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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몰고 올 미래 대비해야
AI가 몰고 올 미래 대비해야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지난 7월 4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AI)”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까지 근 20여 년간 한국의 모든 대통령과 면담한 흔치 않은 인사다. 그의 선견지명 또한 예사롭지 않다. 그는 1998년에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한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해결책으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라고 조언했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온라인게임 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손 회장은 2019년 지금 이 시기에 왜 ‘AI’를 콕 짚어 강조했을까.



손정의가 투자한 기업의 공통 키워드는 AI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1호’부터 보자. 손 회장의 비전펀드 1호는 1,000억 달러로 세계 최대 사모펀드로 기록돼 있다. 비전펀드 1호가 투자한 기업들은 미국의 차량 공유업체 우버, 중국 디디추싱, 싱가포르 그랩, 한국의 쿠팡 등이다. 이들 기업들의 키워드는 ‘데이터’이다. 승차공유, 온라인 마켓, 사물인터넷(IoT) 등 모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데이터는 AI가 스스로 학습해서 성장하고 기능하도록 만드는 ‘필수 재료’이다. 손 회장은 AI 시대에 필수 하드웨어 기술인 반도체 회사도 인수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이 대표적인 예이다. 손 회장은 9월부터 운용할 비전펀드 2호도 AI와 관련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AI가 몰고 올 미래 대비해야

투자하는 기업도 AI, 만나는 사람마다 AI를 입에 올리는 손 회장은 사실 AI 때문에 은퇴마저 번복했다. 그는 예정된 은퇴 시기를 1년 앞둔 2016년 “욕심이 생겼다. 엄청난 패러다임 시프트(전환)의 새로운 비전을 봤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이 말을 하고서 사들인 회사가 반도체를 설계하는 영국의 ARM이다. ARM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설계 회사이다.

그는 ARM 인수를 단순히 ‘기업 인수합병’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ARM 인수를 ‘패러다임 인수합병’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손 회장은 “특이점(Singularity·싱귤래러티)이 오고 있다는 것은 나의 기본적인 비전”이라고 밝혔다. 특이점이란, AI가 비약적으로 발달해 인간의 지능을 훨씬 뛰어넘는 순간을 의미한다. 미국의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 처음 언급한 이 용어는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2045년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통해 대중적으로 쓰이게 됐다.

손 회장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AI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AI 관련 시장 규모 전망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올해 AI 관련 시장을 1조 9,010억 달러로 추산했고, 2020년까지 두 배에 가까운 3조 9,23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에 투자하지 않으면 지금 1등인 기업도 미래에 뒤처질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지난해 AI 연구에 앞선 기업은 2030년까지 지금보다 122%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AI 연구에 뒤진 하위 기업은 2030년 현금 창출이 23% 하락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손 회장이 아니어도 세계 각국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은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열 AI 기술 개발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내는 보도자료를 보면 최근 모두 공통적으로 들어간 내용이 ‘AI’이다.


기업들의 준비는 어디까지
국내 대기업들은 세계 곳곳에 AI 연구센터를 속속 설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미래사업 발굴 조직인 삼성리서치 산하에 AI센터를 신설했고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 미국 뉴욕 등 한국 포함 7개 AI 연구센터를 만들었다. 삼성은 2020년까지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1,00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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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캐나다 토론토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연 LG전자도 지난 5월 말 인공지능망 분야의 전문가인 다린 그라함 박사를 영입해 소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LG사이언스파크 산하 AI 조직인 ‘AI 담당’을 신설해 중장기AI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힘을 쓰고 있다. 가장 AI가 눈앞에 다가온 분야는 자율주행차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도 미래 차 산업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인공지능리서치(AIR) 랩’에서 생산효율화, 미래차 개발, 모빌리티 서비스 등의 과제를 연구 중이며 음성인식, 영상인식 등 인공지능 관련 8개 분야에서 경력직을 상시 채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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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들도 AI 연구와 투자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2013년 AI, 로보틱스 등을 연구하는 네이버랩스를 설립했다. 2017년 6월에는 유럽 최대 AI 연구소인 프랑스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유럽)을 인수하기도 했다. 카카오도 2017년 2월 AI 기술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만들어 AI 연구를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보다 더 앞서서 AI 연구에 투자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이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이승환 책임연구원이 최근 낸 보고서 ‘글로벌 기업의 인공지능 연구역량 분석 및 시사점’을 보면, IBM,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알파벳, 페이스북, 인텔, 삼성전자, 중국 텐센트 7개 글로벌 기업 가운데 IBM은 AI 연구관련 학술연구에서 단연 압도적이었다. IBM의 누적 학술연구 수는 2,275건, MS는 1,996건, 알파벳은 745건이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498건이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2017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캐나다 토론토대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고,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엔비디아도 지난해 토론토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페이스북도 2년 전부터 몬트리올대 등과 함께 컴퓨터 마우스를 대체할 보이스 기능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내 행동을 나보다 더 잘 아는 AI
그렇다면 AI 시대가 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AI의 가장 단순한 형태는 이미 산업 전반에 도입된 산업용 자동화 로봇이다. 기계가 제품을 조립하고, 포장하는 형태 말이다. 또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은 이세돌을 이긴 바둑 AI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AI 지능이 인간 지능보다 폭발적으로 발전하면 금융, 제조업, 우주탐사, 헬스케어, 재판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인간의 사용 패턴을 이해해 인간의 의도까지 이해하는 경지까지 이르는 게 바로 ‘초지능 AI 시대’이다.

예를 들어 금융에 AI가 도입되면, 수많은 시세 관련 데이터, 관련된 산업계 뉴스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서 투자 결정을 AI가 할 수 있다.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 등을 AI가 모두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관련된 일자리가 모두 AI로 대체될 수 있다.

AI가 몰고 올 미래 대비해야

하지만 당장 가까운 미래에 AI로 세상의 변혁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처럼 이번 세기 안에 초지능 AI가 나타날 것이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0년 안에 인간 지능보다 뛰어난 AI가 등 장하기 힘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인간의 의도를 인간보다 더 잘 아는 AI의 등장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중요한 점은 AI가 우리의 실생활을 점점 더 빨리 바꿀 것이라는 점이다. AI는 미래 먹거리 원천이지만 한편으로 여러 가지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손 회장의 말대로 우리가 지금 바라봐야 할 곳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AI)”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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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임지선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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