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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싸움의 레전드탁구 감독 유남규를 만나다
탁구 감독 유남규를 만나다

지고서는 못 사는 골목대장.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열정을 가진 집념가. 빠른 두뇌 회전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심리술사. 타고난 꼼꼼함과 분석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전략가. 그를 호칭하는 이름은 너무나도 많다. 탁구계의 최고 스타였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여자탁구 국가대표팀과 삼성생명 여자탁구단의 호랑이 감독으로 활약 중인 유남규를 만났다.



꾀돌이라고 불리던 시절
귀 기울이면 상대의 숨소리도 들리는 가까운 거리에서 속고 속이는 지능적인 두뇌 싸움 탁구. 이 매력적인 스포츠에 한 소년이 푹 빠진 사연은 무엇일까? 유남규 감독이 탁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탁구부원를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에 강당으로 향했다.

“탁구는 처음 쳐봤어요. 제가 왼손잡이라 라켓을 왼손으로 잡았더니 코치님의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그 코치님도 왼손잡이였거든요. 이미 탁구부였던 아이와 대결을 하게 되었는데 제가 이겼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코치님은 저에게 탁구부에 들어 올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정 하고 싶으면 부모님 도장을 받아오라고. 오기가 생겼어요.”

부모님은 쉽사리 허락해주지 않았다. 타고 난 사주가 좋았던 아들을 의사나 검사로 키우고 싶었던 터였다. 그렇다고 포기할 유남규 감독이 아니었다. 하지 말라고 하니 더하고 싶은 것은 불변의 진리. 그는 온갖 떼를 써서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냈고 그때부터 유남규 감독의 탁구 인생이 시작되었다.

탁구 감독 유남규를 만나다01 - 탁구 레전드 유남규 감독의 서브를 받는 두 사람

그는 자신을 ‘다양한 끼’를 가진 사람으로 정의한다. 경기 도중 생중계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유독 신경이 쓰였다. 뭔가 멋진 포즈를 취하며 시합을 진행해야 할 것 같았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더 잘하고 싶었고, 이겨야 했어요.”

세계 최정상에 서고 싶었던 그는 탁구는 ‘상대성이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상기하며, 탁구 경기에서의 공식과 확률을 모조리 외웠다. 게다가 상대 선수의 강점, 취약점, 습관 등을 하나하나 노트에 다 적어놓고 경기 때마다 들여다봤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기려 하면 긴장하고 단순해진다. 그래서 평소 그들의 습관을 잘 캐치해서 선수별로 전략을 세운 것.

“90%는 제가 생각했던 대로 공이 와요. 그럼 저는 전략대로 상대 선수의 허점을 노리는 거죠. 그때마다 언론에서는 ‘어떻게 저렇게 계산적으로 잘 받아낼까’, ‘아이큐 200 꾀돌이 유남규에게 누가 당했다’라는 기사를 내곤 했어요.”


스파르타식 연습,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
그는 현재 여자탁구 국가대표팀과 삼성생명 여자탁구단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9년에 은퇴한 후 2000년에 제주 삼다수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은 그는 신생팀 5년 만에 전국대회 4관왕으로 올려놓았다. 이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남자탁구대표팀 코치를 맡아 남자 복식 금메달을 땄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딴 유승민을 올림픽 전까지 지도하기도 했는데, 남자 단식부문의 금메달 획득은 16년 만이라 그에게도 값진 선물이었다. 그렇게 14년 간 남자탁구 대표팀을 이끌어 가다가 지난 2016년부터는 여자탁구 선수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탁구 감독 유남규를 만나다02 - 2017년 사내 CIB그룹장배 탁구대회에서 우승한 박수진 대리
탁구 감독 유남규를 만나다03 - 군 시절 탁구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는 장웅 대리

“남자 선수들하고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죠. 좀 더 디테일하게 챙겨야 하고. 그런데 아버지처럼 감싸주기만 하는 건 제 스타일은 아니에요. 체육관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저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아요.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완벽하게 가르치고 싶거든요.”

그렇다고 유남규 감독이 꽉 막힌 스타일은 아니다. 체육관을 나가면 옆집 아저씨처럼 편하게 선수들을 대한다. 그는 선수 각각의 특성과 장점을 파악하고, 그들과 비슷한 전형의 중국 선수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 선수에게 보낸다. 그에겐 성적이 좋은 선수나 조금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 모두가 다 똑같은 자식이다. 완벽주의자인 그는 자신이 이끄는 팀이 원팀(One Team)이 되길 바란다.

탁구 감독 유남규를 만나다


‘탁구’로 하나 된 세 사람의 주말
탁구를 좋아하고 평소 존경하는 우상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으로 세 사람에게 연결고리가 생겼다. 사당역지점 박수진·장웅 대리가 유남규 감독을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용인으로 발걸음을 했다. 박수진 대리는 2년 전 예능프로그램에서 본 탁구 게임에 빠져 무작정 집 근처의 탁구장에 등록했다. 하지만 실력이 늘지 않아 유튜브에 올라온 유남규 감독의 영상을 찾아보며 연습을 했다고.

“2017년 사내 CIB그룹장배 탁구대회가 있었어요. 남녀복식 부문에 출전해서 우승까지 하게 되었는데, 유남규 감독님 동영상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지속적으로 레슨을 받으며 탁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탁구 감독 유남규를 만나다


박수진 대리의 말에 장웅 대리도 탁구에 처음 입문했던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처음 탁구를 배웠다. 군 시절에는 유남규의 탁구 교본을 보며 탁구의 기초를 다졌고, 훈련이 없을 때는 선임들과 탁구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그에게 탁구는 힘들었던 시절을 버티게 해준 유일한 취미였다. 유남규 감독은 박수진·장웅 대리에게 탁구 라켓을 건네며 잡는 법과 스윙자세를 잡아주는 등 원 포인트 레슨을 시작했다. 박수진 대리는 유남규 감독에게 “탁구 라켓만 잡으면 손목이 아프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아니나 다를까 박수진 대리는 너무 힘주어 라켓을 잡았고, 잡는 법에서도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탁구 감독 유남규를 만나다 여자탁구 국가대표팀과 삼성생명 여자탁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유남규

이번에는 유남규 감독이 넣는 서브를 받아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장웅 대리가 그의 서브를 받는 족족 인 플레이(In play)가 되는 것이다. 어쩜 이렇게 실력이 좋은가 했더니, 여기엔 유남규 감독의 마법이 숨겨져 있었다. 유남규 감독은 장웅 대리의 공이 인 플레이가 될 수 있게 스피드와 각도를 계산해 서브를 넣어 준 것. 장웅 대리는 이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하겠다며 참여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리스트가 직접 탁구 라켓을 잡는 법과 스윙자세를 알려주고 랠리까지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어요. 건너편에 유남규 감독님이 서 있는데 다리가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사진 촬영이 끝나고도 인생 선배로 조언을 아끼지 않던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처럼 우리의 인생도 변화무쌍한 날의 연속이다. 하지만 쉽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마음을 바로잡고 침착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 나 자신을 먼저 다스리고 상대를 읽는 전략가가 결국 승리하게 되는 것이 탁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삶의 법칙이 아닐까?

탁구 감독 유남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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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김효정 Photographs 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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