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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품고 새롭게 태어나다페이퍼 아트 이지희 작가
페이퍼 아트 이지희 작가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도 머금게 된다. 그래서 자꾸만 더 보고 싶어진다. 손으로 요리조리 만져보고 싶지만 혹여나 망가질까 봐 단념한 채 한 발 물러나게 된다. 작품들은 재미난 이야기를 어마어마하게 품고 있을 것만 같다. 그들이 쉼 없이 내게 말을 건다.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했던 소녀
지금처럼 장난감이 많지 않던 시절을 살았던 이들에겐 색종이, 도화지, 마분지 등의 종이가 장난감이었던 때가 있었다. 종이를 오리고 찢고 붙이고 접다 보면 무언가가 뚝딱 만들어졌다. 풀과 가위만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표현할 수 있었다.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기에 종이는 그 어떤 것으로든 탄생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지희 작가는 종이로 일상의 물건들을 만든다. 카메라, 냉장고, 선풍기 같은 전자제품부터 피자나 아이스크림, 삼계탕 같은 음식, 슈나우저, 불독, 푸들 같은 강아지까지 종이로 못 만드는 것이 없다.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예뻐서, 깜찍해서, 정겨워서.

“어렸을 때부터 뭐든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종이인형을 갖고 노는 대신 종이로 장롱이나 침대 같은 입체적인 물건을 만드는 걸 더 좋아했고요. 오빠가 라디오나 범선 등을 만드는 걸 보면서 저도 옆에서 따라 만들긴 했어도, 페이퍼 아트 작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페이퍼 아트 이지희 작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졸업 후 광고회사를 시작으로 IR 전략, 정책홍보, 기업 PR 등 다양한 분야에서 15년 동안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쌓았다. 페이퍼 아트의 가능성과 재미를 알게 된 건 디자인 작업에 페이퍼 아트워크를 접목하면서다. 종이를 이용해 비주얼을 만들어 촬영을 한 후 디자인한 작업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작가는 이후작업에 다양한 페이퍼 아트를 시도했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얻게 된 종이별 특성과 인쇄 가공 노하우는 작업을 하는 데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경험과 추억이 작품으로 탄생하다
이지희 작가에겐 자신의 경험이 곧 영감으로 통한다. 작가는 옆에 두고 싶은 물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자신만의 색감을 입혀 작품을 만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상적인 물건이 놓일 법한 배경까지 만들면 소재는 장면이 되고 장면과 장면이 이어져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2017년 <독큐멘터리(DOGcumentary), 고마워, 수지> 전에 선보인 강아지 작품도 마찬가지. 자신의 반려견이었던 ‘수지’에 대한 추억을 모티브로 만든 종이 강아지는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작가가 만든 종이 강아지에는 눈이 없다. 눈을 만드는 대신 추억이 들어 갈 여지를 둔 것이다. SNS에서 작품을 보고 구매하고 싶다는 요구가 많아지면서 ‘페이퍼 도그 스토리 펀딩’을 진행해 강아지 조립 키트도 제작했다. 소비자가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설계를 정리하는 것부터 잘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든 친절한 설명서, 패키지를 구성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작가가 직접 진행했다.

“좋아하는 것, 혹은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 있으면 박물관이나 전시를 보러 다니면서 자료를 찾아요. 박물관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분위기와 컬러감이 있어요. 카메라 시리즈는 과천에 있는 카메라 박물관에 가서 본 것들이에요. 블랙이나 실버 컬러의 카메라를 보색 컬러로 재해석했어요.”

페이퍼 아트는 도면을 만들고 재단해서 붙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작가는 강아지를 만들면서 3D 프로그램을 배웠다. 2D 프로그램으로는 강아지의 자유곡선을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3D 프로그램으로 모델링을 한 이후에는 도면을 제작하고 이후 작업은 전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종이로 만들기 때문에 작품의 사이즈가 작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가의 작품은 크기가 다양하다. 때론 사람이 탈 수 있는 차를 만들기도 한다. 바로 종이로 만든 차, ‘박스바겐’이다. 박스바겐은 반려견 수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강아지와의 여행을 상상하며 만들기 시작했다.


최첨단 시대에 느끼는 아날로그적 기쁨
종이가 가진 가능성은 그 어떤 소재보다 무한하다. 평면적인 것 같지만 색감이 주는 시각적 효과나 재질감이 주는 감각적인 느낌은 어떤 종이를 만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또 무언가를 손으로 만든다는 것은 창조와 창작의 기쁨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작가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공예 작업이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신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분야나 장르가 나올 거라 기대한다고. 스톱 모션을 이용한 영상을 제작하거나 페이퍼 아트를 키네틱 아트와 접목하는 등 작가의 새로운 시도는 그 연장선이다.

“얼마 전에 폴 스미스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를 관람했어요. 두 작가는 70, 80대의 노장이에요. 작품에서 오는 감동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렇게 나이 들어서도 오랫동안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저에겐 감동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저도 무엇을 이루겠다는 목표보다는 종이로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페이퍼 아트 이지희 작가
페이퍼 아트 이지희 작가
페이퍼 아트 이지희 작가


2D, 3D를 넘어 4D에 이른 최첨단 시대에 작가는 여전히 종이를 접고 오리고 붙이는 아날로그적인 작업을 한다. 그 과정마다 느릿느릿한 노동의 시간과 작가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시나브로 편안해지는 이유는 어쩌면 그래서일 것이다. 작가의 바람처럼, 아주 오랫동안 작가의 작품을 보고 싶다.



Words 한율 Artist 이지희 Photographs 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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