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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떡볶이보다 순대가 좋더라!신림동 순대볶음
신림동 순대볶음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분식계의 대표 먹거리로 떡볶이와 순대를 손꼽는다. 둘 중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순대!’라고 답할지도. 어른이 되면서 순대는 더 이상 길거리 분식에 그치지 않았다. 나의 순대 인생은 신림동 백순대볶음을 먹기 전과 후로 나뉜다.


소주가 술술 들어가는 백순대볶음 한 판
신림동에서 자취를 했던 20대 시절, 지인이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며 데려간 그 곳은 신림동 순대타운이었다. 원조민속순대타운(이하 원조)과 양지순대타운(이하 양지)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쌍벽을 이루며 서있는 복잡한 신림동의 순대골목에는 수많은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신림동 순대볶음


원조였는 지, 양지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는 앞장서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여긴 백순대 볶음을 먹어줘야 한다”며 백순대 2인분을 시켰다. 커다란 철판에 무심하게 순대 몇 덩어리와 곱창, 당면, 각종 야채와 채소, 양념장을 올리고 식당 이모는 불을 켰다. 대부분의 볶음에는 고추장 양념이 들어가야 제 맛인데, 고추장은커녕 고춧가루조차 보이지 않았다. ‘과연 무슨 맛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기 때문에. 먼저, 깻잎에 잘 볶아진 백순대에 양념장을 찍어 올려 싸먹으면 그 맛은... 탱글탱글 찰지고 담백했다. 깻잎의 독특한 향기와 어우러져 어디에서도 맛본 적 없던 맛이 입안에 가득 찼다. 소주 안주로 손색이 없는, 정말 맛있는 요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림동 순대타운은 본래 시장이었던 곳이다. 시장에서 배고픈 서민들을 위한 음식이었던 순대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 신림동 순대타운은 1977년을 전후로 신림동 시장에 순대볶음 요리가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다 1992년 순대타운 건물이 지어지고 시장 상인이 입주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원조가 먼저 지어졌고 그 후로 양지 건물이 들어섰다. 신림동 순대타운을 대표하는 메뉴인 백순대는 40년이 넘는 세월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그대로 간직하며 마니아들의 발길을 붙든다.


27년 맛의 자부심, ‘미림원조통통’
양지에서도 백순대 맛집으로 손꼽히는 ‘미림원조통통’은 1994년 처음 문을 열었다. 한은희, 송분호 두 사장님의 동업으로 시작한 가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양한 손님들의 취향을 고려해 신메뉴를 개발해 보기도 했지만, 반응은 탐탁지 않았다.

신림동 순대볶음03 - 깻잎에 단무지까지 넣어서 싸먹으면 또 다른 별미
신림동 순대볶음04 - “미림원조통통으로 오세요!”

“많은 손님이 백순대볶음이나 양념순대볶음만 찾아서 메뉴를 최소화했어요. 한두 가지 메뉴만 판매하니까 오히려 집중할 수 있고 맛에 대한 깊이도 생기더라고요. 순대볶음은 고추장이 맛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원재료에서는 차별화를 할 수 없고 양념장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한은희 사장은 미림원조통통의 순대볶음이 오랫동안 한결같은 옛 맛을 간직하고 있다는 데 남다른 자부심을 보였다. 그 비결은 ‘장맛’에 있다는 것. 양념장을 만들 때 넣는 재료와 그것들의 궁합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황금비율로 생성된 장맛은 이곳만의 전매특허다.

신림동 순대볶음05 - 신림동 명물, 백순대볶음과 양념순대볶음

“술, 물엿, 고춧가루, 다시마, 멸치, 양파 등의 재료를 넣어서 만드는데 미원같은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되도록 자연이 가진 본연의 맛을 손님들에게 주고 싶거든요.”

20년이 넘게 매일 순대를 볶다 보면, 순대의 ‘순’자도 보기 싫은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아직도 한은희 사장은 순대가 참 맛있단다. 자신이 먹었을 때 맛있어야 손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늘 순대볶음 맛을 확인하는게 습관이 되었다. 최근 경기침체와 함께 지인들과 어울리는 술 문화가 줄어들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보다는 어플과 연계한 순대볶음 포장판매가 늘었다.


신림동지점 3인방의 행복한 순대 예찬
커다란 철판에 백순대볶음과 양념순대볶음이 지글지글 익어간다. 행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이들은 신림동지점 3인방, 김성진 지점장, 곽희환 과장, 추화정 대리다. 김성진 지점장이 “동기들과 20년 전에 이곳에서 백순대볶음을 먹었는데,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입을 연다. 오랜만에 찾은 곳인데, ‘맛은 어떨까?’싶어 물었더니 “예전 맛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라고 답하는 김성진 지점장. 그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단연 백순대볶음이다.

신림동 순대볶음06 - 백순대볶음에 푹 빠진 김성진 지점장

“백순대의 담백함을 좋아하는데, 함께 곁들여 먹는 소스가 일품이에요. 맵고 짠 느낌이 없고 향도 강하지 않아 자꾸 손이 갑니다.”

이에 곽희환 과장이 맞장구를 치며, “신림동 순대타운을 찾으면 무조건 백순대볶음을 시키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백순대볶음은 신림동이 아닌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음식이기 때문.

“양념이 된 순대볶음보다는 순대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백순대볶음이 좋더라고요. 백순대볶음을 깻잎에 싸먹으면 깻잎의 향긋함이 입안에 퍼지면서 볶음요리의 느끼한 맛을 잡아줘요.”

곽희환 과장의 백순대 예찬에 추화정 대리도 자신의 순대요리 취향을 밝힌다.
“저는 백순대볶음 보다는 양념순대볶음이 좋아요. 원래 매운 것을 잘 먹는 편은 아닌데, 매콤한 감칠맛이 입맛을 자극하거든요. 미림원조통통에서 제공하는 음료수와 함께 먹으면 매운맛도 잡을 수 있어요.”

신림동 순대볶음

추화정 대리는 한 달 전 처음으로 신림동순대타운을 찾았다. 신림동 지점으로 발령 받고 나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백순대 먹어봤어? 맛은 어때?’라는 말이었단다. 추화정 대리는 “이제 그 물음에 대답해 줄 수 있다”라며, “신림동에서 근무하는 게 실감이 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보 촬영 당일은 곽희환 과장의 결혼기념일. 점포 내에서도 사랑꾼으로 불리는 그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아내에게 꼭 해주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단다. “여보, 늘 고맙고 사랑해. 순대처럼 속이 꽉 찬 남편이 될게!”

아내를 향한 그의 애정 어린 말에 김성진 지점장과 추화정 대리가 닭살 돋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음식 순대볶음. 젊은 시절, 돈은 없지만 맛있는 술 안주를 먹고 싶을 때 우리는 “거기 가자”는말 한마디로 신림동 순대타운을 찾았다. 가끔 백순대볶음이 먹고 싶은 날에는 신림동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르곤 한다.

신림동 순대볶음
신림동 순대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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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김효정 Photographs 고인순 Illustrator 이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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