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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행복한 초록빛 세상이다예 캐릭터 디자이너
이다예 캐릭터 디자이너

우리 모두는 외로운 존재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자신을 위로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사람이나 동물, 혹은 식물, 그것도 아니라면 물건. 때론 사람의 온기보다 말 못하는 것들에서 따듯함과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졸업전시회 작품으로 태어난 생명
어느 날, 길쭉하고 시퍼런 인형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선인장과 같은 모습을 한 이 인형이 SNS를 뜨겁게 달군 것은 2017년. 사람들은 ‘웅장이’를 데리고 다니며 일상을 공유하고 사진을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올렸다. 작은 피규어나 귀여운 인형을 여행 혹은 맛집 사진에 촬영 소품으로 활용하던 게 인기였던 시절이었다. 웅장이는 실제 모습처럼 ‘웅크린 선인장’에서 지어진 이름으로 디자이너 이다예의 내면 모습을 표현 한 캐릭터다.

“웅장이는 대학교 졸업전시회 작품이었어요. 입학할 때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려고 입학을 했는데, 2학년 때 패션과 산업디자인 과목이 하나로 융합이 되면서 산업디자인 교수진들이 대부분 학교를 떠났죠. 저는 아무래도 패션은 아닌 것 같고, 캐릭터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졸업전시회 때 저는 패션이 아닌,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다예 캐릭터 디자이너
이다예 캐릭터 디자이너

졸업전시회에 선보일 작품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교수에게 어렵게 허락을 받고 처음 스케치를 해 간 것은 ‘콩’과 ‘선인장’이었다. 그렇게 두 가지 시안을 준비했지만 이다예 디자이너는 콩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뒀다. 그런데 보는 사람들마다 콩보다는 대충대충 그린 선인장에 더 많은 관심을 표현했다. 교수도 “콩은 너무 흔하니 선인장을 발전시켜 보자”고 조언했다.

“그렇게 웅장이가 탄생했어요. 선인장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캐릭터를 보면 좋은 부분은 정말 캐치를 잘하거든요. 어느 샌가 저도 모르게 그사람 것을 가져와서 그리고 있어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 건 잘 안 봐요. 인테리어나 식물 등을 자주 보곤 하는데 거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아요.”


캐릭터로 찾은 새로운 삶
웅장이는 이다예 디자이너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시 돋은 몸, 무표정한 얼굴, 자신감 없이 웅크린 모습. 게다가 게으른 성격까지 본인을 꼭 닮았다. 자신이 만들어 낸 첫 작품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본인과 닮은 웅장이에게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을 터. 이다예 디자이너는 본인의 SNS에 웅장이와 함께한 일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로 사람들이 인형을 갖고 싶다고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를 묻기 시작했어요. 한두 명도 아니고 몇백 명에게 그런 요청을 받으니까 정말 당황했죠. 저에게는 졸업전시회 때 만든 샘플 인형밖에 없었는데, 당장 이분들에게 인형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인형을 제작해주는 공장을 알아보고 발주를 넣고 완성된 인형을 어머니와 밤새 포장했어요.”

이다예 캐릭터 디자이너
이다예 캐릭터 디자이너


자신이 만든 캐릭터 인형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이다예 디자이너는 준비도 없이 그렇게 웅장이 인형 판매를 시작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인기에 어리둥절했지만, 지체할 겨를도 없었다. 사람들이 웅장이에 관한 스토리를 궁금해 했기 때문이다.

“웅장이를 그냥 단순한 인형이 아닌 생명처럼 대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웅장이 키우기’라고 짧은 툰을 그렸죠. 웅장이를 택배로 받으면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고무장갑을 끼고 만져라, 가시가 따갑다. 그리고 물 대신에 소주를 조금 주면 좋아 한다고 써 놨어요. 웅장이에게 소주병을 꽂아 놓은 그림 아래요.”


괜찮아, 웅장이가 있으니까
웅장이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방문객이 많은 온라인 사이트에 판매를 할 수 있는 루트를 열 수 있었다. 카테고리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분류했다. 이는 웅장이가 단순한 캐릭터 인형과는 다르게 집 안을 감각적으로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것. 단순하지만 유치하지 않은, 따뜻한 패브릭을 입은 초록색의 웅장이는 어느새 그렇게 사람들 곁에 자리 잡았다.

“정말 가랑이가 찢어질 뻔 했어요. 웅장이에 대한 환상과 사랑, 그걸 따라가느라 아등바등했었죠. 그 시절은 저와 가족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였거든요.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매번 응급차를 타야 했는데, 제가 직장에 다녔다면 아버지를 돌볼 수 없었을 거예요.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셨지만, 슬퍼할 겨를도 없었어요. 밤이면 수십 개가 넘는 웅장이 인형을 포장해야 했거든요. 어머니와 웃으면서 ‘우리가 지금 뭐하는 거야’라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다예 캐릭터 디자이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간을 견디기 위해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라고. 웅장이는 그렇게 이다예 디자이너의 슬픔으로 걸어온 존재였다. 어쩌면 웅장이는 어떤 드라마의 명대사처럼 이다예 디자이너가 세상에서 멀어질 때,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준 유일한 기쁨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다예 캐릭터 디자이너

현재 그녀는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의 하나인 ‘디지털 이미지’ 강의도 하고 있다. 강사로서는 첫 도전이지만 꽤 적성에 잘 맞는다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웅장이와 관련된 상품도 앞으로 계속해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순수 그림만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그녀의 꿈처럼 앞으로 이다예 디자이너와 웅장이가 그려 나갈 초록빛 세상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Words 김효정 Artist 이다예 Photographs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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