 환율 수준은 라오스, 탄자니아 정도인데, 이 때문에 원화와 대한민국이 저평가를 받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유럽 관광객들은 환전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한국을 저평가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찬성의 세 번째 논거는 역시 지하자금 양성화이다. 은행에 가서 기존 화폐를 새로운 화폐로 한번은 바꿔야 하니까 지하자금은 한번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한국 경제에도, 정부 재정에도 꽤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화폐개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반올림과 올림, 필연적 인플레이션 발생
하지만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일단 원화의 대외신인도를 끌어올린다는 주장에 대한 회의론이다. 한 국가의 통화가치는 해당국 경제 펀더멘털에 좌우되는 것이지 환율 자릿수 때문에 바뀌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새로운 화폐를 찍어내는 주조 비용 외에도 금융권과 기업은 현금인출기(ATM)를 비롯한 기존 기기와 회계 프로그램을 교체해야 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화폐시스템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는 정확히 파악할 수도 없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화폐개혁으로 검은돈을 끌어낸다는 발상 자체가 옛날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요즘 지하자금들은 이미 상당수 합법화(?)를 추구해 어설픈 화폐개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리디노미네이션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반올림과 올림’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끝 자릿수를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가격을 올린다는 것. 예를 들어 1000분의 1 리디노미네이션을 한다면 920원은 0.92환이 아니라 1환이 되고, 9,500원 하는 국밥 가격은 바로 10환으로 매겨진다. 9억 7,000만 원의 아파트 가격은 이론상 97만 환이 돼야 하지만 현실에선 100만 환으로 책정되기 쉽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인플레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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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적 환상’에 따른 일시적 경기반등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우회적인 화폐개혁을 실시했는데 바로 2009년에 탄생된 5만 원권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을 고액권 발행으로 돌린 것이다. 누구나 느끼는 거지만 5만 원권은 공식적인 경조사비 인상을 초래한 트리거였다. 또 다른 방식의 인플레가 만들어진 것인데 이렇게 되면 명목적으로 표기되는 경제지표도 좋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0~2011년 한국 주식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상승했다. 당시를 돌아보면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이라고 해서 이들 주가가 급등하면서 코스피를 끌어올렸는데 이 기반에는 5만 원권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

무엇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사용자(국민)들에게 일명 ‘화폐적 환상’을 준다. 가령 오는 7월 1일 ‘1000대 1’ 리디노미네이션이 발표됐다고 하자. 10,000원 하던 물건은 10환에, 1,000원짜리는 1환에 팔리게 된다. 과자 한 봉지에 2환이라고 해보자. 2,000원에는 한봉지도 망설이지만 2환에는 2봉지를 산다. 당연히 수요는 증가하고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이론’에 따라 물가는 오른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8억 원 하는 집값이 10억 원으로 상승하기는 힘들어도 80만 환 하는 집값이 100만 환으로 튀어 오르기는 수월하다. 마치 주식에 있어 액면분할을 떠올리면 된다.

주가를 낮추는 대신 주식수를 늘리는 것에 불과하지만 1만 원에서 100원으로 내려간 주가가 매우 싸 보인다. 화폐개혁을 추진했던 국가들이 초기에 일정 부분 경기부양 효과를 얻은 것도 바로 이 ‘화폐적 환상’ 때문으로 한국 경제에도 단기적으로 부양효과를 줄 수 있다. 특히 지하자금(검은돈) 경우 세무조사 등을 피해 소비를 늘리거나 극단적으로 실물자산에 올인할 수 있어 단기간 투자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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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노미네이션과 부동산
그렇다면 현재 분위기는 어떤가. 당국에서는 아직 공식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다수의 전문가는 현 상황에서 정말 리디노미네이션이 단행된다면 결국 부동산이 큰 혜택을 받을 거라고 분석한다. 현재 한국 경제 산업구조를 보면 부동산에 유동성(단기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SNS 등을 봐도 ‘강력 반대’ 의견이 상당히 많다. 아예 ‘화폐개혁하면 결국 부동산만 또 오를 것이고 심각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돈이 계속해서 부동산으로 몰리게 된다면 모든 경기 부양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부담도 상당히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화폐개혁 이야기가 많아지는 건 역시 ‘경기부양’에 대한 필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화폐개혁은 물론이고,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 상황을 보면 어떤 식이든 대대적인 경기부양 정책은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 앞으로 화폐개혁은 어떻게 될까. 필자는 역설적으로 화폐개혁과 관련해 ‘부동산’이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집값이 버티고, 사람들의 수요가 식지 않은 이상 화폐개혁을 단행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폐개혁 논의가 구체화된다면 기억할 키워드는 ‘인플레이션’이다. 금고에 둔 현금이 어쩌면 가장 수익성 낮은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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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진 투자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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