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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가을 감성을 훔치다,어른을 위한 커피 ‘깔루아’
어른을 위한 커피 ‘깔루아’

뙤약볕과 전쟁을 치르던 여름밤, 문득 찬바람이 살갗을 스치면 마음은 가을보다 한발 빨리 소란스러워진다. 매년 이맘때면 ‘취향 여행’이라는 나만의 의식을 치르며 공허한 마음을 달래곤 하는데, 검색도 여행 가이드북도 없이 딱 하나 목적지만 정하고 떠나 새로운 문화를 만나는 것이다. 그렇게 떠난 올해의 취향 여행지는 멕시코였다.


프리다 칼로, 선명하고 아름다운 고통 속으로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려 무작정 날아온 멕시코라지만 ‘이것만큼은 보고 가겠다’는 작품이 있었으니,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부서진 기둥’이다. 멕시코를 닮은 그녀의 작품들은 색 대비가 짙고 구도 역시 대범한 편. 덕분에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초현실주의로 구분됐지만, 막상 본인은 자신의 작품이 모국인 멕시코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여겨 초현실주의에 속하기를 원치 않았다고 전해진다.

프리다 칼로 작품의 주된 정서는 ‘고통’. 젊은 날 버스와 전차가 충돌하는 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친 그녀는 왼쪽 다리11군데를 비롯해 골반과 갈비뼈 등 신체 곳곳이 부러졌으며 불임 판정을 받았다. 서른다섯 차례의 수술을 거치며 온갖 고통에 시달린 그녀는 자신의 아픔을 캔버스에 그대로 옮겨냈는데 ‘부서진 기둥’은 그 아픔이 가장 선명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어른을 위한 커피 ‘깔루아’


그녀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멕시코시티 한 귀퉁이의 코요아칸으로 이동했다. 프리다 칼로의 생가를 꾸며 만든 프리다 칼로 박물관(MUSEO FRIDA KAHLO)에서 그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1년 중 언제 와도 길게 늘어선 관람객이 먼저 맞아주는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관람 분위기인데, 박물관 그 어디에도 정숙함을 요하는 문구는 없지만 세계 각지의 관람객들은 호들갑을 전혀 떨지 않고 엄숙히 작가의 아픔을 읽어내는 일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번 멕시코 여행의 유일한 일정을 소화해냈으니, 남은 일정은 발길 닿는 대로 나만의 멕시코 취향 여행 지도를 그리는 것이 전부다. 멕시코 시티에서 차를 빌려 시티 공원을 가로지르고 멕시코 공항 쪽으로 30여 분 달리다 보니 심상치 않은 수의 인파가 모여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차에서 내려 행렬의 끝을 따라갔던 곳에는 ‘유색의 성모마리아’로 유명한 바로 그곳, 과달루페 성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 숨 쉬는 기적, 과달루페 성모와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
전통적으로 태양신을 섬기던 멕시코는 특정 시기를 기점으로 가톨릭 신자 비율이 압도적인 국가로 변모한다. 그 결정적인 사건의 주인공은 바로 ‘과달루페의 성모’라 불리는 한장의 그림이다.

1531년 미사 참석을 위해 프란체스코 수도원 성당에 가던 후안 데 디에고라는 가톨릭 신자에게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는데 독특하게도 그 모습이 흔히 보던 흰 피부가 아닌 멕시코 원주민과 같은 갈색 피부였다고 한다. 후안 데 디에고가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본 후 이를 계기로 과달루페 성지에는 크고 작은 성당 총 아홉 채가 지어졌고, 멕시코인 800만 명이 대부분 가톨릭 신자로 개종하게 됐다고. 덕분에 우리는 멕시코 여행 중 어느 지역에서나 아름다운 성당 건물을 구경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또, 독특하게도 흥이 넘치는 멕시코 고유의 정서 덕분에 과달루페 성지는 엄숙함 대신 흥겨운 노랫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른을 위한 커피 ‘깔루아’
어른을 위한 커피 ‘깔루아’


멕시코의 종교적 건축물을 본 김에 피라미드까지 둘러보기로 마음먹고 테오티우아칸으로 발길을 돌렸다. 피라미드하면 이집트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세계에서 피라미드가 가장 많은 곳은 멕시코다. 특히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Teotihuacan Pyramids)는 세계에서 두번째,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첫번째로 큰 피라미드로 꼽힌다.

처음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 유적지에서 받은 인상은 신비로움.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벌판 위에 드문드문 서 있는 피라미드는 정교한 솜씨와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이집트와 멕시코의 피라미드는 서로 건축의 목적이 다른데, 이집트는 왕의 무덤으로 활용하기 위해 피라미드를 지었다면 멕시코는 신전으로 사용하기 위해 피라미드를 건축했다. 그중 태양의 피라미드는 태양의 기운을 한껏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 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피라미드 정상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도 있다. 그렇게 멕시코의 종교적 건축물들을 돌아 멕시코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운명처럼 깔루아와 마주친 항구 도시, 베라크루스다.


멕시코에서 찾은 나만의 취향, 깔루아
멕시코 마지막 코스를 베라크루스로 결정한 건 순전히 바다 때문이었다. 대한민국도 삼면이 바다인 덕에 ‘여름은 더위 식히러, 겨울은 고독을 즐기러’ 온갖 핑계를 대며 바다에 가곤 하는데 멕시코까지 왔으니 멕시코 바다도 봐야 하지않겠냐며 굳이 베라크루스로 온 것이다. 그리고 과연, 멕시코 바다는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으니 아름다운 항구도시에는 ‘깔루아’가 있었다.

어른을 위한 커피 ‘깔루아’


‘깔루아(Kahlúa)’와 나는 서울에서도 각별한 사이였다. 처음 방문한 칵테일 바에 하나같이 낯선 메뉴들만 적혀 있을 때, 추운 겨울 안주까지 먹기에는 배부를 것 같고 속 든든한 술 딱 한 잔만 마시고 잠들고 싶을 때, 달콤한 술이 필요할 때. 그런 때마다 나는 메뉴를 접고 “깔루아 밀크 한 잔이요”하고 외치거나 집에서 우유 잔에 심혈을 기울여 깔루아를 따라 섞어 마시곤 했다. 그런데 마침 멕시코까지 떠나 바다를 보겠다고 찾아간 베라크루스가 깔루아의 원료가 되는 최상급 아라비카 원두를 재배하는 지역이었던 것.

어른을 위한 커피 ‘깔루아’
어른을 위한 커피 ‘깔루아’


‘술 원료가 커피?’라는 의문이 일었지만 깔루아의 원료는 정말 커피 원두였다. 맥주, 전통 소주는 보리나 밀 혹은 쌀등의 곡물을 원료로 만드는 탓에 술의 원료는 곡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깔루아는 100% 아라비카 원두와 사탕수수가 주재료인 증류주다. 증류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수가 올라가고 술이 맑아지는데, 깔루아 역시 여러 차례 증류를 반복하며 알코올 도수가 약 20도에 달하게 되며, 증류 후 바닐라나 캐러멜 등 향을 첨가해 다양한 맛을 끌어낸다. 멕시코 전역 어디서든 마트와 식료품점에서 쉽게 깔루아를 구매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일부 마트나 주류매장에서 깔루아를 판매하는데, 굳이 멕시코에서 깔루아를 사 올 이유라면 하나, 취향 때문이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깔루아는 오리지널 버전으로 커피의 향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버전인데, 멕시코에서는 이 밖에도 다양한 버전의 깔루아를 판매하고 있다.

어른을 위한 커피 ‘깔루아’


바닐라 라테처럼 커피와 바닐라의 향이 부드럽게 어울리는 프렌치 바닐라 깔루아, 리얼 다크 초콜릿이 첨가된 모카깔루아, 뒷맛이 실크처럼 부드러워 사랑받는 헤이즐넛 깔루아, 35도에 달하는 알코올 도수와 에스프레소가 떠오를 만큼 짙은 커피 향이 매력적인 에스페셜 깔루아까지. 멕시코 현지에 머무는 동안 작은 병에 든 깔루아를 다양한 버전으로 맛본 후 가장 취향에 맞는 깔루아를 골라보는 것도 가을의 허한 마음을 채워줄 훌륭한 취향 놀이가 되어준다. 마음에 쏙 드는 깔루아를 골랐다면, 이제 직접 깔루아 음료를 만들어 마셔보자.



Words 김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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