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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장윤영 민화 작가
장윤영 민화 작가

민화 앞에서는 유행도, 속도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예전의 모습을 묵묵히 담아내는 끈기만이 필요할 뿐이다. 어쩌면 그 단순함에서 우리는 위로와 치유를 받는다. 장윤영 작가는 자신이 민화를 그리면서 얻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주며 함께 걸어가는 삶을 그린다.


방황 끝에 찾은 안정, 민화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수한 도전을 하고, 또 무수한 변화를 만난다. 변화의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아마 또 다른 도전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자신을 ‘민화 새내기’라 칭하는 장윤영 작가는 원래 게임 회사에서 배경 콘셉트 아트와 UI 디자인을 맡던 디자이너였다. 자신이 원해서 택한 길이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에 여러모로 지쳐있던 찰나, 작가의 삶에 민화가 들어왔다.

장윤영 민화 작가01-십장생도. 2019(제12회 대한민국 민화 공모대전에서 특선에서 수상한 작품)
“게임회사는 보통 프로젝트식으로 운영되는데, 그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가 잦았어요.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사업성에 부적합하다고 판단이 나면 무산이 되니까, 그 과정에서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장윤영 작가는 게임 회사 특유의 업무 과정과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통한 작업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런 작가에게 딱 맞는 예술이 등장했으니, 바로 민화다. 프로젝트 콘셉트에 맞는 자료를 찾다가 접하게 된 민화에 흥미를 가지고 배우기 시작했다고.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배워오다가 대한민국 민화 공모대전에서 입선을 타게 된 것을 계기로 정식으로 민화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민화는 오히려 전통을 지키는 쪽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는 변함이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매력을 느꼈죠.”

장윤영 민화 작가02 - 까치와호랑이내창문으로_입선_2018
장윤영 민화 작가03 - 해바라기

누군가는 민화를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작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장윤영 작가는 그 고리타분함이 마음에 들었다. 밑 작업부터 시작해서 손이 많이 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정성을 쏟는 행위로 느껴졌기 때문. 그렇게 해서 탄생한 민화는 작가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다.



그 시대의 아름다움을 고증하다
장윤영 작가는 최근 제12회 대한민국 민화 공모대전에서 ‘십장생도’라는 작품으로 특선을 수상했다. 십장생도는 궁중 장식화로 도화서의 실력이 출중한 화원들이 그렸던 그림이다. 늙지 않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제작되어 상류층에서부터 민간까지 인기가 많았던 작품.

“궁중 장식화 국가계승자 1호인 이문성 교수님이 계시는데, 그분께 사사를 받았어요. 사사를 받는다는 건 교수님의 작업 방식이라든지 전통성을 이어받는 개념이에요. 궁중 장식화의 특성상 고증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옛날에 어떤 색감을 썼는지, 어떻게 표현을 했는지 그 방식 그대로 재현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장윤영 민화 작가04 - 동백미인도. 2019(2019 김삿갓문화제 민화 공모에서 입선한 작품)

미술관, 서화전의 그림이나 문화재를 통해 영감을 받는다는 장윤영 작가는 점점 그려보고 싶은 것들이 늘어난다. 현대 민화를 그릴 때는 일상 속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일상을 살다가 자신만의 웃음 포인트가 있으면 작품에 함께 녹여내는 편이다. 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이미지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지만, 장윤영 작가는 전통을 우선시한다. 민화는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살짝 더하는 정도다.

“회사를 쉬면서 여러 나라를 다녀봤는데, 어딜 가도 한국의 민화 같은 그림이 없어요. 다른 예술과는 달리 정말 독창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전통성을 지닌 민화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민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행복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얻은 행복을 현대인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민화는 그녀의 삶에 위로로 다가왔기 때문. 작가가 자신의 닉네임을 YOYO(요요, 曜曜)라고 지은 것도 그 이유다. 요요는 ‘나는 빛이 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 그림은 빛이 나면 좋겠다. 또한,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좋은 일들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의미라고.

장윤영 민화 작가05 - 모란도
장윤영 민화 작가06 - 어느猫
그녀는 이번 분기부터 ‘러블리 페이퍼’라는 사회 공헌 기업에서 활동하게 된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에게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폐지를 사들이고 그것을 재활용해 캔버스를 만든다. 작가가 할 일은 그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 그림은 일정 금액에 판매되어 또 노인 복지에 쓰이게 된다.

“제가 먼저 하고 싶다고 연락을 드리게 됐어요. 민화를 그리면서 정신적으로 치유되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걸 다른 분과도 함께 나누고 싶더라고요. 제 능력을 좋은 일에 쓰고 싶기도 했고요. 협약을 맺게 된 민화 작가는 제가 최초예요.”

장윤영 민화 작가07 - 돈화원_2019협회전
작가가 민화의 깊이를 제대로 알게 되는 데까지는 앞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재학 중인 경희대 교육대학원 관화/민화 교육자 과정을 이수해 민화 입문자들에게 양질의 전통 민화 교육을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그림에 소질이 있던 어머니는 화가를 꿈꿨지만, 당시 가족의 반대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였는지, 어머니는 제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그녀는 첫 번째 과제였던 민화 교육의 일환 중 하나로 기회가 없어서 꿈을 이루지 못했던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해보고 싶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는 조교 생활, 병풍 단체전과 협회 회원전, 개인전 준비 등 바쁜 일정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장윤영 민화 작가08 - 장윤영 작가
민화를 통해 누군가에게 또 다른 꿈이 될 행복을 전달하다 보면, 작가로서 더 의미 있는 삶을 그려나갈 수 있으리라. 아직은 대중들에게 한 발자국 떨어진 민화지만, 장윤영 작가는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우리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지켜나갈 것이다.


Words 백혜린 Artist 장윤영 Photographs 고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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