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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핀테크냐 테크핀이냐
핀테크냐 테크핀이냐

IBK기업은행은 지난 3월부터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뱅킹존’을 일부 영업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또는 ‘테크핀(기술금융)’으로 대표되는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사가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게 최근 금융권의 화두다. 테크핀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고안한 신조어다. 기술(technology)과 금융(financial)의 합성어로 IT 기업이 주도하는 금융혁신을 일컫는다. 그만큼 금융산업에서 IT 경쟁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테크핀의 급부상은 금융권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테크핀의 급부상
테크핀 시대를 이끄는 대표 주자로는 카카오페이가 꼽힌다. 한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두고 ‘공포’라고 했다. 그는 “요즘 모든 금융권을 통틀어 카카오페이가 가장 무섭다”며 “IT를 활용해 손쉽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는 편의성을 강점으로 앞세워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가 내놓은 체크카드는 지난해 1월 출시 후 1년여 만에 100만 장이 넘게 발급됐다. 통상 은행들이 체크카드 신상품 100만 장을 발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3분의 2가량 단축했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사장은 “테크핀의 영향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지금 같은 추세라면 3~4년 안에 금융생활 전반의 패러다임이 테크핀 위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께에는 카카오페이 플랫폼에서만 연간 100조 원의 돈이 흘러 다니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IT 기업이 금융권에 본격 등장한 것은 2014년 무렵이다. 카카오페이가 2014년 9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놨을 당시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그러다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의 이점을 활용해 송금, 인증, 청구서 등 생활금융 서비스를 확대했다. 지난해엔 체크카드 발급, QR코드 결제 등 오프라인 결제 사업까지 뛰어들었다. 그동안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주로 활동했던 영역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에서 지문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2~3초 만에 온라인 및 오프라인 결제가 이뤄진다. 체크카드를 쓰면 사용 실적이 카카오톡 알림으로 실시간 무료 제공된다. 이런 편의성에 힘입어 카카오페이는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은 20~40대를 중심으로 이용자를 늘렸다. 카카오페이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2,600만 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결제플랫폼 삼성페이를 비롯해 네이버페이(네이버), 페이코(NHN) 등도 테크핀 대열에 가세했다.

여기에 2017년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통한 비대면 금융 거래가 확산됐다. 이후 주요 은행에서도 모바일 뱅킹 활성화에 공들이면서 핀테크 경쟁이 치열해졌다. 최근에는 자산관리, 투자 영역에서도 IT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졌다.

핀테크냐 테크핀이냐


디지털 전환 경쟁 치열
은행, 카드사 등 국내 금융사들은 이 같은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 고객들이 핀테크 서비스에 보이는 긍정적인 반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페이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금융시장에 파고 들었다. 스마트폰 앱에서 결제 비밀번호를 누르고, 계산대 단말기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사는 시도하지 않던 새로운 방식이다. 삼성페이의 누적 결제 건수는 지난해 8월 13억 건을 넘어섰다. 2015년 출시 후 3년 만이다. 삼성페이 가입자 수는 지난해 3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결제금액은 18조원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카카오페이처럼 간편결제 사업자로 등록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에서 카드 발급 라이선스가 있는 회사와 손잡고 ‘삼성페이 선불카드’를 출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 결제 빅데이터를 토대로 금융상품을 추천해 중개료로 수익을 올리는 형태의 신사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핀으로의 무게 중심 이동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온라인에선 네이버페이(네이버)와 엘페이(롯데), 11페이(11번가) 등 각 유통업체의 간편 결제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자산관리 앱 ‘뱅크 샐러드’,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 앱 ‘토스’ 등은주요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제공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 선보인
투자서비스를 펀드, 국내외 주식, 채권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올해 최대 사업과제로 디지털 전환을 꼽는다. 테크핀 시대에 대응하려면 변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IBK기업·신한·KB국민·우리·KEB하나·농협 등 6개 국내 은행은 일제히 올해 주요 사업과제에 디지털 전환을 넣었다. 디지털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3월부터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뱅킹존’을 일부 영업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직원 없이 손바닥 정맥으로 실명을 확인하고 입출금통장, 체크카드, 적금 등을 가입할 수 있다. 보안카드 발급이나 비밀번호 변경 등 50여 개 업무를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채용 방식을 디지털 인재 위주로 바꾸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디지털 전환 선포식’을 열고 2025년까지 총 2조 원 규모의 디지털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허인 국민 은행장은 “대형 플랫폼 업체들이 은행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숙명”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2020년까지 1,200명의 디지털 전문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사업 방식부터 인력 구성까지 디지털 측면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한 은행 부행장은 “IT 기업 수준의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며 “앞으로 은행의 경쟁력은 얼마나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냐 테크핀이냐


핀테크냐 테크핀이냐핀테크냐 테크핀이냐
금융·IT 경계 사라질 수도
핀테크 또는 테크핀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 혁신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금융 당국도 지난해 10월 핀테크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낡은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데이터 활용, 혁신 기술 등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고객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기술이 금융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는 형태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사와 IT 기업 간 기술 제휴 사례도 많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핀테크 대신 테크핀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일 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용어 순서가 뒤바뀐 것처럼 IT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제는 아이디어와 IT 기술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금융권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급기야 금융사와 IT 기업의 경계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이런 추세만으로 기존 금융사보다 IT 기업의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금융사는 위기관리 능력 등 그동안 금융 시장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이 핀테크 또는 테크핀으로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고객 편의성에 있다. IT 기업들이 선보인 간편 송금, 비대면 대출 등 주요 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이용하는 경우는 없다고들 한다. 고객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방안으로 IT의 활용은 중요하다. IT를 활용한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사들이 핀테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Words 정지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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