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식탁 HOME
검색 분류
블로그 전송 카페 전송 밴드 전송 카카오스토리 전송 페이스북전송 트위터전송
오늘을 다독이는 배부른 한 끼 ‘의정부 부대찌개’
 ‘의정부 부대찌개’(왼쪽부터) 의정부지점 김기회 지점장, 박준형 팀장, 남명기 과장, 봉에스더 계장
잘 우려낸 육수에 햄과 소시지, 간 고기, 떡, 김치, 야채 등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각종 재료가 어우러져 부대찌개의 진한 향기가 코끝까지 이어지면 숟가락을 냄비에 넣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다. 탕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국물 없이 식사를 한 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다. 게다가 부대찌개처럼 푸짐한 건더기와 얼큰한 맛이 더해진 진한 육수는 좀처럼 밀어낼 수 없는 강력한 유혹이다.


‘부대찌개’의 원조를 찾아서
 ‘의정부 부대찌개’자체 개발한 라면사리와 푸짐한 모듬사리가 올려진 오뎅식당표 부대찌개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의정부 부대찌개’. 정말 의정부에 가면 제대로 된 부대찌개를 먹을 수 있을까? 한국전쟁 이후 경기도 의정부는 ‘미군의 도시’로 불렸다. 서울 위쪽에 있으면서 북쪽으로 동두천, 포천, 연천, 철원까지 이어지는 방어선의 주요 지점인 이유에서다. 의정부에는 큰 규모의 미군 기지가 있었는데, 전방 미군부대의 보급 기지로 운영되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미군 물자가 풍부했고 의정부 제일시장에서는 이런 미군 물자를 받아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군의 다양한 물품이 인기가 있었지만, 특히 햄과 소시지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었다. 기호성이 좋았던 햄과 소시지는 한국 스타일의 찌개와 만나 ‘부대찌개’라는 새로운 메뉴로 탄생했다. 부대찌개는 말 그대로 군대의 찌개를 뜻하며 햄과 소시지 이외에도 김치, 라면, 떡, 두부 등의 재료를 넣고 김치와 잘 어우러져 맛이 담백한 것이 특징인 반면, 서울 이남에 있는 송탄은 걸죽한 국물로 의정부에 비해 소시지와 햄을 더 많이 넣고 치즈를 올려 맛이 진하다. 오뎅식당의 부대찌개엔 오뎅이 들어갈까?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형성되기 훨씬 전이죠. 1960년에 제일시장 인근인 지금 의 이 자리에서 할머니가 오뎅을 파는 포장마차를 운영하셨어요.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던 군인들이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을 가져다주면서 안주를 만들어 달라고 했대요. 처음엔 양파와 양배추를 곁들여 볶아냈는데,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김치와 육수를 넣으면서 부대찌개가 되었어요.”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오뎅식당 김민우 대표가 입을 연다. 그 시절 오뎅식당은 테이블도 몇 개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1대 사장인 허기숙 할머니의 손맛에 반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인근으로 부대찌개를 판매하는 식당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의정부에는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형성이 되었다.

 ‘의정부 부대찌개’01 - 오뎅식당 맛집 인증샷을 촬영 중인 남명기 과장과 봉에스더 계장
오뎅식당은 자체시설에서 김치를 담그고 1년 간 숙성을 시켜 손님상에 올린다. 이곳의 김치가 깊은 맛이 나는 이유다. 또 간 고기는 마장동에서 소고기를 구입해 직접 빚어 준비한다. 현재 서울 경기를 중심으로 체인점을 내며 규모를 키워가는 오뎅식당이 직영을 고집하는 이유는 3대째 이곳을 찾아주는 손님들 때문이다.

“3대째 운영하고 있는 식당인데, 손님들도 3대가 함께 오세요. 너무 감사하죠. 그래서 음식점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싶어요. 낡으면 보수공사 정도만 해가면서 손님들에게 추억을 돌려줄 수 있게 말이죠.”


오래된 추억은 맛있다
큰 냄비에 담긴 부대찌개가 보글보글 끓어 오르자 뚜껑을 열려고 하던 의정부지점 남명기 과장이 식당 아주머니에게 한 소리듣는다. 아직은 때가 되지 않은 것. 재료들이 충분히 뒤섞이고 각종 육수가 우러날 때까지 뚜껑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다. 아주머니가 부대찌개 뚜껑을 열자 냄비에 웅크리고 있던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남명기 과장이 라면사리를 반으로 쪼개 냄비 안에 넣으며 말한다.

 ‘의정부 부대찌개’02 - “함께 드실래요?” 푸짐한 라면 사리를 들어 올리는 박준형 팀장
“이 라면 사리는 오뎅식당에서 오뚜기와 협업으로 자체 개발했다고 들었어요. 쫄깃한 식감과 콜라겐 성분까지 가미되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옆자리에서 남명기 과장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봉에스더 계장이 부대찌개 국물을 한 숟가락 떠올리며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한다. 의정부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오뎅식당에 올 때마다 정겨운 느낌을 받는다.

“어릴 때 할머니와 함께 오던 곳이에요. 부대찌개 하면 ‘오뎅식당’으로 통했거든요. 가족이 함께 오순도순 둘러앉아 배부르게 먹었던 것 같아요.”

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함께한 사람들과 나누었던 대화, 상황이나 분위기가 다르다보니 추억은 ‘그 시절’이라는 이름으로 쌓여갔다. 김기회 지점장은 오뎅식당의 가장 큰 자랑거리로 담백한 육수를 꼽는다.

“보통 부대찌개하면 고기육수를 많이 사용하잖아요. 강하고 진한 맛 때문에 처음 먹을 땐 맛있을지 몰라도 어느 순간 느끼할수 있거든요. 근데 오뎅식당은 채소육수를 사용해서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내요.”

 ‘의정부 부대찌개’03 - 부대찌개 거리 초입에서 천사가 된 박준형 팀장과 그를 지켜보는 봉에스더 계장, 남명기 과장
그래서인지 식당에는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꽤 많이 보였다. 자극적이고 과하지 않은 맛은 어린아이나, 고령자에게도 부담 없는 한 끼 식사로 안성맞춤. 오뎅식당에 처음 방문했다는 박준형 팀장도 부대찌개의 맛을 보고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양이 푸짐할 뿐만 아니라 평소 부대찌개를 먹을 때 보이지 않던 소시지나 감자만두가 사리로 들어가 있어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어요. 얇게 채선 파채도 부대찌개육수에 시원한 맛을 더하는 것 같아요.”

 ‘의정부 부대찌개’

섞어찌개라고도 불리는 부대찌개. 어떤 재료가 들어가도 자신의 취향대로 넣어 먹는다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을 테다. 또 하얀 쌀밥이 담긴 큰 대접에 각종 소시지, 햄, 라면, 떡 등을 올려놓고 쓱싹쓱싹 비벼서 먹는다면 이만한 밥도둑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의정부 부대찌개’
 ‘의정부 부대찌개’


_
Words 김효정 Photographs 유승현 Illustrator 이신혜

댓글 보기



삭제하기
TOP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검색하기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