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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가치를 지닌 옷이준아 니트 작가
이준아 니트 작가

하나의 계절이 지나가면 소모되는 그런 옷들. 분명히 당시에는 예뻤는데, 잘 입고 다녔는데,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손이 가지 않게 된다. 그 많던 옷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준아 작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기보다는 조금은 느리더라도, 천천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삶을 택했다. 자신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 한 사람에서 끝나지 않고, 오래오래 남아주길 바란다.


소중하게 입고 물려주고 싶은 옷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멋이 있는데 이준아 작가의 작품이 그렇다. 4계절 내내 꺼내 입고 싶고 소중하게 다뤄서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그런 옷. 그녀가 제작한 자연 친화적인 색감과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진 의류와 소품들은 왠지 모르게 끌리는 그런 묘한 매력을 지녔다. 실제로 2016년에 태어난 브랜드 파블룹(fabloop)은 하나를 만들더라도 정성을 다하는 자신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파블룹은 패브릭(fabric)과 루프(loop)라는 뜻이에요. ‘루프를 엮어서 한 면을 만든다’라는 의미죠. 저는 니트 공예를 조직의 어떤 소재, 두께, 텍스타일, 색깔 배합들을 만드는 게 너무 즐거워서 시작하게 됐어요. 파블룹은 시간이 지나도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기억하고 제가 좋아했던 니트의 포인트를 잊지 않기 위해 만든 이름이에요.”

이준아 니트 작가

이준아 니트 작가


어린 시절 우연히 코스프레 의상을 만들게 된 이준아 작가는 패션디자인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그런데 정작 본인은 예술과 다소 거리가 먼 경영학과로 진학했다. 아버지 사업이 IMF 외환위기 때 힘들어지면서 부모님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히 사업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고, 졸업 후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났다.

“패션을 뉴욕에서 공부하면서 다양한 것들 접하게 됐었는데 그중에서도 니트와 스웨터가 매력적이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 상 공부를 지속할 수 없게 됐고 한국으로 귀국했죠. 당시 언니 내외, 그리고 부모님과 한 집에 살게 되면서 심심하기도 했고 조카에게 뭔가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손뜨개를 하게 되었는데, 니트 쪽에 더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무궁무진한 니트의 매력
조카는 이준아 작가에게 ‘영감’을 준 뮤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카에게 어울리는 모자, 양말, 가방 등 소품을 하나하나 제작하다 보니 파블룹만의 디자인이 탄생하게 됐다. 간혹 아이 제품이 많아서 자신을 아기엄마로 오해하기도 한다며 유쾌하게 웃어 보이는 그녀.

이준아 니트 작가05 - layering + - bracken scarf, cotton and monofilament, 200 x 920mm, 2018
이준아 니트 작가06 - + - bracken scarf, cotton and monofilament, 200 x 920mm, 2018

더 재미난 것은 니트 작가 이모의 영향으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 역시 옷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실제로 파블룹은 패밀리 프렌들리(Family-friendly)라는 콘셉트로 제작한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의류와 소품 말이다.

다만, 아이 옷의 사이즈는 워낙 천차만별이고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아직 가방이나 모자, 액세서리 쪽에 집중하고 있다. 렇다면 이준아 작가가 이토록 니트에 푹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가장 큰 이유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꼽았다. 다양한 짜임을 통해 매번 다른 느낌을 낼 수 있고, 니트를 입는 사람 또한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매번 똑같은 옷을 입더라도 케이블이나 텍스타일이 어떻게 들어가는지에 따라 다른 옷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엄청난 것이 아니라, 포인트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말한다. 더불어 니트 특유의 포근한 느낌 또한 작가가 느끼는 매력 중의 하나다.


‘소모’되지 않고 ‘보존’되기를
일반적으로 패션계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트렌드’다. 한 해 한 해 바뀌는 행에 맞게 디자인도 함께 바뀐다. 하지만 이준아 작가는 그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 작가는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준아 니트 작가07 - ruffle hat, wool blended 2016

“트렌드가 저와 맞으면 받아들이겠지만, 모든 트렌드가 저의 취향과 맞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는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제 생각, 가치관을 고수하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도 아름답고, 균형적이면서 선호되는 그런 것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에 단종된 부라더 수편기를 사용해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은 조금은 느리더라도, 섬세하고 견고하다. 이준아 작가가 작품에 반영하는 마음은, 하나의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가치를 지니는 것.

“좋은 게 하나 있으면 사촌 오빠, 사촌 언니, 사촌 동생 할 것 없이 다 물려 입었어요. 좋은 건은 금방 닳아 없어지지 않잖아요. 저도 그런 옷을 만들고 싶어요. 한 철 입고 버리는 옷이 아니라, 잘 보관했다가 아끼는 동생이나 딸한테 물려주고 싶은 옷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준아 니트 작가


이준아 작가는 앞으로 자신의 이러한 가치관이 담긴 작품들을 혼자 안고 있기보다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바람이 있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실험을 하며 파블룹을 내적으로 발전 켜오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작품을 알릴 차례. 앞으로 조금 활발하게 SNS나 전시를 통해 기회를 만들 예정이다. 그녀는 현재 12월에 열리는 2019 공예트렌드페어 창작공방관에 선보일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게 빠르게 지나가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은 가끔 필요하다. 시간에 맞게 변화하기보다는 시간과 함께 즐기고, 그 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오래오래 남아 있는그런 물건 말이다. 이준아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따뜻함은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그 온기를 담고 있을 것이다.



Words 김민주, 백혜린 Artist 이준아 Photographs 고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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