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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규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일본의 수출 규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지난 7월 1일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세 가지에 대해서 수출 규제를 발표하였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규제일 뿐만 아니라 차세대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도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것은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와 개발에 차질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원인과 현 상황, 대응방안을 살펴봤다.


일본의 경제 보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일본이 수출 규제 대상으로 삼은 세 개 소재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필수 소재들이다. 포토 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한 소재로 두 가지 중 하나만 없어도 당장 반도체 생산이 어려워진다. 포토 레지스트의 경우 일본의 의존도는 91.9%, 불화수소는 43.9%에 이르며, 스마트폰, TV, 모니터에 사용되는 폴리이미드도 93.7%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은 우리 경제에 커다란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다.

반도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그 정보를 처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구분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향후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이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어서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도 2030년까지 이 부문에서 1위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133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쓰이는 포토 레지스트가 이번 수출 규제로 막힌 것이다. 이제 막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려는데 시작부터 먹구름이 껴 버린 상황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우리 경제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2일, 일본 정부는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화이트리스트란 무기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나 기술, 소프트웨어를 통칭하는 전략 물자를 수출할 때 관련 절차를 간소하게 처리하도록 지정한 교역 국가 리스트를 의미한다. 수출국을 A, B, C, D 4개 그룹으로 나눠서 다르게 대우하는데 A그룹에는 우리나라를 뺀 기존의 화이트리스트 국가, 한국은 한단계 떨어진 B그룹으로 분류되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질 경우 강화된 수출 규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은 총 1,100여 개에 해당한다. 그동안 화이트리스트 국가에는 전략물자 중에 덜 민감한 품목 857개의 수출 허가를 간단하게 처리했지만,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되면서 857개 품목도 원칙적으로는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 정부는 이 중 핵심 전략품목으로 100개를 지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일본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는 이유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2018년 말,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꼽힌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은 2018년 11월 일본이 사흘간 불화수소 통관을 중단하자 경제 보복의 징조를 감지하고 관련 당국에 이러한 상황을 공유한 바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들에 대한 배상 판결을 원만히 해결하지 않을 경우, 통상 규제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을 예고한 것이다. 일본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한·일 양국 간에 합의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대법원이 전범기업에 배상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새로운 청구권을 일본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이 문제에 대해 특히 민감했던 이유는 만약에 개인 청구권이 허용되게 되면 전쟁 후 대부분의 아시아 피해 국가들과 국가 대 국가 간의 경제 협력 방식으로 무마해온 것들이 전부 다 무너질 수도 있고, 앞으로 추진할 북·일 수교에서도 개인청구권이 새로운 이슈로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이전부터 이미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 북·미 간의 외교 문제에서 일본이 배제되고 있는 사안 또한 이번 수출 규제 문제가 불거지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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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응방안
최근 일본 수출 규제를 대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은 맞대응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가장 먼저 우리나라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법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 나라든 주요 선진국에는 화이트리스트가 있다. 우리도 29개 나라의 화이트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이후에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는 뜻으로 화이트리스트에 일본을 포함시켰지만, 현재 일본이 삭제했기 때문에 우리도 쌍방조치로 당연히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우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일본이 일부 반도체 소재수출 규제를 발표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취지로 일본 관련 기업 리스트가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이번 불매운동이 과거처럼 오래 가지 못할 거란 분석이 많았다. 그러던 중에 유니클로 임원이나 일본 측 인사들이 불매운동에 대한 폄하 발언을 하면서 이 운동에 불을 지폈다.

일본 여행의 수요 또한 크게 감소했다. 신규 예약자 수는 전년 대비 70~80% 줄어들었다. 일본 내부에서는 방사능 공포로 한국인 관광객이 뚝 끊겼던 동일본 대지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관광객 4명 중 1명이 한국인인데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의 수는 753만 9,000명으로 전체 일본 방문객 3,119만 2,000명의 24.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관광 비중이 큰 도시일수록 숙박, 식당, 교통 등의 분야에서 경제적 타격이 심한 상황이다. 한·일 간 무역 분쟁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이웃집과 사이가 벌어질 경우, 양쪽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 우리 기업들의 피해 못지않게 일본 기업들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규제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들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스텔라케미파, JSR코퍼레이션 등 일본 소재 업체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스텔라 케미파의 경우 불화수소로 연 매출이 200억 엔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올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한국과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비중 있는 경제대국이기에 여타 국가 역시 피해가 유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반도체가 전 세계 판매량의 60~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애플, 아마존,퀼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삼성에 반도체 공급 문제가 없는지 거듭 문의하고 있다고 한다. 즉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 애플에서 만드는 스마트폰 값도 오르고, 델에서 만드는 노트북 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또 구글이나 아마존이 서버를 확충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들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 역시 한국과 일본의 통상 분쟁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한·일 간 무역 분쟁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까?
세계사적으로 인접 국가 간에 사이가 좋은 나라를 찾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인접 국가는 가장 빈번히 교류 협력을 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나라와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번에 수출 규제 대상으로 선정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분 역시 일본으로부터 주요 부품·소재 등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이를 가공·완성해 완제품 형태로 판매해왔다. 일본과의 긴밀한 협업 체계 속에서 수출을 진행해온 것이다.

최근 전 세계가 ‘보호무역’ 기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중간의 무역 분쟁으로 인해 주요 국가의 보호무역 기조가 크게 강화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동에서는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제 원유 가격 동향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거기에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더해진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할 위치에 놓여 있다. 이러한 두 국가가 지금 국제적인 경제 불황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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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박정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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