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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준비,나만의 속도로 준비하는 시대
나만의 속도로 준비하는 시대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은퇴 준비에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40세 안팎의 나이에 은퇴를 목표로 하는 이른바 ‘이른 은퇴’가 유행하고 있다. 덩달아 시니어의 도전적인 활동이 소개되며 자신만의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빠르게 변하는 은퇴 트렌드를 살펴보고 누군가에게는 가깝고, 누군가에게는 먼 은퇴 준비를 소개한다.

자발적인 이른 은퇴의 유행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에서는 ‘이른 은퇴’ 바람이 거세다. 이들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통해 자발적인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FIRE족이라 부른다. 이들은 30대 후반 또는 늦어도 40대 초반에 은퇴를 꿈꾸며 수입의 80% 이상을 저축하는 극단적인 검소한 생활을 감수한다. 이와는 반대로, ‘DIRE’라는 새로운 트렌드도 생겨나고있다. DIRE는 주택대출금 등을 갚기 위해 은퇴를 뒤로 미루고(Delay),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고(Inherit), 은퇴(Retire)한 뒤 사망(Expire)한다는 뜻의 합성어다. FIRE가 이른 은퇴를 뜻한다면, DIRE는 늦은 은퇴를 뜻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정반대의 트렌드가 등장한 만큼 은퇴에 대한 트렌드가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이른 은퇴 트렌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각종 블로그와 카페를 중심으로 이른 은
퇴 이야기가 널리 퍼지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이른 은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설문조사가 있다.
2019년 8월 7일에 사람인리서치가 2030세대 직장인 554명을 대상으로 ‘인생 이모작 의향’에 대해 물었다. 인생 이모 작은 은퇴 혹은 제2의 인생설계를 뜻하는 단어로 조사 대상자의 88.3%가 인생 이모작 의향이 있고, 이 중 45.6%는 지금 인생 이모작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중장년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인생 이모작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주요한 화두가 된 것이다. 이들이 일찍부터 인생 이모작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해서’(50.3%)라며 복수로 응답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42.7%),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40.3%), ‘노후 대비를 위해서’(32.5%), ‘정년 없이 일하고 싶어서’(27.6%), ‘은퇴 연령이 빨라지고 있어서’(22.7%) 등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년에 구애받지 않는 안정적인 수입과 본인의 적성과 꿈을 살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인생 이모작을 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속도로 준비하는 시대


은퇴에 대한 새로운 정의
이른 은퇴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관련 정보와 사례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른 은퇴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만큼 각자가 처해 있는 상황과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른 은퇴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길, 자신만의 생각과 속도로 걸어가야 하는 길인 셈이다. 그럼 이른 은퇴를 결행해야 하는 시점은 어떻게 잡으면 될까? 이른 은퇴의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은퇴에 대한 정의, 재무적 준비도, 은퇴 이후 삶에 대한 구체적인 지도의 완성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은퇴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자. 흔히 은퇴는 일터에서 물러나 일하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다. 대부분의 중장년들이 생각하는 은퇴에 대한 생각이다. 은퇴를 더이상 일하지 않는 상태로 정의한다면 이른 은퇴는 상당히 위험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40세에 은퇴하면 50년 가까운 세월을 일하지 않은 채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쉽지 않고, 긴 시간을 보내는 방법 또한 마땅치 않다. 그러나 이른바 요즘 세대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이들은 은퇴를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한다.’ 정도로 생각한다. 은퇴에 대한 당돌하면서도 신선하고 부러운 생각이다. 이러한 은퇴 정의에 따른다면 은퇴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문제는 일하고 싶을 때 과연 일을 할 수 있느냐, 그것도 수입이 생기는 일을 할 수 있느냐라는 점이다. FIRE족의 발원지인 미국에서 30대에 은퇴해 7년째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는 샘 도겐의 말을 들어보자. “시장환경이 생각보다 악화되고 있어 자산 감소를 줄이기 위해 다시 취직을 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은퇴 후 7년이 지난 지금 과연 재취업을 할 수 있을까?” 만일 이른 은퇴 이후 사정이 바뀌어 재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는데, 재취업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낭패다.

재취업에 대한 위험부담이 적고 일하고 싶을 때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은퇴자금이 다소 부족해 보여도 얼마든지 이른 은퇴를 선택할 수 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역량과 그것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견실하다면, 그리고 그것을 유지ㆍ발전시켜 나갈 의지가 있다면 이른 은퇴는 자아실현을 위한 좋은 길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은 나이를 떠나 누구나 바라는 삶인지도 모른다.

나만의 속도로 준비하는 시대


은퇴 준비에 필요한 점검사항
30대 후반에 이른 은퇴를 고민하는 부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부부는 재테크 성공으로 15억의 자산을 축적한 후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은퇴를 고민 중이다. 돈 버는 일보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이 그들의 생각이다. 30대 후반인 이 부부는 벌써 15억이라는 큰 돈을 모았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이 있고 부부의 연소득은 1.5억 정도라 한다. 이쯤 되면 이른 은퇴를 꿈꿀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부는 이른 은퇴를 결행해도 괜찮을까?

먼저 재무적 준비도를 보자. 집이 있고 금융자산이 15억인 상태에서 40세에 은퇴해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해보자. 결국 15억으로 50년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단순하게 생각해 15억을 50년 동안 적절하게 나누면 1년에 3,000만 원, 월 250만 원을 사용할 수 있다. 65세부터는 국민연금이 나오므로 그 이후 인출금액은 연금액만큼 줄일 수 있다. 재무적 준비도 측면에서는 이른 은퇴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자녀 양육과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대학 졸업 때까지 자녀 1명당 최소 2억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 양육 비용으로 책정한 자금의 수익률이 해당 비용의 물가상승률을 상쇄한다는 가정 하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은 최소한 5년 단위로 월별 현금흐름과 생활비를 계산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했는데도 계산이 선다면 재무적 준비도 측면에서는 이른 은퇴를 선택해도 무방하다.

다음으로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지도라 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살펴보자. 위 부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살고 싶어한다. 아마도 돈 모으는 일보다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큰듯하다. 이른 은퇴를 꿈꾸는 이들은 대체로 일보다는 여가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 그러나 막연한 꿈이 몽상이듯 막연한 라이프스타일은 허상과 다름없다. 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은 그다지 강고하지 못하다. 자녀는 언젠가는 독립을 하고, 빈둥지증후군이 말해주듯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기한은 자녀의 독립시점까지다. 자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잘못된 목표라기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인 라이프스타일이 필요하는 말이다.

이른 은퇴를 생각한다면 눈앞에 10~20년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멀리 40~50년 동안 즐길 수 있는 단단한 라이프스타일을 설정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하루 무탈하면 0.4~0.5일 정도 평균수명이 늘어난다. 한 세대 전에는 10년 정도에 불과했던 은퇴기간이 30~40년으로 훌쩍 길어졌다.

일하는 기간은 늘지 않고 은퇴기간이 계속해서 길어질 전망이다. 은퇴기간이 길어지고,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만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충분한지 아니면 2단계와 3단계의 라이프사이클을 염두해야 할지도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나만의 속도로 준비하는 은퇴
정년 이후의 일을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두기 위해서는 정년 이전의 은퇴 준비가 중요하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은퇴를 맞이했다간 환경에 의해 강요된 은퇴 생활을 하게 된다. 재취업 전선에 뛰어든 많은 중장년의 자화상이 그렇다. 이들은 열심히 살았지만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그 결과 하고 싶은 일보다는 생계를 위한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제2의 인생으로서의 은퇴 생활보다는 일의 연장으로서의 은퇴 생활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나만의 속도로 은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은퇴에 대한 정의, 재무적 준비도,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구체적 지도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 3가지 요소가 안정적일 때 비로소 실패 없는 은퇴를 맞이할 수 있다.



Words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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