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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게 한 찬란한 끌림 속으로김선아 도예가
김선아 도예가
적어도 하루 두 번. 우리는 숟가락을 손에 쥔다. 차가운 금속, 결이 만져지는 나무, 어떤 날은 기름기가 좀체 떨어지질 않는 플라스틱 숟가락. 그 숟가락이 도자기라면 어떨까? 도톰하고 오목한 것이 국물 떠먹기 좋은 그런 숟가락 말고, 춤을 추듯 자유롭게 휘어지고 덧붙은 나뭇가지가 당장이라도 자랄 것 같은 그런 도자기 숟가락.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낯선 숟가락
김선아 도예가의 작품은 ‘스푼 시리즈’가 주를 이룬다. 간혹 컵이나 그릇, 화병처럼 익숙한 장르의 작품도 보이지만 도자기로 만든 스푼 연작의 작품 수가 압도적이고 작가의 개성도 잘 드러난다. 서예에 쓰이는 연적이나 향을 피우는데 쓰는 향로처럼 낯선 도자기 작품은 모양에 변형을 줘도 그저 ‘그렇구나, 예술이구나’하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지나가 는데, 숟가락은 다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각별한 친분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리워하는 바로 그 도구 아니던가.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긴다. 숟가락, 왜 이렇게 생긴 걸까?

“시작은 졸업작품 준비할 때였어요, 지금 돌아보면 운명이 그런 건가 싶어요.”

김선아 도예가01 - 숟가락_lookback
김선아 도예가02 - 숟가락_orign
김선아 도예가03 - 화병_silhouette

대학을 거쳐 대학원까지 7년간 도예를 배우고 도예가 김선아로 세상에 나서기 전, 졸업작품을 준비하던 그 겨울에 그녀는 며칠이나 소재 고민에 빠져 지냈다고. 그날도 새벽까지 이어진 작업을 마치고 동이 틀 무렵에야 겨우 집에 돌아가던 길. 막 떠오른 해가 차가운 바닥을 비추는데, 무언가 반짝여 따라가 본 자리에 서리 옷 입은 나뭇잎이 있었다고 한다. 보석처럼 빛나던 새빨간 나뭇잎 모양이 동그란 잎에 기다란 줄기 덕에 꼭, 숟가락 같아 보였다는 이야기다. 눈에 새겨진 그 장면을 떠올리며 나뭇잎부터 만들기 시작한 것이 변형을 거듭해 결국 숟가락으로 발전한 셈. 교수님은 순수예술과 실용 도예로 나뉘던 흐름을 훌쩍 뛰어넘어 숟가락을 빚기 시작한 김선아 도예가를 걱정 섞인 눈으로 바라봤지만, 지금도 스푼 시리즈는 꾸준한 연작으로 팬을 늘려가고 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이야기
작가는 글로, 도예가는 도자기로 대화하는 법이지만 김선아 도예가의 작품 탄생 배경을 듣노라면 작품 감상의 묘미가 한층 더해진다. 주제는 대부분 자연을 바라보다 일어난 단상들.

“열매가 썩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썩기 시작하는 부분의 색이 참 다양하다는 걸 알게 돼요. 노랑, 빨강, 초록… 온갖 색이 뒤섞이며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죠. 그 모습에서 썩는다는 현상이 어둡고 슬프고 부정적인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예쁜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김선아 도예가04 - 합_box of multi-layered inlay
김선아 도예가05 - 숟가락_the back side/origin06 - 숟가락_fly in the water

김선아 도예가에게 자연은 테마를 넘어 소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자연스럽고 독창적인 작업을 하고 싶은데, 일단 사람 손을 타는 순간 온전히 자연스러운 형태일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때 우연히 눈에 든 나뭇가지를 스푼에 대봤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근사해서 나뭇가지, 솔방울 같은 자연물을 덧댄 스푼 시리즈가 탄생하게 됐죠.” 자연물과 숟가락을 잇는 과정에서 ‘실’에 대한 생각도 자랐다. 고운 색, 마음에 드는 질감을 가진 실로 완성한 이음매가 썩 마음에 들었기 때문.

2017 공예트랜드페어 전시에서도 ‘실’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스푼 시리즈를 테이블에 올려 두자니 작품의 느낌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던 김선아 작가의 고민을 단 번에 해결해 준 것.

“박물관에 가면 늘 안절부절못하게 돼요, 작품들 너무 만져보고 싶지 않아요?”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볼 때마다 촉감도 쥐는 느낌도 너무 궁금해서, ‘모조품이라도 만들어두고 만져보게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워하며 돌아오기 일쑤였다고. 그래서 김선아 작가는 과감히 ‘만져보는 전시’를 택했다. 액자에 실을 둘둘 감아 액자 어느 구석이든 자유롭게 스푼 시리즈를 꼽아볼 수 있게 한 것. 덕분에 용기 있는 관람객이 다녀갈 때마다 작품은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며 전시 기간 내내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지금 두근거리는 일을 선택할 용기
평생을 예술가로 살아왔을 것만 같은 김선아 도예가는 사실, 15년이 넘도록 전산시스템 전문가로 근무했다. 어린 시절 ‘컴퓨터’라는 단어만 들어도 설렐 만큼 좋아해서 망설임 없이 직업을 선택했고 성취감을 느끼며 30대 중반까지 즐겁게 일했다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오직 남의 일을 해주는 사람인 걸까, 내가 당장 내일 죽는다면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하고 말할 무언가가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그 무렵 TV를 통해 도자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접했고 ‘저거다, 도자기라면 내 마음대로 만들어볼 수 있겠다’라는 묘한 자신감이 생겨났다고 한다.

“‘내게 과연 재능이 있을까,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잖아요, 저는 시작점이 다를 뿐이고요. 재능도 능력의 하나일 텐데, 사람의 능력이 그렇게 크게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 남은 건 노력이죠.”

김선아 도예가

확실히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서 누군가 풍족한 기회를 누리고 있을 때 어떤 이는 당장 오늘의 걱정거리조차 해결하기 버거운 생을 산다. 다만 공평한 것이 있다면, 두근거리는 대상을 만날 기회가 있다는 것. 컴퓨터에 이끌려 직업을 선택했고 전문가로 인정받던 평탄한 날 돌연 망설임 없이 도예에 뛰어든 김선아 도예가의 빛나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숨은 마음은 이끌리는 것을 따라나선 그곳에 있음을 느낀다.


김선아 전시공간
am 10:00 ~ pm 7:00 (매일)
zero room 152(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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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김세라 Artist 김선아 Photographs 고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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