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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느린, 최소한의삶이 좋다?
삶이 좋다?
세상은 늘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있으며, 뒤돌아가는 것도 있다.삶도 그렇다. 모두가 편리한 것만 좇을 때, 일부러 불편한 것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빠르게 갈 때, 일부러 천천히 가는 사람도 있다.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할 때, 하나라도 더 버리려는 사람도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점점 인간을 대신하고, 인간이 바라는 것을 눈앞에 가져다주고, 심지어 인간이 상상하는 것들까지 만들어주는 과학문명이 우리를 자꾸 편하고, 빠르고, 더 많이 가지라고 말한다. 휴대폰 하나만 들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난다. 그것이 보다 나은 삶이고, 행복일까?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들. 편리함만 추구하다 보니 잃어버린 것들이 있다. 문명에는 늘 더하기만 있는 것은 아니고 빼기도 있다는 사실. 삶에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사실.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사실. 그래서 나는 돌아간다. 편리하면 행복하다, 빠르면 경제적이다, 많이 가지면 풍요롭다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불편함과 느림과 적음의 삶으로. 아날로그 라이프, 슬로라이프, 미니멀라이프다.

아날로그와 슬로, 미니멀리즘에는 과학과 기술이 앗아간 사람냄새가 난다. 자연과 가까워진다. 이따금씩 바늘에 튀어서, 먼지가 있어 음정이 튀고 박자가 튀는 LP레코드로 듣는 음악, 시속 300㎞의 기차와 자가용을 마다하고 걸어서, 느린 완행열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 잡다한 물건들 모두 버리고 ‘원시적 생활’을 선택하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편함과 속도와 소유가 가지지 못한 여유와 단순함이 있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휴대폰, TV, 컴퓨터 대신 책을 손에 들고 천천히 읽을 때,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발견하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를 찾는다. 느린 여행은 나의 머리와 가슴과 눈을 연다. 앞만 보고 목적지를 향해 정신없이 차를 타고 달릴 때 보지 못한 길가의 이름 모를 꽃, 작은 나무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단순하게 살 때, 자연은 친구가 되어 곁에 온다.

독일의 한국인 철학자 한병철이 설파한 노동하는 동물로서 인간이 가진 긍정성의 과잉은 ‘피로사회’를 낳는다. 그 긍정성의 과잉, 과잉 활동을 부채질하는 것은 편리함과 빠름이다. 그는 “긴 것, 느린 것에 대한 접근 역시 오랫동안 머무를 줄 아는 사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속의 형식 또는 지속의 상태는 과잉 활동성 속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TV도, 컴퓨터도 없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강원 홍천군 서면의 종자산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힐리언스 선마을’을 찾는다. 도시의 분주함이 없는, 의도된 불편함이 가득한 그곳에서 그들은 삶의 여백, 그리고 느림과 최소함이 주는 편안함과 치유를 만난다.

삶이 좋다?

불편함은 어쩌면 시간을 사랑하는 방법일지도
7년째 다니던 공기업을 그만두고 무작정 남미 여행길에 오른 태오는 <너의 삶도 조금은 특별해질 수 있어>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행의 결과는 같을 수 있어도 과정은 모두 다르다. 결국 그 과정이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난 오히려 불편한 것이 더 좋다. 불편할수록 나의 이야기는 더 재밌고 특별해질 테니까.”

요금이 싼 택시를 타면 쉽고 빠르게 갈 수 있었지만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았다. 직접 만나고 옆에서 부딪쳐 보면서 피부로 느껴지는 친밀함을 좋아했다. 그는 그런 여행이 즐거웠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생동감 넘치는 그런 여행. 편하고 쉬운 여행은 왠지 여행 같지가 않았다. 고생하고 힘들더라도 하나하나 내 발로 직접 가보고 내 눈으로 따라가는 여행이 좋았다. 느려도 괜찮다. 돌아가는 시간도 아깝지 않다. 그 시간들조차 모두 여행이니까. 여행은 시간기록을 측정하는 시합이 아니니까.

<궁극의 미니멀라이프>의 저자인 일본의 아즈마 가나코는 도쿄 교외 주택가의 60년 된 집에서 자동차,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휴대폰 없이 산다. 4인 가족의 한 달 전기료는 5천 원(5백 엔). “힘들지 않느냐” “불편하지 않느냐”란 사람들의 질문에 그녀의 답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세탁기가 없어도 대야만 있으면 됩니다. 청소기가 없어도 빗자루만 있으면 됩니다. 냉장고가 없어도 저장식품만 있으면 됩니다. 그냥 이 생활이 좋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불편함은 겸손을 가르친다. 겸손은 포용을 가르쳐주고, 포용은 정신 그릇을 넓혀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준다. 그들은 우리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단순하고 느리고 검소한 삶의 방식이 사실은 가장 편안하고 의미 있는 삶인지도모른다고 생각한다. 나의 일상을, 나의 육체와 정신을, 나의 시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일 테니까.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영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를 통해 편리함과 빠름에 대한 집착은 물질적 풍요로움에 대한 집착이라고 말한다. 빠른 시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느림’은 불편함이다. 느림은 게으름의 다른 표현이며 그 때문에 가난하고, 가난하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는 ‘느림은 잘못이 아니라, 다른 길’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 길을 걸으면 시간의 길이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위에서의 봄은 더 길고 따사롭다.



삶이 좋다?
-
Words 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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