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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르실 거야애주가의 특급 사랑 ‘동해 곰치국’
애주가의 특급 사랑 ‘동해 곰치국’(왼쪽부터) 홍지완 계장, 홍혜민 대리, 최은숙 차장, 김병기 팀장
누구에게나 취하고 싶은 날이 있다. 한 잔, 두 잔 술을 들이키다 보면 홀린 듯 스멀스멀 ‘내일 따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기분에 사로잡히기 마련. 하지만 어김없이 아침 해는 밝아오고, 물 한 모금 넘기기 힘든 숙취도 함께 찾아온다. 그럴 때, 진정한 애주가라면 물보다 효과 빠른 한 그릇을 찾아 떠난다고 전해지니 그 이름하여 곰치국이라 한다.


애물단지 꼼치에서 금치가 되기까지
곰치국은 꼼치라는 물고기를 넣어 끓이는강원도 삼척 지방의 토속 음식이다.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을 풀어 끓이는 메기 매운탕이나, 맑고 알싸한 국물 맛이 일품인 복지리 만큼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지만 ‘탕 좀 먹어 봤다’ 하는 식객들 사이에서는 늘 손에 꼽히는 메뉴다.

애주가의 특급 사랑 ‘동해 곰치국’

곰치국의 주재료 ‘꼼치’는 지역 주민들에게 회자되는 사이에 된소리 발음이 탈락하며 ‘곰치’로 불리고 있지만, 공격성 강한 육식 어종 ‘곰치’와 곰치국의 주인공 ‘꼼치’는 엄연히 다른 물고기다. 꼼치가 식탁에 오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외모는 깜짝 놀랄 만큼 못 생긴데다가, 두 손에 쥐기 어려울 정도로 살이 무른 탓에 낚시꾼들이 잡는 족족 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꼼치를 넣어 생선국을 끓였더니 국물은 비린내 없이 담백하고 살이 연해 그 맛이 훌륭했다고. 그렇게 꼼치는 맑게 혹은 잘 익은 김치와 빨갛게 끓여내면서 동해 바다 길목 마을 곳곳에서 사랑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곰치국이 해장국으로 유명해진 것은 그 후의 이야기다.

“예전에는 꼼치가 워낙 흔했어요, 뱃사람들이 꼼치를 잡아 배에 매달아 뒀다가 꼬들꼬들 마르면 배 위에서 쪄 먹기도 했고요. 요즘은 꼼치 찾는 분이 하도 많아서 우스갯소리로 ‘꼼치가 아니라 금치다’ 할 지경이죠. 꼼치를 말리기는커녕 한 마리 통째로 회 치는 집도 보기 어려워졌으니까요. 그래도 꼼치 요리 중에 제일 맛 좋은 국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인 일이죠.”

애주가의 특급 사랑 ‘동해 곰치국’

가게 이름보다 ‘곰치국’을 더 큼지막한 글씨로 써 붙여놓은 황해횟집의 사장이 웃으며 말을 잇는다. 황해횟집이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자리를 지킨 것이 벌써 34년째. 곰치국이 유명한 지역답게 바닷가를 따라 곰치국 전문점이라는 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지만, 황해횟집 곰치국 맛을 본 사람은 그 길로 이곳 단골이 된다.

“이쪽 지역에서는 꼼치로 맑게 끓여낸 국을 ‘물곰탕’, 빨갛게 끓여낸 국을 ‘곰치국’이라고 불러요. 주변에 곰치국 전문점이 워낙 많아 어느 가게에서나 맛있는 국을 맛볼 수 있죠. 다만 우리 가게의 특징이라면 순한 맛이랍니다. 자극적인 조미료 대신 꼼치 본연의 맛을 살리려고 하거든요.”

겸손의 말 뒤에는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숨어 있다. 자극적인 조미료 없이 꼼치 고 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황해횟집은 꼼치 한 마리, 한 마리 상처는 없는지 눈은 투명한지 꼼꼼히 살핀다. 남들은 지나치는 꼼치의 암놈, 수놈 구분에도 신경 쓴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암 꼼치와 수 꼼치는 맛이 달라요. 물렁한 꼼치라도 수놈이 약간 더 근육이 있어서 단단하거든요. 그래서 차이를 아시는 분들은 수 꼼치로 끓여낸 국을 좋아하시죠.”


그리움, 개운함을 담은 한 그릇
황해횟집은 그렇게 엄선한 꼼치를 정성으로 요리해 밥상에 내놓는다. 오늘 이 귀한 밥상의 주인공은 특별한 점심시간을 맞은 동해지점 4인방이다. 곰치국부터 회까지 한 상 거하게 차려지자 네 사람의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나온다.

애주가의 특급 사랑 ‘동해 곰치국’

“곰치국만큼 해장에 좋은 음식을 본 적이 없어요. 얼핏 맑은 물곰탕이 속 풀이에 좋을 것 같지만, 김치 넣고 끓인 이 곰치국이 으뜸입니다. 숙취가 심한 날 있지 않습니까, 물 한 모금도 넘기기 괴로운 그런 날 말입니다. 그런 날에도 이 곰치국만큼은 술술 넘어갑니다. 뜨끈한 국물에 땀 한번 흘려주면 속이 확 풀리죠.”

김병기 팀장의 말을 듣고 있던 최은숙 차장이 ‘아무렴’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프로라고 해도 믿을 수준의 맛 표현을 시작한다.

“꼼치 살 부드러운 느낌은 안 먹어본 사람 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워요. 입에 넣는 순간 잔뼈 하나 없는 살이 사르르 녹아 없어지거든요. 꼼치 껍질은 두말할 것도 없죠. 말캉말캉해서 젓가락으로 집기도 어려운 꼼치 껍질을 국물에 섞어 후루룩 넘기는 그 느낌은 한 그릇 먹어봐야 이해가 된답 니다.”

두 선배님 말씀을 귀담아들으며 연신 숟가락을 놀리던 홍지완 계장의 눈빛이 돌연 아련해지더니 입을 연다.

“타지 사람에는 곰치국이 색다른 음식이겠지만, 이곳이 고향인 제게는 된장찌개 같은 음식입니다. 어머니께서 아주 어릴 때부터 자주 해주시던 음식이거든요. 그래서인지 곰치국을 먹을 때면 늘 어머니 생각이 나요.”

애주가의 특급 사랑 ‘동해 곰치국’


오늘 곰치국과의 첫 만남을 기대한 홍혜민 대리는 설레는 마음에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왔다고 한다.“꼼치가 원래 찬물에 사는 물고기인데, 동해 바닷물이 차서 이 지역에서 많이 잡힌다고 해요. 그래서 동해 곰치국이 유명해진 셈이죠. 남쪽에서 잡히는 물메기는 약간 비리다는데 오늘 먹어보니 꼼치는 비린 맛 하나 없이 시원하네요.”

애주가의 특급 사랑 ‘동해 곰치국’


한 상에 둘러 앉아 먹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추억이, 또 누군가에게는 전날의 고단함을 씻어주는 피로회복제가 되기도 한다. 누구에게 무엇이든, 마주보고 앉아 한끼 식사를 나눌 동료만 있다면 고단한 오후를 이겨낼 힘으로 충분할 것이다.

동해의 금치라고 불리는 효자 물고기 꼼치. 속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데 이만한 음식이 또 어디 있겠는가?

애주가의 특급 사랑 ‘동해 곰치국’
애주가의 특급 사랑 ‘동해 곰치국’



Words 김세라 Photographs 고인순 Illustrator 이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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