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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또 하나의 우울한 판타지‘커플 매칭 프로그램’
‘커플 매칭 프로그램’

<썸바이벌 1+1> <임자아일랜드> <호구의 연애> <편애중계>…. 어느 채널이든 하나쯤은 방송하고 있는 TV 커플 매칭 프로그램들이다. 지금뿐이랴. 그 앞에는 <하트시그널> <연애의 맛> <우리 결혼했어요> <선다방> 등도 있었다. 영어로 말해서 그렇지, 그냥 ‘짝짓기’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하고 본능적이다. 인간도 번식의 본능을 가진 동물이니까.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짝짓기 프로그램
TV의 짝짓기 프로그램은 역사가 꽤 길다. 1990년대에 <사랑의 스튜디오>로 시작해 2000년대 <강호동의 천생연분>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리얼로망스, 연애편지>를 거쳐 고상한 이름을 버리고, 한 울타리(애정촌)에 남녀를 가둬놓고 짝짓기를 시도한 2013년의 <짝>까지. ‘연애’와 ‘결혼’은 드라마에서만 단골 소재가 아니다. 인간의 삶과 본능을 자극하기에 이보다 흥미롭고, 소구적인 소재는 없으니까.

짝짓기 프로그램도 시대에 따라 모양새를 달리하고 있다. 연예인에서 일반인으로, 인위적 포맷에서 다큐적 자연스러움으로, ‘가상’에서 ‘리얼’로, 단순한 ‘연애’에서 ‘결혼’으로까지. 실제로 짝짓기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까지 한 연예인도, 일반인도 있어 TV는 이를 근거로 ‘리얼’과 ‘성공’을 자랑한다. 이를 진화, 결실이라고 한다면 이들 프로그램은 더욱 동물적 욕구의 자극이고 관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은 본능적 욕구만이 아닌 결혼의 조건, 풍속도, 가치관 등 ‘세태’를 보기도 한다. 사랑보다는 경제적 조건, 미모지상주의,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의 자화상, 혼족과 소확행 등. 그래서 <썸바이벌 1+1>은 지금의 젊은 세대는 외모나 스펙보다는 오로지 취향만으로 선택하고 선택받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취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커플이 될 수 있을까. TV에서만 ‘가능’할 수도 있다. 차라리 아예 결혼 상대자를 찾기 위해 외모, 스펙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남녀들을 불러 중매쟁이가 되는 <임자 아일랜드>가 훨씬 솔직하고 리얼(현실적)한 것인지도 모른다.

정말로 짝짓기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짝을 찾지 못해 TV까지 찾은 것일까. 외모와 직업 등 어느 모로 보나 하나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그들이 찾는 짝이 주변에 없어서 일까. 그보다는 스스로 연애나 결혼에 까다로운 기준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TV를 자기 브랜드화로 이용하기 위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명사’가 되기 위해 짝짓기 프로그램을 활용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대중문화평론가 황진미)도 있다. 연예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실 속 우울한 자화상
그들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과 관음을 제공한다. 연예인보다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더 공감한다. 마치 나도 그들과 같은 마음이며, 그들의 연애가 곧 나의 연애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TV 속의 세상과 사람들이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이 아무런 사전 만남이나 정보 없이 즉석에서 만나 서로 대화하고 먹고 놀면서 마음을 열고 좋아하는 짝을 찾는 일. 아무리 삭막하고 계산적인 사회이지만 그래도 순수한 사랑과 결혼은 가능하다는 착각.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드라마 장르의 대체다. 멜로드라마처럼 짝짓기 프로그램은 일반화의 오류를 뛰어넘어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만든다.

“연출(조작)이나 허구가 아닌 진짜입니다.” “당신도 얼마든지 TV 출연자들처럼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연애하세요. 그리고 결혼하세요!” “우리가 하라는 대로 하면 좋아하는 사람의 사랑을 얻을 수 있습니다.”

TV는 이 같은 환상을 현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마음껏 관찰하고 즐기도록 해주고 나서는 다시 우리를 현실로 내동댕이친다. 그것도 모르고 지자체들은 TV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착각해 <미혼남녀 인연 만들기> <썸남썸녀, 봄에 미(美)치다> <알콩달콩 사랑의 징검다리>란 이름의 짝짓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남녀커플들을 탄생시킨다. 그것이 마치 낮은 혼인율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도 되는 듯이. 이 역시 착각이다.

연애는 더 이상 결혼의 서곡이 아니다. 그냥 ‘썸’일 뿐이다. 짝짓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일종의 판타지를 소비하는 사회의 반영이다. 그 판타지는 허구보다는 가상현실, 가상현실보다는 증강현실, 증강현실보다는 ‘리얼’이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다. 연애도, 결혼도 판타지로 즐기는 보고 마는 관람의 시대. 연애도, 결혼도 하나의 신분 증명이고 스펙이 되어가는 시대에 짝짓기 프로그램도 ‘나의 기회’나 ‘하나의 가능성 있는 방법’이 아닌 게임처럼 오락으로 즐기거나, 스포츠 경기처럼 응원이나 하면 그만인 시대. 이왕이면 더 실감나게, 마치 생중계하듯 있는 그대로, 나와 비슷한 캐릭터들이 나오면 더 좋다.

어쩌면 TV의 커플 매칭 프로그램들이야말로 시청자들의 이런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속으로는 “그냥 구경만 하세요” 라고 하면서도 겉으로는 시치미를 뚝 떼고는 온갖 그럴 듯한 울타리를 지어놓고 오늘도 짝짓기 놀이에 열중하는지 모른다. 이 시대 우리의 우울한 또 하나의 자화상이다.



Words 이대현
‘커플 매칭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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